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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fineArt ] in KIDS
글 쓴 이(By): imnot (반이정)
날 짜 (Date): 2001년 12월  9일 일요일 오후 10시 56분 31초
제 목(Title): Re: 대한민국에서 성공적인(?) 미술가가 되


>doni wrote:
우리나라 미술계에서 주류에 편승하기 위한 코스를 밟지 않는 이상,
미술계에선 찬밥신세밖에 되지 않습니다. 그 주류란 다른 게 아닙니다.

서울대미대 - 홍익대 미대 나와야 합니다. 여자라면 이대 미대까지 포함됩니다.
그러나 이대는 서울대나 홍대의 들러리 역에 불과합니다. 그리고 기왕이면
서울예고를 나오면 금상첨화입니다.

로얄계층이 되려면, 예원-서울예고-서울대미대-외국대학원. 입니다.
이 코스를 거치고나면 미술대학및 미술계에서 한목소리 낼 수 있습니다.
물론 이 코스를 거치지 못한 사람들이 나름대로 열심히 일을 하면서
한국 미술계 발전에 한 몫을 담당하려고 하지만, 로얄층 덕분에 그들의 길은
꽉 막혀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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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ni님 이 쓰신 내용을 죽 보고서 넘어가려했으나, 아무래도 석연치 않은 점이

있어 감히 몇자 보탭니다. 위에서 가장 '안정하다고' 판단하시고 쓰신 내용이

아무래도 3째 문단 (로얄계층 : 예원 - 예고 - 서울미대 - 유학파)인 듯한데요.

전 좀 다른 생각입니다. 물론 위의 풀코스는 요새도 "있는 집 자제들"에게서

종종 목격되는 코스이긴 합니다.  좀 주위 얘길 해보죠. 저희 누나는 유학파

빼고 위의 조건을 두루 갖췄습니다. 대학원마저 (외국 대신)서울대를 나온 게

좀 다르다면 다르고요. 그리고 같이 졸업한 동기들 중에서는 가장 잘 나가는

즉, 많은 전시(개인전/ 단체전)를 비롯, 매체(잡지/신문/TV에 단독 취재)에도

종종 오르내리곤 합니다.  어설프게 친 누나 자랑하려고 적은 건 아닙니다.

그런데, 누나는 미술계에서 '한목소리'를 내지도 않으며, 그러려는 욕심도 없

는 사람이기도 합니다.  누나의 주 수입원은 서울예고 강사 및 입시생 미술지

도이지, '미술계에서 한목소리'하는 사람들 처럼 그림을 경매하는 일이 아닙

니다.  작가 생활 10년을 넘게해왔지만,누나가 유일하게 그림을 팔은 것은

올해 모 화랑에서 처음 경험했으며 그것도 판매액의 50%만 누나에게 돌아갔

습니다. 그래도 감개무량해했죠. "내 작업도 다 팔리는구나"하며 누나는 싱

겁게 웃었거등요. 누나는 오일페인팅이 아니라 검정테입을 벽에 붙여대는

거 였기 때문에, 인건비빼면 재료비가 몇천원도 하지 않거등요.

암튼 그래서 받은 돈이 한 100만원 정도라더군요.

'한목소리'치곤 너무 보잘 것 없지요?


얘기의 테두리를 좀 넓혀보지요. 아는 사람가운데, doni님께서 로얄계층

이라고 구분한 풀코스를 다 거치고 온 사람도 꽤 됩니다. 그 사람들의 생업

역시 우리 누나랑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그림 파는거요? 거의 생각하고 잇

지 못합니다. 아예 기대를 하지 않는다고 봐야할 거 같습니다. 굳이 '작업'

자체로 돈을 벌려면, 응용미술을 하는 편이 현명합니다. 그 사람들 어떻게

강사자리 하나 얻어다가 선생님들이랑 연을 닿아볼까를 생각할 뿐, 전시를

통해 성공한다는 것 자체가 그다지 현실적이지 않은일 같습니다. doni님은

위의 문장에서 우리나라는 척박하니 외국에 나갈 것을 권유한 것 같은데

외국에 한번도 나가본 적이 없는 제가 함부로 반론하긴 어렵지만, 외국유학

파들이 외국에서 활동하지 않고, 국내로 다시 돌아오는 이유가 비단 언어/

혈연-지연에 대한 향수 때문만은 아니라고 봅니다. 외국이 국내보다 미술

시장이 비대한 지는 모르겠지만, 여전히 실험적인 작업은 팔려나가기 어렵

씁니다. 아무 현재 미술계의 시장을 돌리는 대부분의 경매작업은 애초에

작고한 작가들이 작품이거나, 구상적이고 장식적인 작품이 아닐까 싶습니다.

미술계 artworld 라는 곳에서 재능을 발전시킨다는 것 자체가 경제적 고려와

손을 잡지 않겠다고 선언하는 것과 진배없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그리고 마지막 문장에서 로얄계층때문에, 노력하는 사람들의 길이 막혀있

다고 지적하셨는데, 정확히 말하면, 예원-예고를 일단 빼고,  그냥 서울대

홍대출신 노땅들이라고 하시는 편이 더 정확한 표현 같습니다. 예원-예고

생들이 홍대-서울대를 많이 가는 건 사실이지만, 대부분은 여자들이거등요.

국내 미술판의 흐름은 50대중후반의 남성 미술계인사라고 생각되기 때문이

죠.   그리고, '미술계에서의 한목소리'가 구체적으로 어떤 것을 명시하지

않는다면, 서울대-홍대 아니어도, 국전에서 당선되는 사례를 종종 있습니다.

바로 그런 국전 당선자들은 '그림을 팔아먹고' 살 수있는 사람들이기 때문

에, 말씀드리는 겁니다.


그리고 저 역시 미술계(특히 현대미술계)에서 '재능'이 있다는 것이 무엇

을 의미하는 건지 --이게 위의 글들에서 중요한 것 같기 때문에-- 알 수

없게된 요즘(제가 그렇다는 얘기임) 미술계에서 재능잇는 사람이 국내에서

활동하기 어렵다고 개탄하는 내용 역시 잘 이해하기 힘들기는 마찬가지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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