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freeeXpression ] in KIDS 글 쓴 이(By): Luka (<RETURN>) 날 짜 (Date): 1996년03월27일(수) 06시08분24초 KST 제 목(Title): 향수 나의 고향은 강원도이다. 고향이라는 말을 뜻에 맞게 제대로 쓰는 것인지는 모르겠다. 태어난 곳과 같은 뜻으로 습관처럼 쓰고 있다. 가장 오래된 기억속의 고향은 온 벌판이 하얗게 눈으로 덮힌 그리고 거무스레 회색으로 느껴지는 뒷산이 있는 곳이었다. 어렸을 적에 그러니까 국민학교에 들어가기 전까지 그곳에서 자랐다. 특별히 기억나는 친구는 없는 것 같다. 별로 뛰어놀기를 좋아하지도 않았을 뿐더러 아버지 서가만 뒤지면 온갖 책들이 하나가득 쏟아져 나왔었으니까. 요즘 부쩍 고향에 가고 싶다. 강원도중에서도 속초근방의 해안가인 나의 고향은 떠오르는 태양도 아름다운 곳이다. 먼곳에서 부터 붉게 이글거리며 타오르는 주황빛 태양은 넘실대는 파도와 걸맞는 신의 예술이다. 누가 내게 고향하면 제일 떠오르는 것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동해바다와 태양 흰눈 개울가 그리고 설악 이정도가 될까? 어렸을적에 서울에 전학갔을 때는 그러니까 국민학교 5학년때 그때는 누가 고향이 어디냐고 묻는 것이 그렇게 싫을 수가 없었다. 철부지 어린아이들이 별뜻없이 "시골아이" "촌놈"이라고 불러대는 것이 싫었기 때문이다. 체육시간만 되면 "너는 시골서 잘 뛰어다녔으니까 달리기 아주 잘하겠다" 이런 말을 듣기가 일수였고 사회시간엔가 "속초에는 우리나라 유일의 석호인 청초호..." 이런소리가 나와서 온 시선을 끌기도 했었다. 그때 만해도 서울과 일부 지방을 제외하고는 텔레비젼이 나오지 않을 때여서 짖궂은 녀석들은 이런저런 만화영화 본적있느냐고 일부러 묻기도 했었고 아뭏든 여러이유로 서울서 태어나지 않은 자신을 무척 부끄럽게 생각했었던것 같다. 반면 방학이 되어서 고향에 가면 고향 친구들에게 자랑스레 서울이야기를 해대곤 했다. 그러던 것이 어느덧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에 다니게 되자 점점 생각이 바뀌어갔다. 못살면 어떠냐. 경치좋고 물맑은 내고향이 최고지 하는 어떻게 보면 무척 자연스럽고 정당한 뱃장도 생겼고 때맞춰서 무슨 관광개발이 되는 바람에 속초라는 곳은 예전의 못살던 뱃사람들의 항구가 아닌 산뜻한, 대한민국에서 가장 깨끗한 관광지로 알려져서는 어느덧 "내고향이 속초입니다"하면 그 반응은 "그렇게 좋은 곳에?" 하는 부러움이 된 것이다. 하나 아쉬운것은 너무나 몰려드는 사람들과 그들이 버리고 가는 쓰레기 그리고 고약한 도회지 인심... 언젠가 잠시 한국에 돌아간 적이 있었다. 방학을 이용해서... 그때 고향집 앞에 넓게 펼쳐진 하얀 모래사장을 아버지와 함께 걸었었다. 어느덧 나보다 더 내려다 보이는 아버님의 어깨. 예전엔 한참 올려다 보이던 아버님의 어깨가 그날따라 그렇게 왜소해 보일 수가 없었다. 그래 고향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것은 아버님의 모습이다. 평생을 중고등학교 교사 생활을 하셔서 고향의 군내에 제자들로만 수천을 두신 아버지. 아침마다 일찍 일어나셔서는 떠오르는 해를 보며 멀리 떠나있는 아들 걱정을 하신다는 아버님. 이번에 한국에 가면 그 모래사장을 다시 걷고 싶다. 어떤 감각조차도 무뎌졌을 나이지만 고향이 주는 정감은 느낄 수 있겠지. 오늘따라 고향생각이 무척 간절하다. 견디기 어려울만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