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garbages ] in KIDS 글 쓴 이(By): limelite (a drifter) 날 짜 (Date): 2012년 08월 26일 (일) 오전 06시 06분 15초 제 목(Title): 애플과 잡스를 되돌아 보는 소고 (원래는 위 쓰레드의 댓글로 적었는데, 적다보니 글도 길어지고 내용이 너무 달라서 제목을 따로 냄) > 이런식으로 꼬시다 할 수는 없을듯 합니다. MS가 애플대신 PC영역을 장악한 > 것이 무지 다행이라고 생각하는 1인으로서는 이번 판결 그리고 후폭풍에 대해 > 아쉬움이 많습니다. PC, 그니까 Personal Computer 발전의 역사를 살펴보면... 음... 이렇게 말하고 보니 나도 정말 노땅 맞네 -_-;;; 암튼 이게 그렇게 간단하게 생각할 일이 아니거든요. 아이러니라고 할 것도 많고, 새옹지마라 할 것도 많고... 생각난 김에 정리하는 겸 해서 적어볼까요? 1. 1970년대 말부터 80년대 초반까지... 애플컴퓨터로 최초로 '상업적 대중화'에 성공한 PC 회사일 당시, 애플사의 분위기는 지금의 구글 비슷하게 상당히 개방적이고 사용자들에게 평판도 좋은 회사였습니다. 잡스도 당시부터 유난스러운 성질머리를 보이긴 했지만, 자신이 직접 개발자가 아님에도 개방적이고 소탈한 벤쳐사업가로 대중이나 엔지니어들에게 평판이 좋았습니다. 이 모든 게 당시 컴퓨터 업계이 거함 IBM, IBM 연구소에서 노벨상 수상자가 배출 되는 등으로 대중들의 신망도 크게 얻었던 그 IBM이 PC 시장에 뛰어들면서 급변합니다. 근데 IBM도 컴퓨터 업계의 지배적인 위치를 이용해서 PC 시장을 집어삼키자, 이런 의도로 시작했던 게 아니예요. "이거 하면 우리도 짭잘할 거 같은데?" 이런 식으로 접근했죠. 그래서, 다소 어설픈 구조로 IBM-PC를 급조했고, 하드웨어 구조도 다른 회사에 개방하고, 심지어 BIOS 소스코드까지 공개했습니다. 근데 이게 시장에서 엄청난 폭발적인 반응을 얻은 거예요. 요새 말로 대박, 그냥 대박도 아니고 역시 당대 신뢰 받던 미국언론 타임지 표지에 올해의인물로 인간이 아닌 IBM-PC가 오를 정도로 울트라 대박을 터뜨린 거죠. 이 울트라대박 상품에 거함 IBM 자신도 당황할 정도로... 한편 빌 게이츠... 전공은 공학이 아니지만, 학생시절부터 프로그래밍에 탁월한 능력을 보인 전형적인 공돌이 프로그래머였습니다. 빌 게이츠가 1970년대 중반 공동으로 제작한 MBASIC은 최초의 PC용 프로그래밍 언어로 PC 역사에 오른 업적 입니다. 비록 IBM에 MS-DOS를 납품하게 된 데에는 능력에 비해 운이 따르기도 했지만, 그런 행운을 얻어도 납득할 수 있는 사람이었던 것입니다. 1980년대 중반 미국에서 PC회사 경영자들이 대학생들을 상대로 강연회 같은 것을 할 때, 빌 게이츠는 어셈블리어를 이해할 수 있는 드문 경영자였기 때문에 학생들과 깊이 있는 대화가 가능해서 환영 받았다고 합니다. 예를 들어, 애플사의 경영자 잡스 역시 엔지니어라고 할 수 없었으므로 이런 강연회에서 기술적으로 깊이 있는 응대는 못했죠. (참고로 당시 기술로도 다소 엉성하다고 평가 받던 MS-DOS가 IBM-PC의 OS로 채용된 사실 역시 IBM이 PC시장에 치밀한 계획을 가지고 접근하지 않았다는 방증) 빌 게이츠의 M$와 비슷하게 인텔사도 비록 당시에는 거함이 아니었지만, 1970년대 초반 최초로 마이크로 프로세서 칩을 만들고 상용화한, IBM-PC의 울트라대박에 동참할 자격을 갖춘 회사였습니다. 2. 