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freeeXpression ] in KIDS 글 쓴 이(By): ricky (risky) 날 짜 (Date): 2001년 6월 20일 수요일 오전 04시 09분 31초 제 목(Title): 그 남자의 사정. 정확한 이유는 모르겠다. 머리는 자꾸 맑아져만 가고 잠을 이룰 수 없다. 잔 기침이 연달아 나오고 입은 말라간다. 어차피 잠을 설친 바에야 아예 일어나서 세수하고 음악 들으면서 웹 서핑질이라도 하는 게 낫다 싶어서 불을 켰다. 문득 아까 낮에 그녀와 통화한 내용이 떠올랐다. 슬슬 피하는 눈치인 것 같길래 작정하고 오늘은 전화를 했다. 예상대로.. 그만 만나자는 말이다. 그녀는 말끝을 흐리긴 했지만 나는 그 건조한 목소리의 틈에서 냉랭함을 읽을 수 있다. 여자는 원하면 언제든지 얼음으로 돌변할 수 있는 존재니. 몇번 만나지도 않았지만 왜 그녀가 한사코 나란히 스티커 사진을 찍기를 거부했는지.. 내가 주는 선물은 받지 않으려고 하면서 차라리 그 돈으로 술이나 더 마시자고 했는지.. 이제사 조금씩 눈에 들어왔다. 연애란 게 그런 것이다. 남녀사이에서 의리따위는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서로의 매력이 다하면 언제든지 놓아보낼 수 있는 것이며 상대의 마음이 식은 것을 알았다면 상대의 뒷모습을 보면서 스스로 더 추해지지 않도록 마음을 다잡아야 한다. 그녀는 아무 것도 약속할 수 없다고 했다. 그렇게까지 자기방어적이였던 이유를 어느 정도는 알고 있지만, 내 마음은 아직 납득하지 못하고 있다. 여자들로 인해 아플만큼 꽤 아팠기 때문에 이제는 많이 무뎌졌지만 역시 당분간은 술을 마셔야 할 것 같다. 오래 만나지 않아서 그나마 다행이란 생각이 든다. 사실은 누군가로 인해 흔들릴 수 있다면 오히려 반가워 할 일일만큼 무미건조하게 지낸지 오래였지만. 그녀의 설명을 듣지 못했지만 아마 들어도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마냥 바람같이 웃고 울던 사람이였다. 쏟아지는 눈물을 보면서도 그의 눈물은 나때문이 아닌 그녀가 예전에 만났던 남자때문이였다는 추측 따위라든가 그 밖에도 이해하기 어려웠던 그녀의 몇가지 행동들은 인제부턴 눈 녹듯 서서히 잊혀지겠지. 일상에 닳아빠진 나머지 차마 윤기가 돌기도 전에.. 그녀를 탓하기 전에 이리도 무덤덤한 내 자신부터가 문제일까. 마음이란 고장 나더라도 한동안은 어떻게든 움직이는 시계추마냥 홀로 움직이다가 어느 순간에 멈춰버릴지 모르겠다. 어쩌면 지금이 바로 그 시점인지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