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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쓴 이(By): guest (guest) <minerva-as34.lab>
날 짜 (Date): 2002년 4월  4일 목요일 오후 04시 43분 05초
제 목(Title): 못생겨서 죄송합니다.


시네마 보드에 스테어님이 사람의 말이 없는 깽깽이 음악이 좋다고 적어놓으신 
걸 보고서 코메디언 이주일씨가 처음 데뷰했을 때가 문득 생각이 났다.

--

어렴풋이 기억하기에 이 에피소드는 어느 분위기 좋은 다방에서 일어난 일이다. 
이주일씨가 맞선같은 것을 보고 있었다. 그때 마침 그 다방에서는 베토벤의 
운명 교향곡이 흘러 나오고 있었다. 아무리 클래식을 싫어하는 사람도 베토벤의 
운명 교향곡 쯤은 알테니까...

"빰빠빠 빠아아~~~~" 

하면서 스피커를 뒤흔드는 소리가 나온 후에 잠시 침묵이 흘렀다. 이때 우리의 
이주일 아저씨 왈,

"스피커가 고장났군요."

푸하하하!

또 하나 기억나는 에피소드로 이주일 아저씨가 가장 처음 데뷰했을 때의 어떤 
의사 역할이다. 병원에서 환자 한 명이 죽었는데, 원래는 환자의 눈을 열고서 
"네, 운명하셨습니다." 이렇게 말했어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이주일 
아저씨는 자기의 눈을 열고서 "네, 운명하셨습니다."라고 말하는 것이었다. 

푸하하하!

--

우리는 항상 구박할 '밥'이 필요한 거 같다. 그래서 주변에 왕따가 생기 그런게 
아닐까. 또 요즈음 코메디 프로에서 우리의 '밥'은 주로 연변 사람들인 거 
같더라. 아뭏든 이주일씨는 이런 우리에게 못생겨서 죄송하다면서 기꺼이 바보 
못난이가 되어 주셨다. (돈벌려면 뭔짓을 못해 이딴 소리하며 딴지 걸지 말라.) 
비슷한 코메디언 중에 심형래도 있었고, 이름이 기억나지 않는 '맹구'도 
있었는데 아무래도 우리의 이주일 아저씨만은 못했던 거 같다.

무랑루즈라는 캬바레를 열었다더라, 국회의원이 되었다더라 하는 이런 저런 
소식이 들리다가, 가장 최근에 들은 것은 아저씨가 폐암에 걸려 고생하신다는 
것이다. 내가 그렇게 재미없어하는 깽깽이 클래식 음악을 갖고도 그렇게 우리를 
우껴주셨던 이주일 아저씨... 빨리 나으셨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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