이들 모두의 운명과 미래 행보는 IBM 자신조차 기대하지 않고 예측하지 못했던 IBM-PC의 울트라대박 때문에 뒤죽박죽으로 꼬이게 됩니다. 제 생각에는 이런 격변이 있었던 1980년대가 PC산업 뿐 아니라 20세기 전체 산업계에서 가장 극적인 장면이 많았던 시대가 아닐까 합니다. IBM-PC가 울트라대박을 터뜨린 이 시기에 일단, 먼저 PC시장을 선도했던 애플과 잡스는 치명상을 입습니다. 시장 점유율은 형편 없이 쪼그라들었고, 여기에 대응해 잡스와 애플은 제록스 팔로알토 연구소에서 프로토타입을 보고 영감을 얻은 GUI(Graphic User Interface) PC 개발과 발매에 심혈을 기울여 반전을 꾀했죠. 그러나 소수의 열광적인 반응에도 불구하고 시장 분위기를 바꿀 수는 없었습니다. 결국 이런 결과와 그 성질머리 등 때문에 1980년대 중반 잡스는 애플사로부터 쫓겨나다시피 회사를 떠나게 됩니다. 한편 IBM도 자신들 PC의 울트라대박이 좋지만은 않았습니다. 거함의 품위에 맞게 다른 회사에 IBM-PC의 구조를 개방하는 인심을 썼지만, 그 결과로 IBM-PC 호환기종을 생산하는 업체들이 난립하고 성장해서 결국은 IBM보다 높은 시장 점유율을 얻게 됩니다. 심지어 컴팩과 같은 호환기종 제조사는 IBM보다 먼저 상위기종 PC를 선보이기까지 합니다. IBM 자신이 울트라대박 상품의 수익에서 소외되는 상황까지 이른 것입니다. 이런 분위기를 바꾸려고 IBM은 새롭게 반 폐쇄적인, 로열티를 받으면서 다른 회사에 기술을 개방하며 이전 IBM-PC와 호환성이 없는 형태의 PC 시스템을 시장에 내으면서 지배력을 회복하려고 하죠. 하지만 이미 성장할 대로 성장한 IBM-PC 호환 기종 업체들은 IBM의 이런 조처에 반란을 일으킵니다. IBM이 제시한 새로운 PC 시스템을 받아들이고 로열티를 무는 대신, 기존 IBM-PC 구조를 ISA(Industrial Standard Architecture)라며 산업표준으로 승격 시키고는 계속 IBM-PC 호환기종을 만듭니다. 개방적이라는 장점에도 기존 IBM-PC의 구조에 결함이 많았지만, 시장에서 많이 팔리니 그냥 밀고 나가겠다는 거였죠. 이 당시 이미 PC시장은 씨앗을 뿌렸던 애플이나 거함 IBM조차도 어쩌질 못할 정도로 커져버렸고 경직되어 버렸습니다. 시장을 지배하는 IBM-PC 호환기종, 이제 ISA 시스템으로 불리는 PC를 생산하지 않고는 애플도 IBM도 PC시장에서 행세할 수 없는 지경이 된 것입니다. 애플에 이어 IBM도 왕좌에서 밀려나면서, IBM은 스스로가 IBM-PC 호환기종 제조 업체의 하나로 전락하면서 PC시장에서 명맥을 유지하는 선택을 했습니다. 그래도 IBM의 PC 시장 점유율은 지배력을 잃은 후인 1990년대도 높은 수준이었지만, 꾸준히 감소하여 2000년대 중반에는 명망 높던 노트북 브랜드 ThinkPad 마저 새로 성장하는 중국 PC업체 레노버에 넘기고 PC 시장에서는 완전히 철수합니다. 얼마 전 필름의 대명사 코닥이 카메라 시장에서 퇴출된 것과 비할 바는 아니겠고, 여전히 메인프레임급 컴퓨터 시장에서 지배적인 위치에 있긴 합니다만, IBM의 이런 결말은 PC의 역사를 되돌아 볼 때 감회에 젖을 만한 것이었습니다. IBM이 잃어버린 PC시장의 지배권은 소프트웨어 쪽은 빌 게이츠의 M$에게, 하드웨어는 프로세서를 생산하는 인텔에게 차츰 넘어갑니다. 이 과정에서 소프트웨어 시장의 지배권을 얻은 M$의 행태는 의식 있는 사람들의 공분을 살 만한 것이었고, 특히 1980년대 초반의 빌 게이츠를 기억하는 사람들에게는 배신감까지 들게 하는 것이었습니다. 