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freeeXpression ] in KIDS 글 쓴 이(By): jhnam (남 주희) 날 짜 (Date): 1993년12월11일(토) 18시50분29초 KST 제 목(Title): // 처음 타본 모범택시 // 추운 날씨를 무릅스고 검은 유리창이 깨진 쏘나타를 몰며 그저께 찾아갔던 정비공장에 다시 갔어요, 오늘 오전에. 반갑게 맞아주신 정비공 아저씨 덕분에 그래도 조금 위로가 됐다고나 할까, 하여튼 이런 사생활의 리듬을 깨는 일은 자주 않일어났으면 해요. 그것도 이번 참변은 제가 "온 몸으로 느끼는" BYC 속옷을 아프리카 우간다에 와서 자랑하듯 오렌지적인 글을 키즈에 썼었다는데서 비롯됐다는 점에 대해 무엇보다도 맘에 걸렸구요. 정말 저답지 않게 반성을 했다는 것, 모두들 기억해주시기 바래요. 그런데 저의 집에 돌아가려고 택시를 잡으려는데 좀처럼 서주질 않더군요. 설사 섰더라도 뛰어가서 "연희동!" 하고 외치면 파아란 연기를 저에게 내뿜고 도망가버리고, 아주 사람갖고 장난하자는 건지... 왠지 저도 모르게 가죽 뺏기기 직전의 밍크처럼 신경질이 나더라고요. 이럴땐 "두배!"라고 손가락질을 해야 탈수있는건지 저 나름대로 곰곰히 생각했는데, 멀리서 점잖은 검은 모범택시 한대가 소리없이 오지 않겠어요? 그것도 색깔 맞는 신사복으로 쫘악 빼입으신 운전수 아저씨가 몰면서 말이에요. 길앞으로 한발짝 나오니깐 마치 기다렸다는듯 살짝 서주시고, 아마 이렇게 여성의 심리를 잘 아는 남자를 만나면 난 행복할꺼야 하며 뒷좌석에 탔지요. 은은한 숲속을 연상케 하는 차안의 향기는 저의 피로를 싸악 씻어주었어요. 그리고 저도 모르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지요. "숨이 차신 모양인데 박카스라도 하나 드시겠읍니까, 손님?" 하고 운전수 아저씨가 저에게 물어 오셨어요. "아니요, 괜찮아요. 일반택시 잡느라 이리뛰고 저리뛰고 했거든요. 결국엔 못잡았어요. 아저씨, 그럼 연희동까지 부탁해요," 라고 하며 창밖을 내다 보았지요. "그럴땐, 손님, 엽서로 신고하세요," 하고 백미러로 그분은 말했어요. "엽서라뇨?" "교통불편신고 엽서죠. 한번 고발하면 그 택시운전수는 자동적으로 20일간 면허가 정지되고 20만원이란 벌금을 물게 돼죠," 하며 원효대교를 건너기 시작했어요. 전 순진한 목소리로 답했지요, "그럼 그 20만원은 제가 받게 되나요?" "하하하하!" 하며 속시원한 목소리로 웃으신 그분은 이렇게 말하셨어요, "보아하니 손님은 불란서에서 갓 오신 분 같으신데... 그 벌금은 국고에 드러갑니다. 동방예의지국인 우리나라 사람들은 의례 고집불통 택시운전수를 만나면 그냥 상냥하게 넘어가주는데, 그건 절대 안됩니다! 안돼죠, 안돼! 하나의 용서가 더 큰 사회문제를 불러 일으킵니다." 이때 건너편 길에 삼중 충돌사고가 나있었어요. "저것 보세요. 저렇게 무식하게 꼽살이 끼려다 사고를 냈잖아요, 저 택시," 하며 그분은 휴대폰을 걸기 시작했어요. "아, 여기 원효대교인데요, 북단에서 남단쪽 차선에 삼중 충돌사고가 났읍니다... 네? 아아, 저는 시민 '방차석'이라고 합니다... 네, 네, 잘부탁드립니다," 하고 모토롤라를 끄셨어요. 그리고 한 이분이 지났을 쯤, 라디오에서 아까 다리위에서 일어난 사고를 보고했지요. 정말 모범택시의 "모범"자를 실감했다고나 할까, 전 기분이 좋은 나머지 집앞에 섰을때 요금의 50%를 팁으로 드렸어요. 이다음에도 커피 한잔값밖에 않하는 모범택시를 공장에서 차가 나올때까지 애용하도록 굳데 다짐했지요. 키즈에 계신 여러분도 쫀쫀하게 돈없다고 하지 마시고 저처럼 이나라의 미래를 책임있게 짊어질 모범택시를 이용해주시기 바라면서 이만 줄입니다. ---------------------------------------------------------------------- 남 주희 � jhnam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