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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쓴 이(By): doni (+ 도 니 +)
날 짜 (Date): 2001년 11월 23일 금요일 오후 05시 47분 42초
제 목(Title): 부산이야기


알럽스쿨을 통해서 초등학교 동창회가 모여지게 되었고, 연락이 오간 후에
결국 모임까지 갔습니다. 부산에서 2번 그리고 서울에서 한번. 그리고 
다음 모임은 부산에서 갖기로 한 상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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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학생시절 넓게만 보였던 학교운동장에 어른이 된 후에 가보신 적 있죠?
그리고 바로 느껴지는 게 뭔지 아세요? 그건 학교운동장이 참 아담하다는 
겁니다. 멀게만 보였던 건물들이 아주 가깝게 보인다는 거죠. 그리고
높게만 보였던 철봉이 이젠 내 머리밖엔 안오구요. (참고로 저 키 커요 ^^)
그래서 사람은 자기 수준만큼만 보이는가 봅니다. 

서울에서 전학오자마자 참 많이 싸웠습니다. 또 갱상도 꼬마들이 한 텃세
부리잖아요. 서울말 쓰는 아이가 왔으니 그아이 버릇을 잡아야만 하는 아이
들은 첫시간이 끝나기 무섭게 싸움을 걸어왔죠. 한두차례의 싸움끝에 이 
쪼매난 서울아이는 바로 부산아이로 변신했고, 주류편입에 성공했습니다.

같이 어울려 다니면서 나쁜 짓도 했답니다. 곱게만 자라왔던 이 서울애에게
부산애들은 완전히 다른 세계에 사는 것 같았지요. 학교는 부산시내 한복판
에 있던 꽤 유명한 오래된 학교였지만 학생들은 주로 부모님들이 국제시장
에서 일하시느라 집안에 신경을 안쓰던 편이었습니다. 결국 이 서울아인
친구들과 함께 미화당백화점에서 카메라를 훔치다가 걸려서, 죽기 직전까지
얻어맞고 갱생의 길을 걷게 되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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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엘 가서 부산에 여러차례 갔었습니다. 서울에서 걸어서도 가봤고,
비행기도 타고 갔고, 기차도 탔습니다만 역시 걸어서 간게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7박 8일간 걸어간 이후 부산대 앞에서 서성이는 한무리의 부랑아
를 쳐다보는 순박한 부산대생들의 경계하던 눈초리가 생각납니다. 수염은
길대로 길었고 7박8일간의 장정속에서 옷은 썩고, 악취를 풍기면서 부산대
앞에서 여인숙 찾아서 방황했습니다. 물론 그다음날은 말끔하게 갈아입고
목욕재계한 이후에 당시에 잘나가던 로얄호텔 나이트클럽에 가서 현지조달
을 위해서 애를 썼고 수확도 있었단 후문이 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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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께선 태종대를 무척 좋아하셨습니다. 나 역시 그 푸른 바다에 넋을
잃었구요. 너무 바다가 이쁘죠. 하얀 등대..그리고 그 뒷편으로 모자상을
지나서 바닷가의 그 까만 자갈소리. 태종대는 참 아름다운 곳입니다.
곤포의 집이란 수영장+식당이 태종대에 생기면서 아버지는 쩍하면 그곳에
가족들과 놀러가곤 했습니다. 수영도 하고 밥도 먹고..나중에 어른이
되어서 찾아가보니 어릴 적 기억이 마냥 새롭더군요. 특히 수영하다가
해파리에 쏘여서 일주일이상을 끙끙거리던...흑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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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두산 공원에 자주 놀러갔습니다. 집에서 가까웠으니까요.우리집은 
대청동이었습니다. 엄청 시내죠. 서울로 치면 종로에 산거나 마찬가지.
아버지 지론이 양반은 사대문안에 사는 법이라고, 흑흑 서울에서도 그 정동
뒤에서 살더니 부산에서도 그 안쪽에 사셨습니다. ^^

그리고 미국문화원 앞에 당시에 새로 생긴 '하얀풍차' 란 빵집겸 카페에
아버지가 자주 데리고 갔죠. (원래 아버지는 바깥으로 식구들 데리고
나가는 걸 무지 즐기셨죠. 어머니 대학전공이 요리인데, 결코 요리할 기회
를 주지 않으셨습니다. ^^) 아버지 어머니는 커피 저와 제여동생은 쥬스.
그당시 기억으로 참 깨끗하고 아늑한 공간이었던 걸로 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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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은 지금도 그런지 모르겠지만 예전엔 광복동에 개봉극장들이 몰려
있었습니다. 그래서 하루에 3탕의 영화를 보는 게 가능했어요. 요즘이야
멀티플렉스들이 있어서 하루에 몇탕을 뛰는게 가능하지만 그 당시엔 참
극장가는게 쉽진 않았습니다. 국민학생 시절 몇탕뛰고 집에 들어가곤 했죠
어머니는 공부안한다고 뭐라고 했지만 아버지는 웃으시면서 오늘은 뭐보고
왔냐라고 물으셨습니다. 아프다고 학교 빠진 후에 극장을 다녀왔는데도
아버지는 스타워즈 재미있던? 하고 물으셨지요. 그때 이후로 영화광이 
되었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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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친구들과 약속 2개나 펑크를 냈습니다. 얌마 마 한번 내려와라~
머가 그리 멀다고 안내려오노? 그넘들하고 이야기 할 적엔 저도 모르게
부산말이 튀어나옵니다. 실제로 내 인생중에 단 3년만 살았던 곳인데두요.

부산 여름은 너무 복잡해서 싫구요. 겨울 바다를 구경하러 가보고 싶군요.
대학시절에도 겨울에 내려갔던 기억이 제일 그립습니다.
친구랑 단 둘이서 내려갔을 적 이야기로 마무리 져야겠습니다.









자갈치 시장에 가서 입심이 쎄보이는 아줌마에게 광어회를 하나 시켰죠.

- 아줌마 여기 소주하나하고 광어 하나 주세요~

잠시 후에 나온 것은 광어가 아니라 우럭이 나왔습니다.

- 아줌마! 우리 광어시켰는데요? 궁시렁 궁시렁

듣고있던 억세게 생긴 우리의 아줌마.















- 와! 우럭이 와!(<--사투리를 생각해보세요. 무지 살벌합니다) 

-네에. 잘먹을께요~~ (완전히 꼬리감춘 강아지마냥)


겨울 바다가 그립습니다. ^^


                         ------ From now on, your life will be
                                a series of small triumph, small failure
                                as it is life of all of 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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