빌 게이츠의 M$는 시장을 선도하는 모험을 하려고 하지 않았고, 행운으로 얻은 기득권을 지키는 방향으로 사업을 했습니다. 더구나 다른 업체가 시장을 선도하는 기술로 시장을 개척해 놓으면 뒤늦게 시장에 뛰어들어 지배적인 지위를 이용해서 시장을 꿀꺽하거나 심지어 시장을 망하게 하는 악덕 대기업의 행태를 보였던 것입니다. 세계 최대, 세계 최고 수익의 소프트웨어 회사가 말이죠. 죽고살고 애플이 개척해 놓은 GUI PC에 뒤늦게 달라들어 엉성한 흉내내기로 문제 많은 윈도우즈 시스템을 내놓아 원성을 샀던 사례나 웹브라우져 시장에서 M$가 벌이던 행태, 스마트폰/패드의 선조 격인 PDA 시장에 뒤늦게 뛰어들어 결국은 전도 유망하던 PDA 시장을 망하게 하는데 일조했던 사례 등이 M$가 벌인 여러가지 악덕대기업 행태입니다. 그러던 빌 게이츠가 벌어서 자선 사업에 힘쓰는 것을 보면 아이러니의 극치라 할 수 있겠죠. 미국에서는 회사 할 때는 악덕 기업가였다가, 벌어서 은퇴 후 자선사업으로 추앙 받는 기업인이 되는 경우가 종종 있어서, '개 같이 벌어서 정승 같이 쓴다'는 속담에 맞는 사례를 추가하는 것이라 좋게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솔직히 개인적으로 빌 게이츠에게 하고 싶은 말은... "벌어서 자선사업 하는 것보다, 좀 덜 벌더라도 시장을 선도하면서 결함도 적은 소프트웨어 기술을 추구했더라면 세상 사람들을 훨씬, 엄청나게 덜 고통스럽게 했을 것이다" -_-;;; 3. 애플과 잡스에게는 이 시기 1980년대 말에서 1990년대가 PC시장에서 인고의 나날이었습니다. 애플은 잡스의 작품 맥키토시PC의 명맥을 이어나갔지만 점유율은 날로 줄어들어 회사의 존망이 위태로울 지경에 이르렀으며, 애플을 떠난 잡스는 넥스트 컴퓨터사라는 유닉스 기반의 미래지향적 고성능 컴퓨터를 생산하는 회사를 차렸지만 역시 존재감은 미미했습니다. 그런데 의외의 방면에서 반전이 일기 시작합니다. 잡스가 인수했던 픽사라는 CG(Computer Graphic) 회사가 디즈니와 손잡고 만든 애니메이션들이 대박을 터뜨렸던 거죠. "잡스가 무슨 영화?"라는 쌩뚱 맞은 느낌처럼 픽사는 애초 컴퓨터회사였지 CG영화사는 아니었고, 잡스 역시 애니메이터가 아니었습니다. 우연한 기회에 CG애니메이션를 하게 되었지만, 이 시장에서 픽사는 선도하는 CG기술과 작품을 선보였고 디즈니와 공동작업을 하면서 대중적으로도 크게 성공했습니다. 그리고 이 성공은 사실상 잡스가 애플에 금의환양하는 기반이 되었습니다. 넥스트 컴퓨터의 선도적인 기술을 애플 맥킨토시에 접목한다며 애플사가 넥스트사를 인수하는 형식으로 합병이 있었고, 이에 따른 일련의 과정을 통해 잡스는 다시 애플의 CEO가 되었던 것입니다. 이런 과정에 대한 시장의 반응은 "망해가는 회사들이 합병해서 뭐를 이룰 수 있을까"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90년대의 잡스는 80년대의 잡스와 달랐습니다. 잡스가 엔지니어가 아님에도 아이러니하게 독자적이고 시장을 선도하는 기술에 대한 집착은 여전했고, 여기에 M$의 빌 게이츠가 엔지니어 출신임에도 시장을 선도하는 기술보다는 장사속만 밝히는 것을 대비시키면 아이러니함음 더욱 커지겠지만, 암튼 거기에 '사람들을 매료시키는 팬시한 디자인'이라는 것을 접합시켰던 것입니다. 잡스가 CEO로 귀환한 후 애플사는 독특하고 눈에 끄는 디자인을 가진 새로운 형태의 매킨토시 컴퓨터를 발매하면서 서서히 점유율을 높이다가, 다소 의외다 싶게 mp3 플레이어 시장에 뛰어들어 아이팟으로 대박을 터뜨리고, 뒤 이어 아이폰과 아이패드로 대박 행진을 이어가며 세계최고의 컴퓨터 회사 위치에 오르게 된 거죠. 