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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arbages ] in KIDS
글 쓴 이(By): limelite (a drifter)
날 짜 (Date): 2012년 03월 27일 (화) 오후 06시 53분 55초
제 목(Title): Re: 자충비 (세경본풀이)


구전설화란 원래 이렇다 생각하면서 보시면 될 것 같네요. 저는 그렇게
생각하면서 봤더니 상당히 재밌던데요. 여러 전통설화에 조선시대 생활상과
제주도의 특수한 생활상이 섞인 내용이 흥미롭기도 했고요.
구전설화라는 게 그 자체도 내용에 일관성이 없기 쉬운데, 비슷한 내용의
여러가지 구전설화가 존재하는 상태에서 이를  문자화하면서, 그니까
채록하면서 또 이거저거 섞이기도 하죠. 문자화 과정 중에 이거저거 섞이는
이유에는 채록자의 부주의나 주관도 영향이 있겠습니다만, 비슷한 내용의
여러 설화가 있는데 그것들이 빠지지 않도록 안배해서 이야기를 정리하다
보면 아무래도 이거저거 섞일 수 밖에 없기도 하는 거죠.

제가 전에 북유럽신화를 읽은 적이 있는데요. 소설 '반지의 제왕'이 북유럽
신화에 크게 영향 받았다고 하지만, 저는 그보다는 영어 요일 이름이 게르만족
신화에서 나왔는데, 그 게르만족 신화 원형에 가까운 것이 북유럽신화라고
해서 "과연?"하면서 읽어봤습니다.
봤더니... 우리가 성경의 신화(!)나 그리스-로마 신화를 읽으면서 앞뒤 잘
안맞고 묘사가 엉성하다고 말들하는데, 그마저도 북유럽신화에 비해서는
양반이더군요. 오늘날 우리가 알고 있는 북유럽신화는 10세기 이후 아이슬
란드나 인근 북유럽지방에서 구전설화 등을 모아 적어놓았던 몇몇 문헌에
따른 것인데, 여러 이유로 그리스-로마 신화 정도의 완결성을 기대하기는
어려웠습니다.
읽은 책에서는, 10세기 이후 이전 시대의 구전신화를 채록하는 과정에서
유실된 내용도 많고 채록자에 의한 윤색(채록 당시 아이슬란드를 포함한
북유럽지역은 유럽에서 다소 늦긴 했지만 이미 기독교를 받아들여서 그들의
옛 신화를 더 이상 신봉 않는 상태)이 있었음에 주의해야 한다는 얘기도
있었구요.

이렇게 여러가지 문제가 있고 오늘날의 우리가 더 이상 그 신화를 신봉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옛신화와 전설이 의미 있는 이유 중 하나는 그것들을
통해서 우리가 당시 사람들이 믿고 따르고자 했던 신념, 생활상 등을 알 수
있기 때문이라고 읽은 책에 적혀 있었습니다. 저도 이것이 옛 신화와 전설을
대하는 좋은 태도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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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 drifter off to see the world
                                            there's such a lot of world to s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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