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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쓴 이(By): sunbi (*****)
날 짜 (Date): 1995년12월06일(수) 03시13분40초 KST
제 목(Title): 쓸데없는 이야기 



가끔씩 나의 이야기에 나오는 이름이 하나 있다. "민아"라고 한다. 그 이름의 
주인공은 나에게는 사촌이 되나? 이모님 딸이니까 그렇게 된다. 그러나 그 아이의 
본명은 "민아"가 아니다. 편의상 붙인 이름일 뿐이다. 그러하니 행여 비슷한 
이름의 인물을 주변에서 보시더라도 오해 없으시기를...

이 이야기를 쓰게된 동기는 SNU보드에서 Staire님의 "전태일..."이라는 
글을 읽게 된데 있다. 지난 날을 되돌아 보게하는 글들중 하나였다. 알게 
모르게 70년대와 80년대를 살아온 사람들의 기억속에 자리하게된 어두운 사회의 
단면들... 그렇다고 내가 거창한 운동을 한 사람은 아니니 이 역시 오해 없으시기를 
바란다. 친구들을 따라 몇번 거리에 나가 돌팔매질 조금했다고 해서 운동권이라고 
불리울 수는 없지 않겠는가? 그저 지난일을 조금 기억하는 어떤 사람의 글이라고 
생각해 주시기 바랄 뿐이다.

민아는 K대학교 **교육학과에 적을 두고 있었다. 여자들에게 곧장 따라붙는 
수식어대로 얌전(?)하고 예쁜 그리고 활기찬 그런 여대생이었다. 그 아이가 대학 
2학년이 되었을 때였을 것이다. 이모님 댁에 모처럼 찾아간 내게 예전같은 평온을 
주지 않고 이런저런 시비조(?)의 논지를 펼치던 그 아이를 통해 그때보다 더 
이전의 옛날 나의 생활을 흔들어 놓았던 사건들을 떠올릴 수 있었다.

민아는 XX동이라 불리우는 산동네, 그후 달동네라는 좋은 말로 불리우는 곳에서 
야학을 하고 있었다.

-오빠는 대학 다닐때 데모도 한번 안했었다면서요?
우리 어머니는 이모님께 자식자랑을 잘하신다. 아들이 어디서 무엇을 하건 다 
좋은것으로 바꾸어 말씀하시는 특출난 재주가 있으시다. 그리고 그런 어머니 
생각에 데모나 운동같은 것은 별로 자랑스러울 것이 없다고 느껴졌을 것이다.

-그럼 학생이 공부해야지 무슨 데모야? 민아는 데모해?
그렇게 시작된 언쟁은  밤이 새도록 계속되었고.. 그 다음날도 다음날도 현재 
진행형으로 저녁시간마다 이어졌었다. 

그러던 어느날 끝에, 민아는 진이라 불리우는 아이의 이야기를 해주었다. 
염색공장에 다니는 아이... 중학교를 겨우 마치고 취직하여 가족을 부양하는 책임을 
짊어진 어린 소녀... 

-민아야 가난은 임금도 못말린댄다. 다 팔자지..안그래?

민아의 눈은 곱지 않았었고.. 조금 긴 시간동안 나를 빤히 쳐다 보았던 것으로 
기억이 된다. 이른바 선택된 사람들 축에 끼어있다고 생각되는 사촌의 입에서 그런 
말이 나오리라고 생각지 못한 것일까?


***
80년대 초... 진이라는 아이는 그때에도 "선이"라는 또다른 이름으로 P라는 서울의 
다른 곳에서 염색공장대신 봉재공장을 다니고 있었다. 진이와 마찬가지로 선이도 
야학에 다니고 있었음은 물론이다. "산업체 야간 학교"라고 불리웠던 것이라 
기억난다. 민아라는 예쁜 여선생님 대신 H라는 남선생이 가르치고 있었고... 

몇일째 텅비어 있는 선이의 자리를 보고 H는 궁금증을 누룰수 없었다. 다른 
학생들은 가끔 결석도 하곤 했었지만 선이는 단한번의 결석도 없었던 것이다. 여기 
저기 물어 찾아간 그녀의 공장에서 H는 선이가 절도범으로 경찰에 잡혀갔었으며 
공장을 관둬야 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선생님 죄송해요...
애석하게도 선이는 소년원으로 보내어 졌다. 선이라는 아이가 우리가 환상적으로 
지니고 있는 착하고 예쁜 그러나 오직 집안만이 가난한 그런 아이는 아니라는 것을 
말하고 싶다. 그저 평범한 잘생기지도 못생기지도 않은 그저 평범한 여자 아이였을 
뿐이다. 그 아이가 소년원으로 보내어 졌던 공식적인 이유는 그 이전에 있었던 또 
한번의 절도사건 때문이었다.

그후 그 아이가 발붙일 곳은 C라고 불리우는 서울의 어느한귀퉁이 기차소리 요란한 
그런 곳의 뒷골목이었다. H에게 야학교사라는 것을 집어치게한 사건이었다. 불우한 
학생들을 가르친다는 이유자체가 철저한 위선이요 자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빵을 
주지 못한다. 배고파서 죽어가고 있는 사람에게 빵을 주지 못한다. 그러면서도 빵을 
만드는 법을 가르쳐 주는 것이 근본적인 도움이라고 믿고 있는 허울좋은 위선...

선이가 훔친 것... 아니 미수에 그친 그 절도 사건의 작물은...
2000원정도 되는 동전들과 손바닥만한 곰인형이었다. 동생의 손에 들려주고 싶었던 
자신이 만들고 있던 작은 곰인형... 

***

-오빠는 어쩜 그렇게 눈꼽만치도...
-민아야 세상은 바뀌지 않는것 같아. 너가 아무리 그래도 세상은 변하지 않을거야
민아는 더이상 말할 것도 없다는 듯 문을 소리내어 닫고는 자기 방으로 들어가 
버렸다.

그때 80년대 초의 어느날...서울시 어느곳의 S사 공장에서는 곡괭이 자루를 거머쥔 
한무리의 젊은 청년들이 인상험악한 머리를 깎아 밀어붙인 사람들과 공장정문을 
사이에 두고 고함을 질러대고 있었다. 그중에는 H의 모습도 보였다.

[끝]



그리고 십여년의 세월이 흘렀다.
이제는 세상이 변하려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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