애플이 팬시한 디자인에 더해 폐쇄적인 독자 생태계를 갖는 구조을 지향하는 것에 대해 왈가왈부 말이 많은데, 그런 행보를 시작하던 시절과 애플의 역사를 되돌아 보면 애플은 그런 방식이 아니라면 시장에서 생존할 수가 없었던 회사였음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시장을 선도하지만 독자적인 기술에 기반을 두었던 애플사가 시장에서 퇴출 당할 운명을 바꾸기 위해서는 다른 선택이 사실상 없었습니다. 그럼에도 당시에는 "저렇게라도 해야겠지만 잘 되려나?" 생각할 정도로 성공 가능성도 장담하기 힘든 선택이었죠. 다행히도 그런 선택을 하게 한 잡스의 장인정신, 그가 비록 직접 엔지니어는 아니었지만 시장을 선도하는 기술에 자신의 디자인 철학을 접목시켜 고집스럽게 고품위 제품을 추구하고 관철시켰다는 점에서 충분히 장인정신이라 할 수 있는, 그런 잡스의 편집증이 시장에서 받아들여져서 성공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이렇게 PC와 애플이 역사를 보면, 잡스와 애플에게 독자적인(최초는 아닌) 디자인이란... PC시장에서 망해가면서도 집착했던 것이기도 했고, 망해가던 잡스와 애플을 되살려서 최고의 컴퓨터 회사 위치에 오르게 만든 것이기도 합니다. 따라서 삼성처럼 애플의 디자인을 흉내내면서 위협하는 제품을 만드는 행위는 애플과 잡스의 트라우마를 자극해 발끈하게 만들 만 한 것입니다. 초기 PC시장에서 애플이 저런 트라우마를 가지지 않게 스무쓰한 시장점유율을 계속 유지할 수 있었더라면 모든 게 달랐겠죠. 우리를 고통스럽게 만들었던 M$의 윈도우즈와 IBM-PC 호환기종도 사용하지 않았을 거구요. 모든 엉망이 IBM-PC 때문에 만들어진 상황인데, 그렇다고 딱히 IBM이나 누구 하나를 지목해서 잘못했다고 말하기도 그런 상황... 이 때문에 애플과 잡스 뿐 아니라 PC 사용자들도 고통스러웠던 역사... 이런 것들을 되돌아 보면, 비록 애플과 잡스에 동의할 수 없더라도 잡스와 애플의 귀환 덕분에 이제라도 우리 컴퓨터 삶의 긍정성이 많은 방향으로 변화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소프트웨어적인 측면에서... 회사가 제공하는 자체는 짜증하는 형태인 것은 애플이나 M$가 비슷하죠. 차이는... 꾸질꾸질한 M$에 비해 애플이 팬시하고 미래지향적이고 견고한 장점이 있는 반면, M$ 것은 꾸질꾸질함을 사용자가 메꿀 여지가 많지만 애플 것은 그게 힘들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저런 장점을 좋아하는 애플팬도 많지만, M$의 꾸질꾸질함을 직접 메꾸는 데 익숙해진? 길들여진 -_-; 사용자는 애플의 견고함이 완고함으로 다가와 짜증이 더 날 수 있습니다. 저도 그런 사람 중 하나이구요. 그렇게 짜증이 나더라도 애플의 장점은 인정하는 태도가 좋지 않을까 합니다. 이렇게 PC 역사를 살펴 보면서 그런 태도를 갖는 안목이 있다면 더 좋겠죠. ^^ ............................................................................... a drifter off to see the world there's such a lot of world to se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