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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쓴 이(By): clearsea (晴海)
날 짜 (Date): 2009년 08월 09일 (일) 오전 12시 24분 39초
제 목(Title): 한나라당을 쪼갤 수 있을 것인가?


한나라당은 이미 브랜드 가치를 갖고 있다. 그것은 박근혜가 대통령이 되려고, 
한나라당을 뛰쳐나올 상황이 되었어도 버텼던 것을 보면 짐작할 수 있다. 
따라서 한나라당을 전면 부정하거나, 아예 없애려고 노력하는 것은 
비현실적이다. 자유주의에서는 어떤 정당도 원칙적으로 허용되며, 그것은 
한나라당도 마찬가지이다. 더구나 한나라당을 지지하는 국민도 엄연히 
존재한다는 사실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 존재하는 정도가 아니라, 정당 지지도 
조사를 하면 지지율 1위를 계속 달리고 있지 않은가. 물론, 심정적으로는 꼴도 
보기 싫은 사람도 많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정치 현실은 냉엄하다. 

이 시점에서 링컨이 어떻게 대통령이 되었는지 살펴볼 가치가 있다.  내가 
최근에 적은 링컨 이야기를 그대로 인용한다. 긴 인용이지만, 중요한 설 
풀기이기 때문에 읽는이가 인내심을 발휘하실 것을 부탁한다. 출처는 서울대 
경제학부 이준구 교수 게시판이다. http://tinyurl.com/ahn-lincol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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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드디어 링컨 

그리 하야, 마키아벨리가 정치와 도덕을 구분한 것을 참조해서 링컨을 바라보면 
그 사람도 정치인이라는 데 착안하게 됩니다. 정치인의 합리성이 있죠. 
자유민주주의에서 정치인은 표를 바라보고 삽니다. 링컨도 그 점에서 다른 
정치인과 다를 것이 별로 없다는 것이죠. 그래서 @@씨 질문에 제가 예스도 되고 
노도 된다고 일단 답했던 것입니다. 거시는 이창용 교수에게 잘 배우셨을 테니 
제가 미시 부분을 설명드리겠습니다. 이준구 교수님이 계시면 미시를 저보다 
훨씬 더 잘 가르쳐 주시겠지만, 지금 부재중이라서 제가 대신하겠습니다.^^ 
성에 차지 않으시더라도, 사이비가 그 정도면 됐다는 평가를 해주시면 대단한 
영광이겠습니다. 

(2) 의제 설정 

이곳에 법을 전공하시는 분들도 오시니까, 제가 여쭤보고 싶은 것이 
있었습니다. 헌법재판소는 법을 다루는 곳입니까, 정치를 하는 곳입니까? 저는 
그것이 알고 싶었습니다. 아래에 고정논객 OO씨가 정성껏 정보를 줘서 큰 
도움을 받았습니다. 고맙습니다. 링컨이 법률가 변호사 출신이죠. 

위의 제 질문은 어설픈 의제 설정(agenda setting)입니다. 왜냐구요? 제가 
정치학 쪽 아닙니까. 당연히 정치도 하는 곳이다는 답을 기대한다는 것이 눈에 
뻔히 보이죠. 우리 정치사에서 최근의 대표적인 의제 설정으로 저는 “잃어버린 
10년”을 듭니다. 잃어 버렸는지, 아닌지 증명할 수가 없습니다. 그래도 제법 
많은 국민은 뭔가 상실했다고 느꼈죠. 마찬가지로 헌재의 관습헌법 논리 채택은 
정치학으로 분석하면 일종의 의제 설정입니다. 저는 어설픈 의제 설정이었다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그 당시 헌재 결정 소수 의견으로 나온 전효숙 재판관의 
의견서를 찾아서 한번 읽어 보십시오. 다수 의견보다 훨씬 논리적이고 
합리적입니다. 세상에 연성헌법도 아니고, 경성헌법을 채택하는 나라에서 
공화국도 아닌 왕조 시대 서울을 갖고 헌법 운운하는 것이 도대체 말이 
되느냐는 것이죠. 그런데 그것이 아니라고 증명할 수도 없습니다. 정치에서 
전형적으로 등장하는 의제 설정이죠. 

(3) 링컨의 의제 설정 

링컨이 대통령이 된 것이 1860년인데, 그 언저리의 링컨의 정치적 행보를 보면 
의제 설정을 잘했다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링컨이 대통령이 되기 전까지 
공화당 쪽은 이합집산을 거듭합니다. 당명도 여러 번 바뀌었죠. 

Federalist  =>  National Republican  =>  Whig  =>  Republican 

어떤 의제설정을 해야 선거에서 이길 것인지 공화당은 심각하게 고민을 
했습니다. 노예해방이라는 좋은 쟁점이 있기는 한데 전국 이슈로 만들기에는 
역량이 부족했던 것입니다. 그 즈음에야 농업 위주였으니까 남부의 입김이 
셌고, 그 여파로 공화당 쪽 일부도 표심을 잡기 위해서 갈대같이 흔들렸던 
경우도 있었습니다. 이때 링컨이 공화당의 구세주 역할을 합니다. 

