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freeeXpression ] in KIDS 글 쓴 이(By): hjchoi (최 항준) 날 짜 (Date): 1994년08월13일(토) 00시08분33초 KDT 제 목(Title): 왕십리 분원 비망록 (4) 거봉은 얼마전 승교수로부터 헌납받은 82년형 포니2를 끌고 압구 정동 갤러리아 백화점 앞을 지나가는 중이었다. 혹시라도 장딴지 굵은 여인을 놓치고 지나칠까봐 맨 끝차선에 붙어서 아주 천천히 서행을 하고 있었다. 물론, 그의 시선은 차도 전방과 인도쪽 하 향 12도 각도를 번갈아 가며 쳐다보고 있었다. 사실 승교수로부터 명의이전을 받을 당시만 하더라도 그 포니2는 군데군데 녹이 슬어 차체에 여기저기 구멍이 나 있을 정도로 험 한 상태였다. 하지만, 그차를 넘겨받은 거봉은 거금을 들여 그차 를 산뜻하게 튜닝하였다. 우선 녹슨 철판을 용접기로 잘라내고 고강도절연 철판으로 교환 하였다. 그리고, 라디에터 그릴을 BMW에 장착되는 그릴로 교환하 였다. 물론, 사이즈는 맞지 않았지만 만능 용접기 덕분에 그의 포니2는 BMW의 커다란 콧구멍 두개를 가질 수 있게 되었다. 범퍼는 안전을 생각해서 SAAB의 범퍼를 사용하였고, 닭 꽁지처럼 되어 있는 해치백 스타일을 역시 만능 용접기로 트렁크를 가져다 붙여 중후한 노치백 스타일로 바꾸었다. 그리고 리어 스포일러를 그위에 장착하였다. 헤드라이트는 본네트 앞부분을 구부려 날렵하게 고양이 눈처럼 생긴 에스페로 헤드라이트를 가져다 붙였으며, 차 전체에 크롬 몰딩을 둘렀다. 마지막으로, 트렁크 문짝에 옆집 뉴그랜저에서 몰래 띠어온 금장 'V6 3000 Gold' 마크를 붙였다. 사실 그의 목적은 이른바 야타족을 하기 위한 튜닝이었으므로, 엔진이라든지 서스펜션 또는 미션과 같이 차의 실질적인 성능과 관련된 부분은 손도 대지 않았다. 이렇게 엄청난 외관 튜닝을 하고 난 그의 차는 더이상 일반 포니 2가 아니었다. 명실상부한 '포니2 V6 3000 Gold'가 새로이 탄생 한 것이었다. 물론, 이 엄청난 튜닝에 들어간 자금은 모두 왕십리 분원 기부금 을 사용하였다. 차를 학교소유로 해두고 일종의 시설투자 명목으 로 서류를 조작해서 돈을 빼내어 사용한 것이었다. 이런 희한한 차를 몰고 인도쪽을 한참동안이나 야리고 가던 그의 눈에 드디어 장딴지 굵은 여인네가 포착되었다. 언제나 그랬듯이 차를 천천히 세우고, 창문을 스무스하게 내렸 다. 물론, 파워윈도우가 아니었기 때문에 밖에서는 눈치 못채도 록 상체를 고정시키고 팔목 관절만 사용하여 창문내리개를 열심 히 돌렸다. 그리곤 클랙숀을 울리고, 왠일인가 쳐다보는 그녀에게 외쳤다. "마~ 타이소!!" 필자 주 : 마지막 거봉이 외친 말은 야타족의 경상도 버전임. 어떤 사람들은 이것을 빗대어 '마타족' 이라고도 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