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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쓴 이(By): hshim (맨땅에헤딩D)
날 짜 (Date): 1996년03월17일(일) 09시23분36초 KST
제 목(Title): 오늘 머리깎다


미국에 온지 8개월인데 그동안 이발을 지난 12월이 한번 했을 뿐이다. 그나마 
그때는 머리깎는 분이 내 긴머리가 아깝다며 조금만 깎아놓았기 때문에 길이에 큰 
변화가 없었다. 덕분에 얼마전에는 드디어 (태어나서 처음으로!) 내 머리카락을 
씹어볼 수 있었다. 근데 별로 맛은 없더군.

이 시골동네에는 한인타운이 없고, 당연히 한국인이 운영하는 이발소도 없다. 
그런데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대개 한국사람들이 자기 머리를 미국 이발사에게 
맡기기를 꺼리기 때문에 이곳에서는 몇몇 유학생 부인들이 이발기구를 갖춰놓고 
한국사람들 머리를 깎아주고 있다.

선배에게 물어서 이발하는 집에 전화를 걸어서 시간약속을 하고 갔더니 벽에 
거울을 걸고 그 밑의 바닥엔 비닐 깔개를 깔고 그 위에 의자를 놓고...그런 
식이었다. 머리를 깎는 도중에 애는 자꾸 울고...뭐 쪼들리는 유학생활에 돈좀 
보태자는 생각이겠지만, 그 아주머니 (라고 하기는 좀 젊은) 참 애쓴다 싶은 
생각도 들고...애는 우는데 편하게 앉아서 머리나 깎으려니 미안하기도 했다.

어떻게 깎을까 물어보길래 짧게 깎아달라고 했더니 가위를 대려다 말고 
괜찮겠느냐고 다시한번 다짐을 받았다. 아마 애써 기른 머린데 나중에 후회하지 
않겠어요? 하는 생각이었으리라. 그런데 그게 어디로 봐서 애써 기른 머리로 
보였을까.

하여간 모처럼 깔끔하게 이발을 하고 나니 세상이 달리 보인다. 깎아놓은 솜씨도 
제법 마음에 들고. 앞으로는 한달에 한번은 이발을 해야겠다. 지난번에 부모님이 
여기 오셨다가 내 머리를 보고 질겁을 하셨다. 그러면서 하시는 말씀: 머리가 
그렇게 길면 금방 빠져! 아마 대가리 굵은 아들놈한테 강제로 머리를 깎게 할 수는 
없으니까 나름대로 머리를 깎아야 하는 논리적인 이유를 들고 나오신 것이겠지. 
나야 뭐 대머리가 될 유전적인 소질도 다분하니까.

근데 정말 머리가 길면 쉽게 빠지는지 궁금하다. 그동안 그렇게 많이 빠진 것 
같지는 않은데...





 
상처받지 않은 영혼은 본 적이 없어요, 마음이 편하다는 친구도 알지 못하지요.
깨지지 않거나 굴복하지 않은 꿈도 듣지 못했어요.
하지만 괜찮아요, 나는 괜찮아요, 다만 뼛속까지 지쳤을 뿐.
집에서 이렇게 떨어져서는 즐겁고 유쾌할 수 없지요. 이렇게 멀리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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