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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istory ] in KIDS
글 쓴 이(By): chang (장상현)
날 짜 (Date): 1996년08월25일(일) 16시55분17초 KDT
제 목(Title): 흰얼모


가족과 관련된 일이라 쓰기가 조금 쑥스럽지만,

혹시 '흰얼모'라는 이름을 들어보신 분이 계신지?

역사에서 완전히 잊혀져 버린 일제 초기의 지식인들로 이루어진

비밀결사의 이름입니다.

독립운동사에는 외국서 정치적이나 물리력으로 투쟁을 한 분들의 이름은 비교적

많이 나와 있지만, 국내에서 활동한 분들은 그 조직이 적발되어 검거되지

않는 한은 독립운동한 일이 잘 알려지지 않았죠.

게다가 대개 본인들이 그런 것을 자랑삼아 떠들지 않고 조용히 마음에 간직하신 채

평범한 삶을 살다가신 분들이 많아서..

대한제국말기에 학교 교사, 신문사 기자 등 당시로서는 상당한 지식인들은 

일제의 탄압을 피해 '흰얼모'라는 비밀 결사를 만들고, 주로 비폭력 선전운동을

하셨었습니다. 상해 임시정부에는 '백영사'라는 한자 이름으로 알려져 있었죠.

'흰얼모'의 활동중에 기록에도 남아 있는 일은, 바로 3.1 운동 당시에 뿌려진

전단사건이죠. 당시 기록을 보면, 3.1 운동이 일어나기 직전 고종이 일본일들에게

사주받은 친일파에게 독살당했다는 전단이 시내 곳곳에 뿌려져 시민들의 분노에

불을 붇혔다고 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누가 그 전단을 돌렸는지는 전혀 알려져

있지 않았죠. 작년인가, 한국의 교수님 한 분이 일본의 자료를 조사하다가

이 전단의 번역본을 발견하여 한국내의 독립운동의 자료로서 한겨례 신문에

기고하신적이 있었죠. 

사실 그 기사를 읽고 저는 가슴이 벅차올랐습니다.

'할아버지'.. 그렇습니다. 그 글은 제 할아버지와 친구분들 바로 '흰얼모'가

독립운동 직전에 만들어 길에 뿌린 전단이었습니다.

그 어느 분들도 배신을 하지 않았기에, 끝내 비밀로 남아 있었던 '흰얼모'

그리고 어느분들도 자신의 이름을 자랑삼아 밝히려 하지 않았기에 해방후에도

전혀 그 이름이 밝혀지지 않았던 '흰얼모'입니다.

돌아가시기 몇해전에 흰얼모의 마지막 생존자였던 할아버지가 신동아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밝히신 전단살포의 자세한 이야기들을 제가 읽었기에 그 내막을

알고 있습니다만. 결국 어떤 독립운동사에서도 빠져있는 지식인들의

국내 독립운동이 어떻게든 알려졌으면 하는 생각에서 이 이야기를 꺼냅니다.

'흰얼모'소속의 분들은 3.1 운동 민족대표들의 생각과 노선을 달리 했으나, 

이 만세 운동에 불을 붙이기 위해 선동전단을 만들기로 한 것이죠. 그 계획을 안 

민족대표중의 몇은 시위를 과격하게 이끌면 안된다고 전단살포를 말렸었다고 합니다.

지금 자세한 내용을 기억해낼 수는 없지만, (제가 미국에 있고 그 자료는

한국 제 집에 있기 때문에) 할아버지집에 '흰얼모'가 모여서 몰래 구해온

인쇄기로 고종독살을 알리고 궐기하기를 선동하는 내용의 전단을 인쇄합니다.

글은 당시 신문기자로 있던 분이 쓰셨고. 다음날 새벽에 할아버지와 친구분들은

상복을 차려입고 전단을 길에 살포한 후에 사람이 많이 다니는 길바닥에서

엎드려 대성통곡을 하여 사람들의 관심도 끌고 흥분도 시키는 전략을 썼답니다.

결국 체포된 회원중 아무도 '흰얼모'의 존재를 밝히지 않아서 결국 일경도

전단 살포의 경위와 배후를 밝혀내지 못했다고 하는군요.

아마도 밝혀지지 않았지만 '흰얼모'와 같은 비밀결사들이 더 있었을겁니다.

그런 분들의 노력도 밝혀내는 것도 친일파의 죄상을 밝히는 것만큼 가치가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이 글을 올립니다.


장상현
e-mail : schang@phys.ufl.edu
http://phyp.snu.ac.kr/~schang (korea)
http://www.phys.ufl.edu/~schang (U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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