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guest ] in KIDS 글 쓴 이(By): guest (guest) **alalalalalal Guest Auth Key: 1691ee00bd228d42c99667996bf6614c 날 짜 (Date): 2011년 11월 24일 (목) 오후 12시 19분 47초 제 목(Title): 맨큐가 거부당했다네 ㅋㅋㅋㅋ 불과 10%학생이 출석거부를 했지만 맨큐의 경제학으로 유명한 맨큐 수업을 거부하는 학생이 10%정도 됐다는구만. 수강생 700명... 재밌는 현상이네. 이게 심화되면 새로운 경제이론이 나올런지. ----------------------------------- 지난 11월2일, 미국 하버드 대학의 대형 강의실 샌더스관. 낮 12시15분이 되자 학생 수십 명이 일제히 일어나더니 강의실을 빠져나갔다. 어떤 학생은 '월스트리트 점령' 같은 문구가 적힌 게시판을 들고 있었으나 대다수는 가방만 어깨에 멘 상태였다. 앉아 있던 학생 중 일부가 "우~" 하고 야유를 보냈다. 그러나 교수는 묵묵히 보고만 있다가 곧이어 그날의 주제였던 '소득 불평등' 강의로 되돌아갔다. 교수 이름은 그레고리 맨큐. 1997년 출간된 이후 한국어 등 수십 가지 언어로 번역되어 수백만 부가 팔린 < 맨큐의 경제학 > (원제:Principles of Economics) 저자다. 부시 행정부에서 경제자문위원회 위원장을 지냈으며, 현재는 공화당 대선 후보 경선에서 가장 유력한 밋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의 경제자문역을 맡고 있다. 강의실을 빠져나온 학생들은 '맨큐 교수에게 드리는 공개서한'을 낭독하고 토론을 벌였다. "당신의 수업은 (시장근본주의 경제학에) 지나치게 편향되어 있다. 당신이 우리에게 주입하는 경제학은, 미국 사회의 빈부 격차를 영구화하고 2008년 세계 금융위기를 유발한 그 이데올로기 아닌가." 학생들은 이날 지구적 '점령 운동'의 일환으로 진행 중인 '보스턴 행진'에 참여하겠노라고 선언했다. ⓒFlickr 그레고리 맨큐 교수(위)는 부자 증세에 대해 "결과에 대한 대응에 불과하다"라고 비판했다. 주류 경제학의 '강단 독점' 거부한 것 맨큐 교수는 흔히 '새로운 케인스주의자(new Keynesian)'로 분류된다. 그런데 '새로운 케인스주의'라면, 혹시 정부의 시장 개입(케인스주의의 특징이라고 알려진)을 '새롭게' 옹호하는 경제이론일까? 그렇지 않다. 오히려 '새로운 케인스주의'는 '합리적으로 판단하는 이기적 개인'들이 자유로운 시장 거래를 통해 모두 이익을 향유할 수 있으며, 이에 절대로 정부가 개입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즉, 시장근본주의와 이음동의어(異音同意語)로 간주되는 신고전학파와 완전히 같은 기조다. 다만 '새로운 케인스주의'는 (노조와 독점기업 때문에) 시장이 제대로 움직이지 않는 경우에는 마지못해 정부 개입의 정당성을 인정한다. 덕분에 이른바 '주류 경제학'으로 '승인'되어 하버드 등 유명 대학에서 정규 커리큘럼으로 강의될 수 있는 것이다. 한국 대학 및 경제학계와 완벽하게 동일한 상황이다. 이에 대해 맨큐 강의를 거부한 학생들의 핵심 메시지는, 세계 금융위기의 이데올로기적 주범으로 기득권을 옹호하는 주류 경제학이 강단을 독점하고 있는 상황을 거부하겠다는 것이었다. 이날 '강의실 뛰쳐나가기(walk out)'에 참여한 학생은 70여 명. 전체 수강자(700여 명)의 10%에 불과했다. 그러나 하버드 대학 학생들이 맨큐에게 저항했다는 점에서 사회적 파장은 매우 컸다. 하버드 대학 신문인 < 크림슨 > 은 사설에서 "맨큐 수업은 사회과학(social science)인 경제학의 학문적 기초를 제공하는 과정으로 '편향되지 않았'으며, 오히려 '뛰쳐나간' 학생이야말로 개방적 토론 문화(open discourse)를 억압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맨큐가 자신의 책을 교재 삼아 주류 경제학만 가르쳐도 < 크림슨 > 이 이를 '편향되지 않았다'고 주장하는 이유는 뚜렷하다. 