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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쓴 이(By): sjyoun (윤 석 주)
날 짜 (Date): 1994년03월24일(목) 14시18분12초 KST
제 목(Title): 22일자 한겨레 신문을 보라


 23/ 66   3/22 19:53 [남북대화] "서울 불바다"북한발언 텔레비젼방영되기까지

   지난 19일의 특사교환을 위한 8차 판문점 실무접촉은 남북관계를 크게 
  후퇴시킨 회담으로 기록될지 모른다.

   “전쟁을 선포하는 거요?”

   “당신이 먼저 전쟁을 선포했잖아. 서울은 여기서 멀지 않아. 전쟁이  
  나면 서울도 불바다가 될거요. 송 선생도 무사하기 힘들거요.”

   이날 접촉에서 남쪽 수석대표인 송영대 통일원 차관과 북쪽 수석대표인
  박영수 조평통 부국장이 주고 받은 이 대화는 그날 저녁 9시 뉴스를 타고
  전국에 방영됐다. 그리고 지금 남북관계는 패트리어트 미사일 배치와 핵 
  확산금지조약 탈퇴강행 경고 등 대화와 협상의 논리가 아니라 대결과 안 
  보의 논리가 지배하는 상황을 맞고 있다.

   특히 화면은 흐릿했지만 현장을 생중계하듯 생생하게 전달된 북쪽 대표
  의 `극언'은 남쪽에 대한 협박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이었다.

   국민의 불안심리를 증폭시킬 수 있는 그런 내용을 아무 여과 없이 방송
  을 통해 보도하도록 한 이유가 무엇인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금까지 7차례 접촉에 이르기까지 회담장면이 보도된 적은 한번도 없 
  었다. 회담 전 나누는 인사말만 보도진과 카메라에 공개될 뿐이었다. 북 
  한의 발언이 종전의 `위협' 수위를 크게 넘어서는 것이었음은 사실이다. 
  그러나 회담장면을 담은 비디오테이프를 방송국에 건네준 정부의 조처도 
  극히 이례적이다. 게다가 이날의 회담은 여느때와 마찬가지로 `비공개'로
  진행됐다.

   판문점의 남북접촉은 비공개로 진행되더라도 부총리 겸 통일원장관, 청
  와대 외교안보수석 등 관련부처 책임자들은 회담의 진행과정을 지켜볼 수
  있도록 돼 있다. 이는 회담중에라도 상대방의 입장에 따라 새로운 지침을
  내리거나 신속한 대책을 세우고 회담진행을 평가하기 위해서다.

   북쪽지역 통일각에서 회담이 있을 때는 화면은 없이 말소리만 들을 수 
  있지만 남쪽지역인 평화의 집에서 할 경우엔 폐쇄회로 텔레비전을 통해  
  목소리뿐만 아니라 화면도 볼 수 있다. 이 폐쇄회로 텔레비전은 청와대와
  남북회담 사무국, 국가안전기획부에 설치돼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마침 8차접촉은 평화의 집에서 열렸다. 폐쇄회로 텔레비전을 통해 회담을
  모니터하던 정책 당국자들도 박영수 북쪽대표의 `서울 불바다' 발언을 똑
  똑히 들었다.

   정부가 이 내용이 수록된 비디오테이프를 방송사에 제공하기로 결정한 
  과정은 상세하게 알려지지 않고 있다. 그러나 정부가 북한의 문제발언을 
  `생생하게' 국민에게 전하겠다고 마음먹는 데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 통일원이 회담이 끝난 지 3시간이 채 지나지 않은 그날 오후 2시께 당 
  시 회담을 취재했던 방송기자들에게 폐쇄회로 녹화테이프를 방송하는 데 
  기술적인 문제는 없는지와 언제까지 주면 방송이 가능한지를 물어왔다.  
  이는 남쪽이 비공개로 한다는 남북의 합의를 깬 것이 아니냐는 문제제기 
  에 대해 북한도 회담내용을 공개했다는 통일원의 설명을 궁색한 것으로  
  만든다. 북한이 8차접촉을 상세히 보도한 것은 다음날 저녁 9시 <중앙방 
  송>이었다.

   통일원의 한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북한이 그런 위협적인 발언을 했 
  다는 사실을, 있는 그대로 국민에게 전하기 위해 비디오테이프를 제공했 
  다”고 밝혔다.

   그날 한 방송사 간부는 기자가 가져온 2분40여초 분량의 테이프를 보고
  청와대 등 관계부처에 과연 이런 내용을 보도해도 되는지 물어봤다고 한 
  다. 청와대의 답변은 “우리도 그런 사실에 대해서 알고 있다”는 것이었
  다. 이어 지난 21일 열린 안보관계장관회의에서는 배치여부를 놓고 논란 
  을 빚던 패트리어트 미사일의 배치 결정이 발표됐다. 강태호 기자
** 본문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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