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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arbages ] in KIDS
글 쓴 이(By): limelite (a drifter)
날 짜 (Date): 2011년 09월 05일 (월) 오전 07시 45분 46초
제 목(Title): 안철수 바람


1.

안철수라는 인물에 대해 사실 아는 것이 많이 없었던 상태에서
그의 서울시장 출마 소문을 접했을 때 판단을 명확히 하기 어려웠다.
막연히 그간 언론에서 그 자신이 직접 했던 말들을 토대로 생각할
때, 한나라당 수준의 보수는 아니겠지 하면서 나쁠 것은 없겠다는
(아무렴 현재 정치상황보다 더 나쁜, 참담한 상황이겠나 -_-)
생각을 했었지. 그런데, 그의 멘토라는 윤여준이 뉴라이트 계열이라는
이야기들이 여기저기서 나오면서 당황스러웠더랜다. 안철수가 그런
사람이었나? 그간 여기저기서 본인이 했던 이야기들은 헛된 인기
영합용 발언이었나?
아래 한겨레에 실린 조국 교수 인터뷰를 보고 나서는 그런 우려가
더 커졌다. 정말 안철수 바람은 제2의 문국현 바람일 뿐인가?

http://www.hani.co.kr/arti/politics/politics_general/494813.html

그러나 다행히, 오마이뉴스에 실린 안철수 본인에 대한 인터뷰를
보니, 안철수가 한나라당과 비슷한(그러나 다른 길을 가고 싶은)
정치성향일 거라는 오해는 불식시킬 수 있었다. 안철수를 진보성향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진보적 요구에도 귀를 기울이는 보수 즉 한국이나
미국의 민주당과 비슷한(그러나 다른 길을 가고 싶은!) 정치성향이라고
판단할 수 있겠다.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1622132&PAGE_CD=N0000&BLCK_NO=3&CMPT_CD=M0001

따라서, 조국교수가 판단한 '합리적 보수'라는 평가가 어느 정도
맞으며, 우리가 그간 판단해 왔던 안철수라는 인물에 대한 평가와도
부합한다. 그러나, 조국교수가 말하는 안철수의 정치 혐오증은
지나치게 단순화된 파악이고, 안철수는 '기성' 정치체계를 혐오하는
사람 중 하나로 분류해야 할 것이다.
이렇게 보면 안철수의 정치이념은 일반적인 남한사회 지식인의 정치
이념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 물론, 그 일반적인 남한사회 지식인의
정치이념 스펙트럼도 극보수적 정치혐오증부터 진보의 탈을 쓴 보수,
심지어 자신이 진보인 줄 착각하는 보수까지 넓디 넓기는 하다만...




2.

영화 '쇼생크탈출'(1994)로 유명한 미국의 배우 팀 로빈스(1958~)는
그의 첫 감독 작품이자 스스로 악역을 맡았던 영화 '밥 로버츠'
(1992)에서 현대사회의 선거를 A와 B 중에서 하나를 고르는 것이라고
착각하지만 사실은 A와 A' 중 하나를 고르는 것일 뿐이라고 역설했다.
선거가 서로 다른 둘 중 하나를 고르는 것 같지만, 사실은 그놈이
그놈이라는 의미다. 맞는 말이다. 미국에서 공화당:민주당이 A:A'이라면
한국에서는 한나라당:민주당이 A:A'이다.
팀 로빈스는 자신의 신념에 일관되어서 나중에는 민주:공화 양당구도의
미국 정치체계에 도전한 좀 더 진보적인 정당인 녹색당을 열렬히
지지했다. 그런데, 이 녹색당은 2000년 미국대선에서 민주당의 엘
고어가 공화당의 부시에게 근소한 차이로 패배할 때 엄청난 사표논쟁을
불러일으켰고, 그 부시정권이 미국 뿐 아니라 세계사에 엄청난 참사를
유발(! 도발했다는 근거는 없다 -_-)하면서 이 사표논쟁은 역사적인
것이 되어버렸다.

나는 심정적으로는 팀 로빈스의 선택을 지지한다. 그러나, 그의
선택이 현실적으로 옳았는가는 아직도 판단을 못하겠다. 옳은 생각을
가진 사람은 반드시 옳은 선택을 한다는 보장이 있다면 세상 살기
참 간단하련만...
엘고어가 대통령이 되었더라도 이라크전은 피하지 못했을 거다.
하지만, 9.11 참사는 피할 수 있었겠지. 지금처럼 해외여행 다니기
복잡한 상황이 되지는 않았을 거고, 심지어 지금처럼 미국에서
제3의 정당 운동이 침체되지도 않았을 거다.
하지만, 2000년 미국대선 상황에서 누가 저런 일을 예측할 수
있었을까? 현실의 틀에 한 없이 굴종하는 방식으로는 세상을
변화시키는 데 한계가 있다는 역사적 교훈이 어쩌다 잘못될 수도
있다고 누가 자신있게 주장할 수 있었을까?

진보진영에서건 보수진영에서건 기성 정치체계에 만족하지 못하고
제3, 제4의 길을 갈구하는 것은 요즘 정치풍토에서 흔한 일이다.
그리고, 현실을 인정하고 현실과 영합하는 성향이 강한 보수진영
사람보다는 진보진영 사람들이 이런 갈구를 현실화시키는 경우가
많다.
기성 정치체계에 들어가서 그 변화를 꾀하겠다며 그나마 귀라도
기울이는 A'에 대해 트로이목마 전술을 구사하는 것이 옳은가,
아니면 기성 정치의 틀을 버리고 제3의 길인 B를 현실화하는 것이
옳은가... 근시적으로 볼 때는 어느 쪽도 일관되게 효과를 보인
적이 없다. 때로는 A' 선택이 효과적이었고, 때로는 B를 선택하는
것이 효과적이었다. 한편으로는, 장기적으로 봤을 때 A'을 선택한
것이나 B를 선택한 것이나 비슷하게 효과가 있었다.

참 쉽지 않은 선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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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 drifter off to see the world
                                            there's such a lot of world to s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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