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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쓴 이(By): quick ()
날 짜 (Date): 1994년08월28일(일) 23시24분05초 KDT
제 목(Title): 나 이제 너를 보낸다. (2)



 여전한 거리, 여전한 사람들. 그렇게 길거리는 항상이라는 말이

 어울릴 정도의 경직성이 존재한다. 가끔 여기저기서 낡은 건물들을

 헐고 새 건물들을 짓는 모습들이 보이기도 하지만, 그것은 또다른

 여전함을 성립할 것을 앎에 거리는 그대로이다. 버스를 타러가는

 이 길에는 그러한 지겨울 정도의 여전함과 함께 길사이사이로

 터져있는 골목에는 덕지덕지 초라한 가옥들이 즐비해있다. 거리서

 튀어나오는 애들, 애들, 그리고 언제나 삶의 무게를 감당하기 

 어려워 자꾸만 커지는 안구를 간직하고 있는 그곳의 여인들의

 모습은 차라리 하나의 또다른 골목길이다. "빌어먹을, 어디를

 봐도 괜찮은 사람이 하나도 없어." 이렇듯 상투적인 그리고 속된

 말로써 거리의 풍경을 얼버무리려는 것은 그 이상의 생각은

 회의라는 것을 낳는다는 시대의 사실을 알기때문인지. 


  도대체가 버스라는 것은 전혀 즐겁지가 않다. 시도 때도 없이

 붐비는 것 하며, 시간이 지남에 따라 암기력을 필요로 하는

 요금, 그리고 냉난방이란 것은 상상조차 해서도 안되는 것이다. 

 졸고 있는 사람, 떠드는 사람, 신문보고 있는 사람, 창밖만

 멀거니 바라만 보고 있는 사람. 다들 각작의 모습과 표정을 

 지니고 있지만, 같은 버스에 타고 있다는 것 하나만으로 

 충분히 그들은 같다고 할 수 있다. "길을 걸으나, 버스를 타나

 이 역겨운 같은 모습들...씨발." 동일성이라는 것에 대한 은근한

 유혹, 또 그에따른 격렬한 부정이 다인것이다. 모든 것이 다름을

 알지만 또 모든 것이 같다는 의사 논리로 모든 것을 부정하려는

 모습에 간혹 모순이란 말로 염색을 할 수 있겠지만, 그냥 생각해

 봄이란 사상의 자유란 이름으로 흘러 보낸다.


  약속 장소에 이르렀다. 세련된 장식들, 그에 따른 세련된 옷가지를

 걸친 젊은이들이 잔뜩 저마다의 이야기들에 담배 연기를 싣고 있다.

 "윤철아 여기다 임마." 

 "어..그래.."

 호성이란 놈 농활을 갔다 왔다고 전화를 하더니, 갑자기 만나자는 것

 이었다. 

 "그래, 농활은 잘 갔다 왔냐? 어디로 갔다고 했냐?"

 "어..충남에 있는 작은 마을...야...말도 마라 고생만 하고 왔다."

 "짜식, 고생하러 간 거 아니었어?"

 피싯 소리에 호성의 얼굴이 순간 보이지 않더니, 입에서 푸우하고

 담배 연기가 쏟아져 나왔다. 그의 대답은 너무나 단순했다. 괜히

 자기도 농활이란 것에 대한 - 남들이 한번쯤은 다 가보는 데 자신만이

 빠질 수는 없다는 일종의 생각에 그냥 따라 갔는데, 일만하고, 재미는

 하나도 없으며, 도대체 농활가는 놈들이 다 대가리가 이상하게 된

 놈들이거나, 슈바이처의 망령에 홀린 놈들이란 것이었다.

 "임마, 그래도 명색이 사학과란 놈이 어떻게 그런 식으로 말하냐?"

 "웃기지 마! 난 말야 느끼지도 - 진정으로 느끼지도 않으면서

 깃발에 현혹되어 지 몸이 썩어가는 지도 모르고 지랄하는 놈들이

 역겨워. 뭐 농활을 그런데 비유해서 과장되긴 하지만 다 같은 거야.

 농활? 지랄들 하고 있네. 농촌에서 대학 졸업하고 살 놈들 있으면

 나오라고 해. 씨발, 다들 서울에 기생하며 그렇게 더럽더라도 살려고

 나는 거야. 우리의 농민..어쩌구...저쩌구.. 내가 왜 이렇게 흥분하는지

 알어? 그 까짓 며칠 일한다구 갤갤거리면서들 말이야. 아주 좋은 경험

 이었다느니 뭐 였다느니 하면서 그걸 단순한 자신의 경험의 창고에

 놓일 하나의 꺼리를 만든다는 거야. 난 대학에 농활도 했다. 그들의

 삶의 조건을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었다. 좆같이......"

  호성이와 까페에서 나가 가까운 소주집에서 술을 마셨다. 마셨다라는

 말이 주는 허약함에 퍼마셨다라고 하는 편이 나을 것 같다. 그러는

 그렇게 말했던 호성이가 싫지는 않았다. 아니다. 호성이의 말이 주는

 의미는 충격적이었다기 보다는 항상 숨기고만 싶어했던 사마귀같은

 것이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그래도 여전했다. 어둠만을 빼고 말이다.


* 나는 네가 아프다. 네가 내 밖에 있어서 아픈것이 아니라 니가 내 안에 있어서 
아프다. 너는 더이상 네가 아닌 너는 이미 나이다. 나는 네가 아프다. *
        Have you ever seen the shadow of shadow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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