한마디로 다른 흐름의 경제학은 '경제학'도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마르크스주의 등 비주류 경제학은 경제이론(economic theory)이 아니라 사회이론(social theory)일 뿐이다"라는 게 < 크림슨 > 의 주장이다. ⓒTHE Harvard Crimson 강의실을 나온 하버드 대학 학생들이 '맨큐 교수에게 드리는 글'을 낭독하고 토론을 벌였다(위). 그러나 하버드 대학 학부생들이 발간하는 < 하버드 폴리티컬 리뷰 > 에 '뛰쳐나간 학생들을 옹호한다'라는 글을 기고한 좌파 경제학자 판 앙겔로풀로스는 < 크림슨 > 의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한다. "다양한 경제이론 중 주류 신고전학파만이 '유일사상'으로 인정되는 것은 끔찍한 일 아닌가. …더욱이 이 '유일사상'은 우리 사회를 분석하는 데는 무능한 주제에 자본가 계급과 그 부하들(1%에 해당하는)의 이익을 보위하고 정당화하는 데 관심을 가질 뿐이다." 이런 와중인 11월3일, 미국 공영 라디오 방송(NPR)에 출연한 맨큐는, 앙겔로풀로스의 주류 경제학에 대한 비판이 그럭저럭 타당했다는 것을 육성으로 들려준다. 예컨대 그는 빈부 격차가 격화된 것은 인정하지만 이는 "1970년대 이후 40여 년 동안 지속된 장기적 경향일 뿐 정부 정책의 잘못으로 빚어진 일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라고 말했다. 누가 잘못해서 재앙이 벌어진 것이 아니라면 일종의 천재지변이고, 이를 인력으로 개선하기는 어렵다. 어떻게 보면 맨큐는 경제학이 '지금 여기'에서 벌어지는 사태에 철저히 무능력할 수밖에 없다고 자백한 것이다. 맨큐는 최근 미국에서 논란거리인 부자 증세에 대해서도, "빈부 격차의 원인이 아니라 결과에 대한 대응에 불과하다. 부자에 대한 세율을 몇 퍼센트 올려봤자 그 영향은 미미할 것이다"라고 주장한다. 결국 그의 대안은 '고등교육에 더 많은 금융 지원을 제공하는 것' 정도다. 앞으로 유능한 인재를 교육으로 많이 키워내 고부가가치 산업에 취업시켜 높은 보수를 받게 하면 빈부 격차를 이럭저럭 해소할 수 있지 않겠느냐는 이야기다. "맨큐가 독점기업처럼 행동한다" 상황이 이렇게 되면서 맨큐에 대한 비아냥이 쏟아져나오고 있다. 미국, 영국 등의 정치·경제학자들이 공동 운영하는 블로그 < 뒤틀린 나무 > (crooked timber)는 '맨큐 점령하기'라는 게시물에서 맨큐가 독점기업이나 계획경제 당국처럼 행동한다고 비꼬았다. "학생들이 뛰쳐나간 것은 수업이 편향적이라는 이유도 있지만, 교재( < 맨큐의 경제학 > )가 175달러로 너무 비싸기 때문이기도 할 거다. 맨큐는 독점을 싫어하지만 수업에서는 자신의 책만 교재로 사용하도록 독점 권력을 행사한다. 맨큐는 계획경제의 폐해를 설교하지만, 자신의 수업만은 '계획'함으로써 모든 학생이 < 맨큐의 경제학 > 을 사도록 의무화했다." 홍태희 조선대 교수는 < 맨큐의 경제학 > 이 경제 입문서로 사용되는 현상에 대해 이렇게 주장한다. "(그 부정적 영향은) 경제학에 입문하는 학생이 시장 만능 및 작은 정부론의 이데올로기를 맹목적으로 추종하게 한다는 점에 있다. 학생들은 이러한 교육과정을 통해 '이 세계 말고는 대안이 없다'는 대세에 편승하게 된다."( < 맨큐의 경제학의 10대 기본원리와 대안적 재해석 > ) 이런 문제점을 '맨큐 강의실 뛰쳐나오기'에 동참한 학생들은 정확히 이해한 것으로 보인다. 이 사건의 주동자 중 한 명인 레이철 샌덜로는 < 크림슨 >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하버드 대학 졸업자들은 공모해서 최근 일어난 사악한 사태들에 조력해왔다. 그러나 우리는 교육받은 것을 선한 일에 사용하려고 한다. 수백만 희생자를 딛고 사익을 향유하는 짓 따위는 저지르지 않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