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freeeXpression ] in KIDS 글 쓴 이(By): staire ( 강 민 형) 날 짜 (Date): 1996년04월25일(목) 03시30분31초 KST 제 목(Title): [hajin님께] 의미가 없다니요... 우연의 산물이라고 해서 의미가 없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우리 주변의 삼라만상은 그 자체로서 존귀합니다. 그 이면에 숨은 '그 무엇'이 있어야만 비로소 의미를 갖는다고 생각지는 않습니다. 저는 인간이 물질 덩어리라고 생각합니다. 인간의 사고작용은 전기화학적 현상에 불과하다고 믿습니다. 인간은 동물과 근본적으로 다를 바 없다고 생각합니다. 인간은 망망대해에 떠 있는 조그만 뗏목인 지구 위에서 우연히 발생하여 이 좁은 세계에서 잘난 듯 뻐기고 있는 기생충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인간을 사랑하며 스스로가 인간임을 기뻐할 수 있습니다. '인간은 자연과 다른 그 무엇을 폼고 있다'라는 명제가 인간의 존귀함에 대한 필요조건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한 발 더 나아가서 인간만이 존귀하다고 생각지도 않습니다. 발끝에 채이는 보잘것없는 돌덩이 하나에도 존귀함은 숨어 있습니다. '길가에 버려진 돌'은 보잘것없고 '머릿돌'은 존귀하다는 식의 차별을 벗어보시지 않겠습니까? '기와 한 장이 떨어져 깨어지는 소리에 마음이 아프다'는 어느 동양철학자의 사랑, 전 우주를 대상으로 한 거대한 스케일의 사랑은 과연 의미없는 것인가요? 저는 하진님께서 저의 이러한 세계관에 쉽게 동의하시리라고 기대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어느 편의 세계관이 더 우월하고 저열한가를 굳이 분변하지 않겠습니다. 다만 저같은 세계관을 가진 사람, 인간이 기계임을 인정하면서도 그 인간으로부터 의미를 찾고 사랑하고 기뻐하고 슬퍼하는 사람도 얼마든지 있음을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 ----------- Prometheus, the daring and endurin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