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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freeeXpression ] in KIDS
글 쓴 이(By): yimjr (Nemesis)
날 짜 (Date): 1995년07월22일(토) 21시54분38초 KDT
제 목(Title): 가을에...



가을로 가는 기차를 타고... 사람마다 목적지는 다를 수 있다. 어떤이는 겨울로 
가고 어떤이는 봄으로 간다. 각자 자신의 제일좋은 추억의 계절을 향해 가고 있다.
내게 그것은 가을이라고 말하고 싶다. 지금은 말이다.

내가 태어난 곳, 자란 곳 그리고 인생의 가장많은 시간을 보낸 곳은 지금은 
잔인하다 싶을 정도로 개발이라는 상처를 입은 속초이다. 내가 어렸을 적 그곳은 
전국에서 가장 인구가 적은 도시였었다. 잘 아시다시피 그곳은 항구도시이다. 
파란 동해를 끼고 설악이라는 명산을 옆으로 한 내가 다녀본 전세계 어느 곳 어느 
관광지 보다 아름다운 곳이다. 새벽녘 선잠을 깨우는 뱃고동소리...붉은 태양을 
받으며 걷는 등교길... 방과후 동무들과 놀던 호수가...

어느 가을날의 일이다. 그때만해도 시에서 조금만 벗어나면 누런 논을 볼 수 
있었다. 메뚜기를 잡아 병에다 넣어 집에 가져오는 일을 심심찮게 할 수 있었던 
시절이기도 했다. 중학교에 다니던 준기라는 형을 따라 그날도 메뚜기를 잡으러 
길을 떠났다. 한 여섯이서 도시락을 옆에 끼고 보무도 당당히 길을 걸었다.
비포장도로를 걷다 보면 간혹 허름한 초가집이 보인다. 그러면 누가 먼저라고 할 
것도 없이 돌맹이를 집어 던진다. 물론 사람은 살고 있지 않다. 경제집중의 결과로 
서울로 떠난 사람들이 살던 집이기 때문이다. 그럭 저럭 논이 펼쳐져 있는 곳에 
이르게 되고 우리는 대장의 지시에 따라 메뚜기를 잡기 시작 한다. 그러다 
시냇가로 가서 미꾸리같은 것들을 운좋게 잡기도 한다. 

우리들중에 창식이라는 친구가 있었다. 얌전하게 생긴, 실제로도 무척 착한 
아이었다. 다른 많은 아이들이 그랬듯이 그아이의 아버지도 배를 타고 바다로 나가 
고기를 잡는 어부였다. 당연히 생활은 무척이나 어려웠었고... 얼마 안되는 
육성회비를 내지 못해 선생님한테 부모님 모셔오라는 소리를 당골로 듣던 아이었다.

얼마만큼 병이 찼을때 우리는 모여앉아 도시락을 먹기 시작했다. 파아란 하늘에 
빨간 고추잠자리들이 뱅글뱅글 맴도는 가을 날이란... 그 장면은 지극히 평온하고 
아름 다운 모습이었으며 그 시절 그러한 가을 날의 기분은 십여년이 지난후 강원도 
어느 산골에서 다시한번 느껴볼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그것은 병영을 뒤로하고 
떠난 첫휴가 길 논두렁에 걸터앉아 버스를 기다리며 올려다본 하늘이었다. 그 때 
그 십여년전의 어린시절을 기억해 내고는 한참을 스산함에 저미는 가슴으로 
우두커니 앉아있었다. 그 이야기는 나중에 기회 있는대로 쓰기로 하자.

해가 늬엿늬엿 산뒤로 숨을 때... 우리는 이런저런 이야기로 앞서거니 뒷서거니 
집으로 향했다. 창식이는 무척 기분이 좋았나 보다. 평소에는 말없던 그아이도 
이런저런 이야기를 많이 하였으니 말이다. 나는 내 병을 창식이에게 주었다. 집에 
가져가 봐야 별로 반기지 않을 어머니때문이었기도 했지만, 어린 마음에 그것이 
그에게 도움이 되리라고 생각한 것이 더큰 이유일것이다.

그날밤 늦게 밀려온 태풍으로 시내 바닷가는 온통 거센 파도가 밀려들고 있었다. 
철없던 나는 그 이야기책에 나오는 거센 바다가 무척좋았다. 와! 그래 더 거세게 
밀려와라...  그 아름다운 파도가 나의 이웃에게 주는 고통을 모르는체...

그때 많은 어선들이 돌아오지 못했다. 안타깝게도 창식이의 아버지가 탄배도 
그중에 끼어있었다. 그리고 ... 그는 학교에도 나오지 않았다. 단지 그 아이가 
전학을 간다는 소식과 그 수속을 위해 학교에 오신 그의 어머니를 먼 발치에서 
볼 수 있었을 뿐이다. 

우리 반 아이들은 십원짜리들을 하나둘씩 모았다. 그리고 그것을 전해주는 책임은 
반장이었던 내게 주어졌었다. 수소문해서 찾은 그의 집 마루에 그는 앉아 있었다. 
그저 교과서,혹은 동화에 나오는 이야기 처럼 이런저런 위로의 말을 건네는 나를 
물끄름히 올려다본 그 아이는... 그리고 파아란, 야속하리만큼 파아란 하늘을 
다시바라보기 시작하였다. 나도 보았다... 그 시린 파란 빛을...

지금 그는 무엇을 하고 있을까? 내게 가을빛은 파란 행복만이 아닌 시린 에머랄드 
슬픔일수도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떠나버린 그 아이...

이제 곧 가을이라는 역에 내가 탄 기차는 닿게 될 것이다. 기차에서 내려 가슴을 
펴고 하늘을 올려다 볼것이다. 어느곳에선가 나와 같은 모습으로 같은 하늘을 
올려다볼 사람들을 위하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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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머리에 붙입니다.

속초시는 그후 어항으로써의 기능보다는 관광지라는 것으로 이른바 발전이란 것을 
한것 같다. 그리고 세월이 흐른만큼 시절도 변했다. 어린아이들 혹은 젊은이들의 
행동양식도 많이 변했다. 가끔씩 나의 어린 시절과 지금 어린아이들의 그것 또는 
지금 젊은이들의 그것과 나의 그것을 비교해 볼 때 ... 여러분은 내가 일말의 
질투같은 것을 느끼리라 생각하십니까? 락카페다 해외여행이다 또는 자동차로 
전국일주? 자유로와진 교제? 아닙니다. 저는 제가 겪었던 여러가지 감정의 조각들 
그리고 그렇게 만들어준 그때 그시절의 환경들이 소중합니다. 이제 되돌릴 수 없는 
시간적 경제적 흐름이 있었습니다. 그것은 어쩔 수 없는 일입니다. 하지만 저의 
작은 바램은 그 아름다운 설악을 깎아 건물을 세우고 해변을 가로막는 호텔을 
지어대는 사람의 마음이 바뀌었으면 하는 것입니다. 저의 고향으로 여행하시는 
분들께 부탁 드리고 싶은 말씀이 하나 더 있습니다. 세상이 혼탁해져서 돈이 
모든것을 결정하는 듯 보이기도 하지만 그것은 그렇지도 않습니다. 부디 
젊은이로서의 기상못지않은 예의도 갖추어 주셨으면 합니다. 쓰레기도 버리지 
마시구요...저도 여러분의 고향을 여행할 때 무척 조심한답니다...
그럼 안녕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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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이 가면 가슴이 터질 듯한 그리운 마음에야 잊는다 해도 한없이 소중했던 
사랑이 있었음을 잊지말고 기억해 줘요 ........ -- 세월이 가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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