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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쓴 이(By): garfield ()
날 짜 (Date): 1996년02월15일(목) 23시29분25초 KST
제 목(Title): 설레이던 발렌타인 데이


이젠 한국 시간으로는 그게 조금 많이 지난 얘기겠지만, 여기선 어제 일이니까....

작년까지만 해도 발렌타인 데이..하면 괜스리 설레는 마음이 난 싱글이라는 

현실을 앞서 가곤 했는데, 단지 일 년 사이에 내 자신 어느새 세월을 따라 가고 

있음을 느끼게 되었다.

그 간의 줄거리야 어떻게 되었건..난 여전히 싱글이라는 전제가 있긴 했지만,

예전처럼 그럼에도 물구하고 마음이 설레는 일은 없었다.

학교 매점에서 아이들이 여자친구 혹은 남자친구 없음을 한탄해 하며 어떻게 

발렌타인 데이를 잘 보내볼까 궁시렁 궁시렁거리고 있을 적에도 난 마치 모든 것을 

초월한 사람마냥 싱글싱글 웃고만 있었다.

남자 같은거..지금 좀 없으면 어때...:)


날이 어둑해졌을 무렵, 아르마이트를 마치고 돌아가는 길에서 어느 일본인 청년을 

한 명 보았다.

그의 손엔 장미꽃 한 다발이 쥐어져 있었고, 그 꽃들은 이제 얼마 안 있으면 그의 

애인의 손으로 넘어갈 듯 보였다.

그 사람을 보면서 굳어 있던 것 같은 나의 마음이 다시 설레인 건 왜일까...

이러지 말아야지 하면서 오른 전철 안에서도 꽃다발을 안고 있는 여자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고, 잠간 동안은 저 여자들처럼 꽃다발이 아닌 수퍼마켓 봉지를 

안고 가는 내가 처량하게 느껴지기도 했지만, 다음 순간엔..

피곤한 몸을 이끌고 가 현관 문을 열었을 때, 누군가에게서 카드 한 장이라도 

보내지 않았을까 하는 막연한 기대감을 갖게 됐다.

그런 생각으로 계단을 올라가 현관 문을 열기 전까지는..

나 나름대로 행복했었다.  비록 잠시였지만...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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