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rbages

[알림판목록 I] [알림판목록 II] [글목록][이 전][다 음]
[ garbages ] in KIDS
글 쓴 이(By): limelite (a drifter)
날 짜 (Date): 2012년 12월 20일 (목) 오전 07시 11분 34초
제 목(Title): No Country for Common Sense


라임은 비위가 약한 편이라서 피 튀기고 끔찍한 게 나오고 하는 영화를 제대로
못본다. 그래도 특정 감독의 영화라면 참고 보는데... 타랜티노, 박찬욱, 코엔
형제 같은 감독들의 영화가 그렇다.
년전에 'No Country for Old Men'(2007), 우리말로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라는 제목으로 번역된 코엔 형제 감독의 영화를 본 적이 있었거든. 내 취향과는
전~혀 아주아주 거리 먼 -_-; 싸이코패스에 대한 영화였는데도 보면서 내내
감탄에 감탄을 했더랜다.
피 튀기는 싸이코패스에 대한 영화가 어떻게 장면 장면이 사진학 교과서에나
나올 법하게 영상미가 훌륭한지... 요란하게 동적인 화면이 아닌 정적인
화면인데도 눈을 떼지 못하게 만든다. 근데, 화면의 내용이 영 그래서 아름답다는
표현을 쓰기도 참 거시기해 심한 모순감을 주는 거다. 그렇게... 자극적으로
꾸미지 않고 담백하기까지 한 영상미에 끔찍한 내용을 담은 화면이 주는
모순감도 거시기하지만, 격한 내용의 이야기를 짜임새를 흐트러뜨리지 않으면서
차분하게 하나씩 매듭 풀듯이 풀어가는 서술법도 참...
보면서 "코엔 형제, 이 시키들이 진짜 싸이코패스 아니면 진짜 헐리웃의 천재
아닐까" 생각을 몇번이나 했었다.

이 영화에는 상당히 특이한 악한이 나온다. 보통 헐리웃 액션영화가 그렇잖아.
정의의 사도 우리의 주인공이 비상식적인 능력과 신출귀몰함으로 속수무책인
악한을 물리친다는 내용이기 일쑤다. 그런데 'No Country...'에서는 비상식적으로
신출귀몰한 능력을 가진 싸이코패스 악한이 영화를 지배한다. 우리의 주인공
old man은 이야기를 풀어가는 보조 역할을 할 뿐이다.
그렇게 비상식적인 신출귀몰함으로 속수무책인 세상을 농락하며 영화를
지배하는 악한 캐릭터는 다음 해 'The Dark Knight'(2008)에서 다시 볼 수
있었다.

근데 영화 제목은 왜 "No Country for Old Men"이었던 거야? 감탄하면서
열심히 영화를 봤건만 확실한 답은 안 나왔다. 동명의 원작소설이 있고
원작을 봐야 이해할 수 있다는 말도 있던데...

*~*

어제 내가 사는 한국이라는 나라에서는 다음 5년의 나라 수장을 뽑는 대통령
선거가 있었다.
.......
많이도 아니고 조금... 조금 더 정의롭고, 조금 더 민주적이고, 조금 더
상식이 통하는 나라를 만들자는 열망이 나라 안팍 온라인 세상을 달구었지만,
오프라인 현실의 나라에서 결과는 차가왔던 날씨만큼이나 냉엄했다.


한국의 최근 선거 결과를 보면 너무나 뚜렷한 3가지 경향을 볼 수 있다.
그 중 2가지가 지역구도와 관계된 경향이다.

첫째가 도시-농촌이 대조되는 경향이다. 도시가 진보적이고 농촌이 보수적인
정치성향인 것은 상당히 많은 나라에서 볼 수 있는 정치현상이다. 한국도
1960년대 말 박정희가 지역 대립구도를 끌어들이기 전까지 이런 경향이
뚜렷했다.
이후 비민주적인 폭압독재와 지역대립 구도 문제가 중요해지면서 도-농의
대조적 성향 문제는 다소 수면 아래로 가라앉은 상태였는데, 최근 한국에서
민주주의 여건이 개선 되고, 지역대립 구도는 만성화 되었으며, 한국의
경제와 문화가 대도시 중심으로 흘러가자 도-농 대조 정치경향이 다시
수면 위로 부상한 것으로 보인다.

둘째가 이제는 당연해져버린 전라-경상 지역대립 구도이다. 암살된
독재자 박정희는 자기 연고지역을 중심으로 정치권력과 경제력을 집중
시키고 정적을 다루기 쉽게 할 목적으로 지역대립 구도를 한국정치에
끌어들였다. 사실 박정희의 정적이 특정지역에 국한된 것은 아니었는데,
박정희는 이를 특정지역으로 매도하면서 상황을 단순화시켜서 지지자와
정적을 구분하고 다루기 쉽도록 만들었던 것이다.
쉽게 말해 국가의 미래와 안위보다는 "우리끼리 해쳐묵자"를 위해 만든
대립구도였다. 저런 놈이 구국의 영웅 -_-; 이라며 추앙받고 있는 나라가
한국이다. 심지어 피해 입은 전라 지역에서조차...
문제는... 박정희가 유도한 지역대립 구도가 낙후되고 봉건적인(! 솔직히
얘기하자 -_-) 한국민의 정치의식과 너무나 잘 맞아 떨어졌다는 것이다.
때문에 박정희가 죽은지 무려 30년, 한세대가 지났지만, 경제적 성장과
비교하면 낯 뜨거울 지경으로 천박한 정치의식의 산물인 지역대립 구도는
한국 정치에서 만성화 되어 여전히 맹위를 떨치고 있다.

