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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쓴 이(By): ardor (_김이영_)
날 짜 (Date): 1995년10월16일(월) 01시28분06초 KST
제 목(Title):  [간 큰 남자] 시리즈 다시보기.




요새 [간큰남자] 라는 티비 프로그램도 있더군요.
좀 때지난 얘기일수도 있지만....그냥 웃고넘기기엔 머리속에 훑고지난가는 생각이 
복잡해서 올려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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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온곳 : 여성문화예술기획 소식지 95년 9월
글쓴이 : 박미라
제목 : 유머 속의 지배담론 - 간큰 남자 시리즈

  요즘 '간 큰 남자'들이 장안의 화제가 되고 있다. 얼마전 유행했던
 '참새시리즈'나 '덩달이 시리즈'와 같은 우스개 소리의 일종으로 사
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고 있는 '간 큰 남자 시리즈' 속의 남자들이 바
로 그들이다.
  하지만 '간 큰...'은 전자의 시리즈물과는 좀 다르다. 그저 실없는
우스개 소리로 흘려버리기엔 뭔가 석연치 않은 구석이 있다. 이 이야
기에 등장하는 남자들은 실은 그리 간 큰 사람들이 못된다. 예전이라
면 지극히 평범했을 남자들이 어느래 '간 큰 남자들' 즉 겁없이 날뛰
는 사람들이 되어버린 것이다. 그 예를 들어보면 다음과 같다.

  요리도 못하는 남자
  밥상 앞에서 반찬 투정하는 남자
  밤늦게 귀가해서 밥달라고 하는 남자

  이 정도까지 들은 여자들은 재미있고 통쾌해서 고개를 끄덕여 가면
서 웃을 만 하다. 세상이 변해서 요즘 이런 류의 남자들이라면 여자들
에겐 충분한 결격사유가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다음의 예들에서는 남
자들이 지나치게 엄살을 부리고 있다는 심증을 버릴 수가 없다.

  아침에 밥 달라고 식탁에 앉는 남자
  아내가 보는 앞에서 텔레비전 채널을 바꾸는 남자
  아내가 외출할 때 어디 가느냐고 물어보는 남자
  어젯밤에도 안했는데 오늘 밤도 그냥 자는 남자

  우리 사회에서 아침에 밥 안차려주고도 당당한 여자, 남편에 앞서 
텔레비전 채널권을 가지고 있는 여자, 말도 없이 외출하는 걸 당연하
게 아는 여자, 성적인 요구를 당당하게 하는 여자가 과연 얼마나 되느
냐는 것이다. 물론 우스개라는 것이 보편 타당과 거리가 먼 것은 사실
이지만 '간 큰...'은 좀 달랐다. 그것은 예외적인 상황을 설정해 웃음
을 터뜨리게 한 기존의 방식과는 다르게 시작했기 때문에 후자의 예들
은 황당하다. 그런데 다음 단계는 엄살과 과장이 더욱 심해져 듣는 이
로 하여금 쓴 웃음을 짓게 한다.

  아내가 꾸짖느데 자진해서 무릎 꿇지 않는 남자
  밤늦게 들어온 아내에게 어디 갔다 왔느냐고 감히 물어보는 남자
  아내에게 전화를 건 남자에게 "누구냐"고 묻는 남자

  어쨌건 이 '시리즈'가 말하는 바는 이렇다. '이전 시대에 지켜져 왔
던 남녀간의 질서, 남성과 여성의 역할과 권위가 완전히 뒤바뀐 상황
이 왔다'고 주장한다. 그래서 이 이야기 속의 남자들은 상당히 위축된
예전의 여자들의 모습을 하고 있으며 심한 대목에 가서는 학대를 받고
있다는 인상을 강하게 풍긴다.
  그리고 이 '시리즈'는 또 기존의 '시리즈'들과 다른 몇가지 특성을
나타내고 있다.
  첫째 기존의 것들이 대부분 10대에서 20대 젊은이들 사이에서 회자
되었다면 이번의 '간 큰...'은 30대 이상의 남녀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30대 이상이라면 결혼생활의 '쓴맛'까지도 어느 정도 맛 본 나
이일 것이다.
  두번째는 남자들과 여자들이 서로 다른 의미로 해석하고 받아들인다
는 점이다. 남자들의 경우는 "우리 꼴이 이래서야 되겠느냐"는 각성촉
구용이나 요즘의 자신의 모습을 돌이켜 보면서 자조용으로 생각한다. 
또 "이 이야기를 통해 나날이 위축되어가는 자신들의 모습을 여자들이
제대로 알아주었으면 좋겠다"는 의미의 대여성 호소문이라고도 말한다.
그러나 여자들은 사뭇 다르다. 일단 "통쾌하다"는 반응들이 대부분이
다. 즉 그 시리즈는 여성들의 심정을 대변해 주고 있어서 인기가 있다
는 것이다. "실제로는 그렇게까지 못하더라도 대리만족을 느끼게도 해
주며" "머지않아 그럴 날이 올 것이라는 암시를 남자들에게 하고 있어
기분이 좋다"는 반응들이다. 즉 남성과 여성이 각자 제식으로 받아들
이며 그 시리즈를 환영한다. 즉 남성 집단과 여성 집단이 서로 다른 
의미에서 이 시리즈를 만들어내고 서로의 이익에 근거해서 상대편 성
과 의사소통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여성의 시각으로 이 이야기에 접근하려는 사람들은 그렇게 
낙관적이지 않다. 과연 지금의 가부장적인 사회가 그렇게 쉼사리 변할
것인가 하는 것이다. 기득권자인 남자들이 차지하고 있는 부분이 아직
도 엄청난데 열 개 가지고 있는 자가 한 개를 가지고 있는 자 앞에서 
너무나 심하게 엄살을 부리고 있는 것은 아닌가라는 주장이다. 그래서
결국 '간 큰 남자'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간 큰 여자'에 대한 비아
냥이라고 해석해야 마땅할 것이라고 말하는 이도 있다. 이들은 '현실
의 변화에 대한 반영이라고 보기에는 아직도 여자들의 상황이 비관적
'이라며 고개를 내젓는다.
  이 '간 큰...'의 문제점은 또 있다.  '언어의 폭력성'이 그것이다.
간 큰 남자 속에 보여지는 간 큰 여자들이 어떻게 해서 그렇게 되었는
지에 대한 설명 없이 현상만을 드러낼 때 여자들은 '무지막지한 인간'
으로 묘사된다. 마치 미저리처럼... 실제로 이 '시리즈'에서도 남성의
아픔과 설움은 잘 드러나는데 여성의 그것은 전혀 보이질 않는다. 즉 
여성의 대상화가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전체 사회구조 속에서 가부
장제가 맹위를 떨치고 있을 때 여성의 저항의 몸짓은 남성의 시각에서
왜곡되거나 '건방진 것' 쯤으로 치부된다. '간 큰 남자 시리즈'도 이 
그물에서 벗어날 수는 없는 것이다.
  과연 '간큰 남자 시리즈'는 여자들의 것인가 아니면 남자들의 것인가. 



 

                                ardor 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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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rdor@sol.nuri.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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