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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arbages ] in KIDS
글 쓴 이(By): limelite (a drifter)
날 짜 (Date): 2012년 03월 11일 (일) 오전 08시 24분 30초
제 목(Title): 조련돌


요새 우리나라에 아이돌 가수들이 팬을 조련한다며 조련돌이니 하는 말이
있는 모양이다. 아이돌 팬이 아닌 사람이야 "팬들 덕에 먹고사는 아이돌이
어딜 감히 팬을 조련?" 이러며 황당하게 생각할 수 있을텐데...
그런데 가만히 보면 가수 같은 연예인과 거리가 엄청 먼 IT산업에서도 이런
조련돌의 위치에 오른 사람이 있다. 사실상 유일무이한 인물 같은데, 바로
작년에 타계한 스티브 잡스다. 짐작했듯이...

깐깐하고 고집스러운 잡스의 지휘 아래 대단히 fancy한 디자인과 기능을
가진 제품을 연속해서 출시하면서 애플사는 아이돌스타 못지 않는 수 많은
광팬들을 거느리게 되었다. 그런데, 애플사 제품을 자세히 보면 이 fancy한
디자인과 기능이 어떤 견고한 틀 아래 유지 되고 있고, 이 fancy하면서도
견고한 틀에 맞추기 위해 제품의 기능과 자유도까지 제한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 trade-off가 납득 안 되는 것은 아니다. 다양한 사용자 요구에 모두
맞추면서도 fancy하고 일관된 제품 컨셉을 유지하는 방법은 사실상 없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경쟁사 M$의 windows 제품군이 너저분해진 이유 중
하나도 다양한 시장의 요구에 맞추려고 했기 때문이다. 그들의 제품철학?
M$가 이런 걸 가지고 있다고 말하기는 그렇고 제품컨셉! 에 '일관성'이
낮은 우선순위(우선순위에 없다는 뜻은 아니다)인 이유도 있지만...
새로운 윈도폰이 제품 사양과 디자인을 제한하는 정책을 도입한 것도
이 때문이다. 따라쟁이 M$ -_-;;;
어째거나 결과적으로 애플사 제품은 사용자가 견고하고 제한된 틀 안에서
사용하도록 만들어졌고, 그 틀 안에서 사용자가 만족감을 느끼고 길들여
지도록 만들어졌다.
그렇다. 애플사 그들... 아니 잡스 그는 사용자들를 '조련'하고 있었던
것이다.

대부분의 PC/스마트폰 사용자들은 이들 기기에 내재된 대단히 유연하고
다양한 기능 중 극히 일부분 만을 사용한다. 따라서, 대다수 사용자들에게는
저런 '조련'이 별로 불편하지 않다.
또, 원래 광팬들은 자신의 숭배대상을 합리화시켜주는 것을 미덕으로 여긴다.
따라서, 옆에서 보기에는 불순한 조련 의도, 부족한 기능 제약 모두가
이들에게는 오히려 찬양과 향유의 대상이다. 아이패드 같은 기기에 SD카드
슬롯도 없다고 불평해 보라. 카드리더기 좀 달면 되는 거 가지고, 매끈한
디자인을 감상하려면 그 정도는 감수하면 될 걸 가지고, 이런 답이 돌아온다.
(SD카드 리더를 별도로 부착하는 것이 덕지덕지 지저분하고 불편한 모양
아님? -_-;)
년전에 나도 이를 직접 대면한 적이 있는데... 어느 애플 광팬(이 글 보고
있으려나? ^^)에게 아이폰이 FM라디오 기능을 내장하고 있고 이 기능을
이용하도록 만드는 것에 비용과 디자인 일관성에 주는 부담이 크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사용자 편의를 외면하고 이용할 수 없도록 봉인한 잡스의 디자인
철학(! 여기는 철학 맞음)에 대해 불만을 얘기한 적이 있었다. 그러나,그
광팬은, 요약해서 말하면, design integrity를 보존하기 위해서는 당연하다며
강력 옹호...



갑자기 작년에 타계한 잡스 이야기를 꺼내는 것은... 이번에 애플사가 발표한
새 아이패드(The New iPad)에 대한 설왕설래 때문이다. 두께도 두꺼워지고
fancy한 기능이 안 보인다며 "잡스라면 이러지 않았을 것"이라는 불만이,
안티애플들 뿐 아니라 애플 광팬들 사이에도 나오는 모양이다.
글쎄, 이번에는 오히려 내가 "소문이 일찍 퍼져버려서 그렇지 10인치도 안
되는 화면에 그 엄청난 해상도를 구현한 것은 대단히 혁신적 아닌가? 이런
혁신적인 해상도를 위해서라면 두께에 대한 trade-off 정도는 납득할 수
있는데? 거기다 가격도 그대로잖나. 욕심이 너무 많은 거 아님? 그리고
'장마다 꼴뚜기 날까'라는 속담도 있듯이 애플이라고 매번 fancy한 소프트웨어를
발표할 수도 없잖아" 이렇게 옹호하는 생각이 들고, 애플사 움직이는 게 이제야
뭔가 편집증에서 벗어나 정상적으로 돌아가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뭐...
Jobsism에 조련? 되었던 교도들에게야 당연히 불만스럽겠지.
그러다 또 생각해 보면, Jobsism의 편집증이 아니었다면 10인치 안 되는
화면에 HDTV보다 높은 해상도를 올릴 혁신적인 생각을 안 했을 거다. 그니까,
지금처럼 애플사가 굴러간다면 새 아이패드 같은 상품을 다시 못 볼 수도
있는 거다.
어째거나 진짜 엄청난 편집증 아닌가? 새 아이패드의 해상도는 HDTV해상도도
아니고 아이패드2 해상도에 대해 정확히 2*2=4배이다. 이전 버전의 정수배
해상도 아니라도 그 정도 고해상도면 스케일링해서 맞추는 게 어렵지도
이상해 보이지도 않을텐데 -_-;;;


여러가지 생각이 오가면서 되새겨 보면 잡스가 참 대단한 인물은 맞다.
연예계와 전혀 거리 먼 IT산업에서 아이돌스타의 위치에 올라섰으니...
애플 제품 아니 잡스 제품을 싫어하고, 잡스 제품 따라쟁이들이 기능을
덕지덕지 붙인 ^^ 제품을 구입할 나 같은 사람조차도 애플의 신제품
발표회에서 또 무슨 fancy한 제품이 나올까 기대하게 만들던, 그 터틀넥과
청바지 편집증 환자가 가끔은 다시 보고싶기도 하다.

글고 보니... 나도 조련 당한 것임?!? -_-;;;




@보면 또... 잡스와 우리나라 조련돌 사이에 다른 공통점도 있더군. 우리나라
 조련돌의 팬이 대체로 여성인 것처럼, 잡스교도 역시 대체로 트렌디한
 여성으로 이미지화 된다는 것이다. 사실 "이 우아한 제품에 그깟 FM라디오
 SD카드슬롯이 중요해?" 이런 마인드는 다소 여성스럽지 않나?
 물론 여성만 잡스교도인 것은 아니다. 위에서 얘기했다던 애플광팬도 남자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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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 drifter off to see the world
                                            there's such a lot of world to s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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