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freeeXpression ] in KIDS 글 쓴 이(By): hjchoi (최 항준) 날 짜 (Date): 1994년08월15일(월) 20시38분13초 KDT 제 목(Title): 왕십리 분원 비망록 (6) 차는 올림픽 대로를 따라 미사리 쪽을 향하고 있었다. 마몽드 선전에 나오는 이영애라는 여자처럼 너무 고양이처럼 앙 큼하게 생겨 별로 마음에는 안들지만 그래도 여자인지라 운전을 하면서 힐끔힐끔~ 옆을 쳐다보던 그의 눈에는 그녀가 차에 타기 전에 등에 매고 있었던 무릎 위에 놓여진 큼직한 철제 박스가 눈 에 띄었다. 거봉 : "그 박스는 뭐죠?" 여자 : "아~ 이거요? 제 삐삐예요..." 거봉 : "아니... 그렇게 큰 삐삐가 다 있나요?" 여자 : "그 유명한 북한제 모란봉 삐삐를 모르신단 말씀이예요? 이 삐삐는 말이죠... 감도가 좋기로 유명한 모토롤라 삐 삐보다 60배 더 감도가 좋은 삐삐예요... 쉽게 설명하자 면 지하 150 미터 암반층 밑에서도 받을 수 있는 삐삐예 요... 원래 땅굴 작업을 하는 북한전사들을 수령님이 호 출하기 쉽도록 특수하게 제작된 군용 삐삐라서 일반인들 은 구하기 힘들죠... 저도 사실 크기가 너무 커서 구입 하기가 망설여 졌는데요... 그 탁월한 감도에 반해서 사 고 말았어요... 전 제 삐삐가 울릴때마다 오르가즘을 느 껴요... 혹시라도 제가 지하철 같은 것을 타고 있거나, 압구정동 지하 까페에 있기 때문에 삐삐를 받지 못한다 면 그것만큼 슬픈일이 어디있겠어요? 저의 모토는 'Call me, everywhere, anytime...' 이랍 니다... 그래서 제 친구들은 저를 call girl 이라고 부 르기도 하죠... 하지만 오해는 마세요... 저는 사람들이 흔히 생각하는 그런 콜걸이 아니예요..." 이말을 듣고 거봉은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삐삐가 울리는 데 오 르가즘을 느끼는 여자라면 자신의 핸드폰으로 계속해서 삐삐를 쳐대면 간단하게 뽕~가게 만들수 있지 않은가? 거봉 : ('오늘은 복잡한 절차를 생략하고도 목적을 달성할 수 있 겠구먼... 으하하~') 거봉 : "우리 이렇게 만나게 된 것도 인연인데, 통성명이나 합시 다... 전 KAIST 왕십리 분원장 거봉이라 합니다." 여자 : "어머머~ 엄청난 사이코들만 들어갈 수 있다는 그 유명한 KAIST 왕십리 분원의 오야붕을 이렇게 직접 만나뵙게 되 다니... 설마 이거 꿈은 아니겠죠? 에잇!" 미지의 여인네는 허리춤에서 길이는 짧지만 폭이 얇고 꽤 날카로 워 보이는 사시미 칼을 꺼내더니 갑자기 자기 팔뚝을 주욱~ 그었 다. 팔뚝에는 이내 선명한 빨간 줄이 생겼다. 여자 : "앗~ 따가워라~ 호오~ 호오~ (상처를 부는 소리) 아픈걸 보니 꿈은 아니네요... 제 이름은 남주희라고 해요... 압구정동에서 어머님 의 상실 일을 돕고 있어요..." 섬뜩한 사시미칼과 그녀의 자해행위를 목격한 거봉은 그때부터 할말을 잃었다. 중부고속도로 입구를 지나 미사리 쪽으로 향해 가던 차를 그대로 유턴하여 다시 공항방면으로 틀어 시내방향으 로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빨리 떨쳐버리고 도망가고 싶은 심정이었다. 이 여자가 도대체 무슨 짓을 할 지 예측할 수 없었다. 너무 불안해서 악셀레이터를 밟은 발에 힘이 꾸욱~ 들어갔다. 그의 '포니2 V6 3000'은 엔진이 깨지는 듯한 굉음을 내며 시속 50km를 돌파하고 있었다. 최고속 도를 넘어섰다. 3단으로 쉬프트 다운해서 엄청나게 밟아댔지만 더이상 속도는 오르지 않았다. 항상 여유로운 마음가짐으로 차를 모는 그였지만 오늘은 마음만큼 차가 따라와주지 못했다. 올림픽 대교를 막 지날 무렵이었다. 남주희 : "아니... 우리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 거예요? 저리로 가야 되는 거 아니예요?" 그녀의 칼끝은 저기 앞의 잠실대교를 가리키고 있었다. 할 수 없 었다. 시키는 대로 하는 수 밖에... 그는 올림픽 대교를 지나 한강변으로 내려가는 입체교차로를 타 고 잠실대교로 올라섰다. 잠실대교를 다 건너갈 무렵 그녀의 칼끝은 어느새 오른쪽을 향하 고 있었다. 그녀의 칼끝을 따라가다 보니 북강변을 타고 워커힐 앞을 지나 교문리 사거리에 다다르기 전에 오른쪽으로 빠져 2년전에 새로생 긴 양평으로 가는 길을 타고 계속 직진해서 삼거리를 만나 [좌측 경춘가도, 우측 양평]이라는 표지판을 지나 우회전해서 어느새 우측으로 보이는 팔당댐을 지나가고 있었다. 남주희 : "저리로 우회전 해야 되는 거 아니예요?" 그녀의 칼끝은 양수리 못미쳐서 좌측으로 비보호 좌회전 표지판 이 있는 삼거리였다. 이길로 계속해서 가면 끝 부분에 MT로 유명 한 새터가 나오게 되고 기차 건널목을 건너 경춘가도와 합류하게 된다. 거봉은 그녀의 칼끝에 매달린 실에 따라 움직이는 피노키오와 같 았다. 물론, 팔당댐 앞에 검문소가 하나 있기는 했지만 년놈이 달랑 타고 있는 승용차는 무시 & 통과~라는 관례에 따라 검문을 하지 않았다. 항상 고맙게 생각하던 관례였지만 오늘 그에게는 반드시 뿌리뽑아야만 될 악습 중에 하나였다. 필자 주 : 이번 글은 좀 길어졌군요. 목적지까지 가는 경로 묘사 를 좀 자세하게 하느라 읽으시는데 지루하셨겠지만 위 에 나온 도로 설명을 숙지해 두시면 나중에 분명히 유 용하게 써먹을 때가 올 것입니다. 제가 알고 있는 '환 상의 드라이브 코스' 중에 하나입니다. 그 이유는 다 음편을 보시면 자연히 아시게 될 것입니다. 아무래도 다음 편은 미성년자 관람 불가 편이 될꺼 같 군요. 미성년자를 제외한 성인 여러분 께서는 기대하 셔도 좋을 듯 합니다. 그리고, 포니2의 최고 기어 단수는 4단입니다. 카 매니아 여러분 오해 없으시길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