미국이 서부로 팽창하면서 주들이 늘어났죠. 땅을 확보하면 모두 곧바로 주가 
되는 것이 아니고, 많은 경우 테러토리(Territory)라는 임시정부 형태를 거쳐서 
주가 되었습니다. 그 테러토리에 노예제를 허용하느냐 마느냐가 그 당시 초미의 
관심이었습니다. 그 문제를 일리노이주 연방 상원의원인 더글라스(Stephen A. 
Douglas)가 해결했습니다. 그것이 1854년 캔사스-네브래스카 법(Kansa-Nebraska 
Act)입니다. 내용은 테러토리 의회가 노예제를 허용하든 안 하든 알아서 
결정하라는 것입니다. 그래서 민주당이 바라고 있었던 대로 노예해방 이슈를 
로컬에 묶어놓는 데 성공했습니다. 민주당 상원의원 더글라스의 공으로 칩니다. 

그런데 캔사스에서 문제가 생겼습니다. 캔사스는 해방구(Free Soils)가 
되었는데, 연방 대법원의 판결에 의하여 흑인은 연방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걸지 
못한다고 결정해버린 것입니다. 그것이 1857년의 드레드 스캇(Dred Scott) 
판례입니다. 그 당시 연방 대법원을 남부 출신 판사들이 장악하고 있었거든요. 
모순이 생겼습니다. 해방구를 연방정부가 인정하지 않은 셈이니, 
캔사스-네브래스카 법의 연원이 없어져 버린 것입니다. 이 점을 링컨이 
파고들어서 노예해방 이슈를 전국화시키죠. 

그 방법은 다음과 같습니다. 1858년에 연방 상원의원을 선출하는 선거가 
있었습니다. 그 당시는 간선이라서 일리노이주 의회에서 선출하게 되어 
있었습니다. 민주당 대표는 현역 더글라스, 공화당 대표에는 삐쩍 마른 링컨이 
나왔습니다. 두 후보가 일리노이 전역을 돌면서 8차례 토론회를 했습니다. 그 
중 프리포트(Freeport)라는 조그만 도시에서 열렸던 토론회에서 링컨은 
더글라스에게 다음과 같이 묻습니다. 

“Can the people of a United States Territory, in any lawful way, against 
the wish of any citizen of the United States, exclude slavery from its 
limits prior to the formation of a state constitution?” 

음... 영어가 조금 고풍스럽습니다. 요체는 더글라스 당신은 테러토리가 정식 
주가 되기 전에, 연방정부의 반대에도, 노예제를 폐지할 수 있다고 생각하느냐? 
정도가 되겠습니다. 정확하게 위에서 설명드린 모순을 지적한 것입니다. 2년 
뒤인 1860년 대통령 선거에 대해서 더글라스는 관심이 많았습니다. 민주당 
후보가 되려면 남부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었죠. 그런데 일리노이주는 
북부에 있습니다. 그 당시 이미 민주당은 북부와 남부로 분열의 조짐이 
있었습니다. 저 질문에 예스(Yes)로 대답하면 더글라스는 상원의원직을 쉽게 
유지할 수 있지만, 남부 쪽의 외면을 받게 되는 것이었죠. 링컨이 설정한 
의제는 상원의원을 쉽게 계속 유지할래, 아니면 대통령에 도전해볼래, 둘 중 
하나만 골라 보라고 압박한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더구나 더글라스 자신이 
주도한 캔사스-네브래스카 법도 걸려 있죠. 결국, 더글라스는 쉽게 
상원의원직을 유지하는 쪽으로 결정합니다. 링컨은 회심의 미소를 지으면서 2년 
뒤를 기약합니다. 

1860년에 민주당은 쪼개집니다. 북부민주당은 더글라스를 후보로 내고, 
남부민주당은 자체로 다른 후보를 냅니다. 링컨의 의제 설정이 성공적으로 좋은 
결과를 얻었죠. 제16대 대통령으로 당선되었고, 노예해방을 이끌어 냈고, 그 
이후로 미국 정치의 주도권은 당분간 공화당으로 기울게 됩니다. 링컨이 사용한 
의제 설정은 의제 추가(Issue Addition)입니다. 공화당의 고민이 노예해방을 
전국 이슈로 끌어들여야 하는데 여의치 않았죠. 그런데 링컨이 프리포트에서 
토론 한번 잘해서 전국화시키는 데 성공했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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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은 이 글을 읽으면서 뭔가 느끼시지 않았는가? 약자 공화당이 
노예해방이라는 쟁점을 이용해서 강자 민주당을 쪼개고 그당시 미국정치 
주도권을 잡았음을 참조하면, 한나라당도 쪼갤 수 있지는 않을까라는 전략적 
생각은 혹시 하시지 않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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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민주주의 성냥불 이야기
http://ahnabc.blogspo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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