이 두가지 지역 정치구도만 봐도 한국이 "보수정치 하기 참 쉽죠 잉~" -_-;
이런 나라임을 간단히 파악할 수 있다. 농촌지역 보수적이지, 도시
중에서도 특정 지역이 보수적이지... -_-;;;


한국선거의 세번째 경향은 세대간 대비 구조에서 나타난다. 이 세번째
경향까지 고려하면 한국이 보수정치에 얼마나 좋은 여건인 나라인지
확실히 알 수 있다.
자료에 의하면 이번 대선의 경우... 2030대 유권자는 전체 유권자의 38%
정도이고, 50대 이상 유권자가 40% 이상이라고 한다. 대략 2030대
유권자의 1/3이 보수정치 지지자이고, 50대 이상은 2/3이 보수정치
지지자이다. 그런데, 2030대 유권자는 60~70%가 투표에 참여하고, 50대
이상은 80% 이상이 참여했다. (참고로, 이번 대선에 전체 투표율이
높았던 것은 2030대 참여율이 늘기도 했지만, 그보다는 50대 이상이
훨씬 더 적극적으로 참여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구체적인 수치는 선거 때마다 차이가 있지만 최근 한국 선거의 경향은
비슷하다. 보수정치를 지지하는 50대 이상 유권자들이 적극적으로
투표에 참여하면서 선거의 기본방향을 잡는 것이다.
첫번째 선거 경향인 도-농 대조 경향이 최근에 다시 부상한 것에도
농촌지역의 급격한 노령화가 영향을 끼쳤던 것으로 해석된다.


이렇게 보니 한국에서 보수정치 하기가 얼마나 쉬운가. 지역과 세대에서
다수를 점하는 쪽이 조금만 기회가 되면 보수정치 '바라기'가 되어버리는
나라가 한국인 것이다.
국민 다수가 조금만 기회만 되면 보수정치 '바라기'가 되어버리는 성향인
것에 주목하면, 최근 한국의 대통령 선거의 결과도 쉽게 해석할 수 있다.
노무현처럼 반보수 정치성향의 대통령이 민심을 잃으면(실정을 했는지는
논란거리고 어째건 민심을 잃은 건 사실) 이명박 같은 야비한 인물이
보수정치권 대통령 후보가 되어도 무난히 당선된다. 하지만 보수권
대통령 이명박이 실정을 하고 반보수권에서 문재인 같은 좋은 인물이
나와도, 이번 대선처럼 박빙의 판세가 벌어지고, 오히려 보수권 대통령
후보 박근혜가 당선되는 상황까지 나오는 것이다.

이쯤이면 "보수정치 하기 무지무지무지 쉽죠 잉~" 이런 정도로 말해야
하는 거 아닐까 -_-; 반보수 정치권이 거의 속수무책으로 매번 당하는
것이 어쩌면 이해도 간다.

*~*

영화 'No Country for Old Men' 속에서 주인공 old man은 삶의 경험을
토대로 얻은 지혜를 차분하게 적용해 상황을 해석하고 세상을 이해하려
했다. 그러나 영화 속이 아닌 현실의 한국이란 나라에서 Old Men은 세상을
이해하고 해석하려 하지 않는다. 생각하던 대로 관성적으로 세상을
바라보려고 한다. 새로운 세상이 아닌 자신들에게 익숙한 세상이 이어지길
바란다. 피 흘려 독재세력과 싸워 이 나라에 민주주의를 가져왔건만,
새로운 민주주의 가치를 향유하고 새로운 민주적 질서를 세우려 하기보다,
익숙한 독재자를 칭송하고 민주주의를 위해 싸운 사람들을 모욕한다.
민주주의에 대한 상식마저 져버리는 것이다.
더군다나 한국에서는 Old Men만 이런 성향인 것이 아니다. 사는 지역이
그쪽이면 세대와 무관하게 Old Men과 비슷한 성향이 되어버린다.

이런 비상식적인 성향의 사람들이 한국정치와 선거의 중심이 되는 한,
한국에서 조금 더 정의롭고, 조금 더 민주적이고, 조금 더 상식이 통하는
나라는 요원할 뿐이다.



...............................................................................

                                                a drifter off to see the world
                                            there's such a lot of world to see
[알림판목록 I] [알림판목록 II] [글 목록][이 전][다 음]
키 즈 는 열 린 사 람 들 의 모 임 입 니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