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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쓴 이(By): beom (김상범)
날 짜 (Date): 1993년11월27일(토) 18시51분33초 KST
제 목(Title): 샴푸 쓰지말고, 세제 적게 씁시다.


30년후...

   2023년, 우리의 아이들이 살아가게 될 이 땅은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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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보, 우리도 이제 제주 생수 그만 끊고 에비앙으로 바꿉시다"

"그래요, 엄마.  우리반 애들네 집에 가 보면, 전부
에비앙이나 비뗄 먹어요."

   2010년, 정부가 수돗물을 식수로 사용하는데, '각별한 주의'
를 기울여 달라고 국민들에게 발표한 이후로, 일반 가정에서의
생수소비는 이제 더이상 사치나 낭비가 아닌, 생존의 개념으로
바뀌었다.

   더구나 3년전, 드디어 '수돗물을 더이상 식수로 사용하지
말도록' 공표된 이래, 좀 있는 집에서는 설겆이도 생수로 하는
판이었다.

   강원도의 지하수원이나, 유명하던 초정 약수가 오염된 것은
이미 옛날이고, 제주 생수마저 이제는 외면당하는 형편이 되었다.

   사람들은 이제 더이상 수돗물과 정부미로 밥을 하지 않는다.
('정부미'라는게 아직 있다면 밥을 '해 볼 수'는 있을 지
모르지만...)

   프랑스제 생수에, 미국산 쌀로 밥을 해 먹는 것이 최소한의
'건강'을 지키기위한 자구책이 되어버렸다.  가끔씩 '경기미'
로 밥을 해 먹는 집이 있긴 하지만, 그나마 구하기도 어렵고
값도 비싸서 일반 서민에게는 그림의 떡이다. (아니 그림의 쌀)

   그래도 한국은 아직까지 근근히 경제를 꾸려나가고 있으므로
국민들이 굶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연 7년째 계속되는 전
세계적인 이상기후와 가뭄으로 대부분의 중진국 이하 국가들은
필요한 식량 확보에 갖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실정이었다.


"윽~ 이거 밥맛이 왜이래?"

"엄마, 이거 쌀 씻었어요?"

"세제로 잘 씻었는데, 헹군다고 헹궜는데도 그모양이구나."

   미국산 칼로스 쌀에 한때 발암물질이 포함된 농약 성분이
검출되어서 매스컴에서 떠들썩하게 들쑤시고 난 이후에는
"농약을 깨끗이 씻어준다"는 쌀씻기 전용 세제의 매출이
엄청나게 증가하였다.  이제 더이상 쌀뜨물로 국을 끓이는
모습을 찾아볼 수 없게 된 것이다.

"이거 올해도 대미 무역이 크게 적자라는 구만.  그래도
어떡하겠어, 먹고는 살아야 겠고.  큰일이야."

   전통적인 한국과 미국의 무역 관계는 크게 역전된
지가 오래 되었다.  주된 대부분의 식량을 미국에서
수입해오는 한국으로서는 수입 물량을 줄일 수는
없을 것이다.  5년전 흉년이 길어지기 시작했을때
장관들이 미국의 농산물 도매업자를 찾아가 사정했던
정도는 약과이고, 이젠 대통령까지 직접 나서서
식량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는 판이니 말이다.

   3년전에는 한국에 수출되기로 했던 대규모 물량의
쌀이 마피아에 의해서 다른 곳으로 빼돌려 지는
바람에 대신 대규모로 콩이 수입된 적도 있다.
콩과 쌀을 반씩 섞어서 밥을 해 먹는데 익숙해
있지 않던 대부분의 사람들이 처음에는 설사를 해
대었지만 곧 익숙하게 콩밥을 먹을 수 있게 되었다.

   한국에서는 더이상 농촌에서 농사를 짓는 사람은 거의
찾아 볼 수 없고, 그 수는 30년전과 비교할 때 50분의
1도 채 되지 않으며 그나마 계속 감소되는 추세이다.

   다만 계산 빠른 일본만은 일찌감치 대기업들이
참여하여 거대 규모의 미국식 영농을 실현한 이래로,
자국내 식량 수요의 50%이상을 생산하고 있었다.

   한때 한국도 수입되는 식량의 일부를 중국쪽에서
충당하려고 한 적이 있었지만, 중국산 농산물도 중국내
인건비의 꾸준한 상승과, 그 농업의 영세성으로 인해
미국산과의 경쟁에서 승리하지 못했다.
( 일부에서는 미국의 압력-즉, 앞으로 10년간의 식량
수출을 현재 수준으로 동결 하겠다는-이 가해졌다고도
하지만 확인되지는 않았다. )


"김혜자 할머니가 이제 사랑의 빵 모금운동을 더이상
하지 않겠다고 인터뷰를 했구만"

   세계적인 기근은 옛날부터 굶주려 왔던 지역의
사람들에게서 식량을 앗아갔을 뿐 아니라, 다른 지역의
사람들에게서는 온정과 자비를 없애버렸다.
부자나라, 가난한 나라 할 것 없이 식량을 가지고
아귀다툼하는 틈바구니에서, 아프리카의 난민들은
그야말로 속수무책으로 굶어 죽어가고 있었다.
사람들의 마음속에도 7년째의 기근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엄마, 우리집 공기 정화기 필터를 갈아줄 때가
되었나봐요.  방안에서 자꾸 기침이 나와요."

   24시간 스모그 현상이 서울에 나타난 이래로,
가전 3사에서는 속속 첨단기능을 갖춘 가정용
공기 정화기를 선 보였고, 1회용 산소 스프레이는
지하철을 타려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시내에서
볼일을 볼는 사람들에게는 필수 휴대품목이
되어버렸다.

   다양한 디자인을 갖춘 패션 산소 마스크가
작년도 히트 상품으로 기록된 이래, 업계에서는
올해의 10대 히트 상품으로 오염된 공기로부터
눈을 보호하기 위한 콘택트렌즈가 선정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었다.

   2023년의 하늘은 이제 더 이상 파랗지 않다.
마음이 답답할 때 올려다 볼 수 있던 하늘은
이제 더 이상 그 자리에 있지 않았다.

   30년후의 미래, 어떤 모습으로 우리와,
우리의 아이들에게 다가올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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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써서 구성이 엉망이지만, 밥을 먹다가 답답한 마음에 써 보았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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