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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fineArt ] in KIDS
글 쓴 이(By): queen (화가~경아)
날 짜 (Date): 1997년11월11일(화) 01시00분17초 ROK
제 목(Title): 오싹한 재료...


실기실 룸메이트는 설치,추상미술 쪽을 하는 친구이다..

얘한테는..새로운 재료를 써서,새롭다는 느낌을 주는 것이 가장 큰 이슈였다.

추상미술,오브제 작업(화면에 붙여지는 물체를 오브제라 함)은 어떤 재료를 쓰느냐가

중요한 것이 사실이다....자기만의 노하우가 있지 않은 재료는 누가 금방 

따라하게 되고,그렇게 되면 작품의 독창성이 없어지므로..

난 맨날 에어브러쉬를 써서 실기실 공기를 탁하게 했고,처음엔 그것이 상당히 

미안했지만,곧 만만치 않음을 알게 되었다..

맨날 산을 부어서 철 부식시키고,파라핀 끓이고,염색스프레이 뿌리고...

서로 똑같은 입장이었기 때문에 아무런 갈등은 없었던것 같다...

그 친구가 쓰는 모든 재료나 미디움에 대하여 서로 공부가 되고

배울 점이 많다고 생각했는데,

한가지 내가 굉장히 오싹한 느낌이 드는 재료가 있었다.

지난 여름밤에 실기실에 늦게 간적이 있었다.

친구가 아직도 남아서 뭔가 아주 집중해서 작업을 하고 있길래..

방해하지 않으려고 하면서...뭔데 저렇게 집중을 하나...했더니.

무슨 살가죽 같은걸 들고 있었다.

작업하느라 헝클어진 머리,콧등에 맺힌 땀,집중으로 인해 가늘게 뜬 눈..

손에 든 바늘,사람의 살..같은 가죽..

거기다 열린 창문으로 왠 나방까지 날아들어와 형광등 주변에 왔다 갔다하고.

정말로 양들의 침묵이었다...(거기다 미대 대학원 실기실이..떨어진 건물에

있었기 때문에..가끔 이상한 사람도 들어오고해서..우범지대 였다)

양들의 침묵이 생각이 나면서...정말로 순간적으로 오싹해졌다.

열심히 바느질하는 친구의 모습은 꼭..솔기 없는 사람 가죽옷을 만들겠다는

영화속의 범죄자 같았다.

친구를 탁 쳤더니..." 나 바느질 잘하지..헤헤"...하면서 자기가 만들었다면서

아무렇지도 않게 자랑을 했다.

합성수지는...사람의 살색에다..질감도...꼭 사람 피부 같은 그런

느낌이 드는 재료라서..abject미술에 많이 사용되는 재료이다

그 친구의 작업의 주제는 fashion에 관계된 오브제를 사용하여,수집광

모방...에 대한 것인데....꼭 살 같은 걸로...가죽옷을 만들려 하다니..

하여간 열심히 꼬메더니...며칠에 걸려 완성을 해서..

화면에 붙여 놓았다..

나는 그걸 보고 맨날 끔찍하다는 생각이 드는데...제목을 붙여주었다.

'살코기 드레스'.....(정말 끔찍해..)

거기다..혈관의 느낌이 들도록 약간의 푸른끼와 붉은 색을 돌게 하면..

정말로 사람가죽 같을거란 생각이 든다...

그 친구가 10월에 개인전을 하더니..많이 허전하고 허탈한 모양이다..

실기실 같이 쓰는 동안,너무 많은 도움을 밭은 친구인데..

둘 다 작업중일때..내가 내 작품에 대해서 조언을 구할때..

자기도 열중하고있을 때라 귀찮을 텐데도 ..늘 성의 있게 들어주고,조언해 

주었었다....그러기 쉽지 않은데...

히...내가 여기다 살코기 드레스에 관해 쓴걸 알면 뭐라고 할까?..

헤헤 작품 홍보해 준거라고 해야겠다..

그 친구는 좋은 작가가 될거란 생각이 든다...

나는 그림 그릴때..항상 꾸준한 스타일이 못되고,열심히 할때와

안할때의 차이가 심한데...그 친구는 항상 꾸준하고..같이 지낸,1년반 동안..

늘 한결같이...작업을 하는 걸 보았다..

그거 보고 나도 반성 많이 했는데...(늘 반성만 하고..끝이었다.)
그 친구가...작업의 허탈감을 잘 이겨내고...앞으로도 좋은 작업 많이 하는 화가가 
되기를..바란다..진심으로..


 
My painting------->http://users.unitel.co.kr/~painter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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