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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쓴 이(By): garfield ()
날 짜 (Date): 1996년02월03일(토) 00시46분44초 KST
제 목(Title): 무의식의 한 시간 반 


이젠 벌써 3일 전의 일이다.

병원복이라는 것을 처음으로 입고 전신마취를 했던 것이...

속 안에 아무 것도 입지 말라는 간호사의 말 대로 하고 나니 움직이는 것이 여간 

불편하지가 않았다.

수술(?) 여섯 시간 전에는 아무 것도 먹어서는 안 된다는 규칙을 어겼기에 난 할 
         
수 없이 맨 마지막 차례다.

장장 3시간여를 윤 정모의 '고삐'라는 책을 읽으면서 기다리자니, 드디어 내 

차례가 왔다는 거다.

이미 내 손 등엔 주사기 비스무레하게 생긴 게 꽂혀 있었고 수술실에 들어가니 

나에게 산소 마스크를 씌운다.

내 손 등을 통해서 무엇인가가 투입되고 있는 것이 느껴진다.
                 
저게 마취약이구나..정신이 가물가물해진다.

그 때 왜 갑자기 호랑이 굴에 가도 정신만 바짝 차리면 살아 날 수 있다는 말이 

생각 났을까..내 정신을 바짝 붙들고 있으려다가 난 수술실에 들어 온 환자임을 

자각하고는 내 정신을 그들 의사들에게 맡기기로 했다.
  
얼마가 지났나 보다.  누가 나를 깨우고 있네..

난 한 시간 반 동안 마취가 된 상태였고 그 사이에 나의 치아 여러 개가 빠져 

나가고 없었다.

또 그 시간 동안 나는 꿈을 꾼 것 같다.  

잊혀져 가고 있는 그 애 대한 꿈이었던 것 같은데..그게 너무나 슬퍼서 간호사들을 

앞에 두고라도 울고 싶은 지경이었다.

그러나 난 울지 않았고, 다시 더 자고 싶었지만 억지로 깨우는 그들의 수고를 져 

버릴 수 없어서 깨기로 했다.

깨어난 지 얼마 안 됐는데도 옷을 주섬주섬 챙겨 입고 나서는 나를 보고 간호사 

아줌마들은 strong girl이라고 했고 나는 속으로 그럼, 그럼..나야 건강빼면 남는 

게 없는 애지..하며 병원을 뒤로 했다.

여기선 그렇게 Day Surgery Unit이라고 하여 그리 큰 수술이 아닌 일들을 맡아서 

하고는 환자들을 집으로 당일에 돌려 보내기도 한다.

이제 나는 집에서 한  3일간을 뒹굴다가 학교엘 나왔는데..아직 마취가 덜 

풀린걸까..얼마전 열심히 하려 했던 의욕은 어데 가고 모든 것이 귀찮게만 

느껴진다.

게다가 난, 죽으로 연명하고 있으며 하품도 크게 못 하고 이빨도 제대로 못 닦는 

데다가 잇몸이 아직까지는 부어 있어서 입 속에 뭔가가 잔뜩 들은 것 같은 느낌을 

가지고 살고 있다.

그래도 몇 가지 내가 희망을 가지고 살 수 있는 것은..

나중에 아픈 게 다 가시면, 죽만 먹고 산 덕에 살이 빠져 있을 것이고..또 빠진

이빨들이 메꿔지면 (그게 금방은 아니더라두) 더 나아진 모습을 가지게 될거라는 
                                         
그런 생각들이다.  :)

그래두..지금 이 상태는 너무 싫다.  :(

하지만 또 다행인 것은..많은 고통이 내겐 지금 없다는 것이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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