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fineArt ] in KIDS 글 쓴 이(By): imnot (반이정) 날 짜 (Date): 2001년 8월 18일 토요일 오후 08시 26분 18초 제 목(Title): '체'와 '예수'를 비교한 기사를 보고... 귀가 버스 안에서, 누가 보다가 좌석에 짱박아 버린 신문을 발견했는데, 한겨레의 책과 사람들이란 코너가 있더군요. 이리 저리 펼쳐보는데, '식지않는 열풍 체 게바라 그는 20세기 예수였을까'란 큰 타이틀의 기사 가 보였습니다. 'Che- 한 혁명가의 초상' 근작을 소개하는 코너였는데, 텍스트를 중간에 끼고, 지면 상단에는 그가 67년 사살된 후, 사진작가에 의해 찍혀진 와상이 있었고, 화면 하단에는 홀바인이 그린 [죽은 예수] 의 그림이 대비되어 있더군요. 기사 내용의 대부분은 책 소개였지만, 말미에 가서, 미술사가 존 버거가 체의 시신을 두고 렘브란트의 [툴프 박사 해부학 수업]이나, 만테냐의 [그리스도]와 비교한 적이 있음을 소개하고 있더군요. 그러면서 은근 슬쩍 체와 예수를 비교하고 더 나아가, 그가 20세기 부활한 예수라는 식으로 글을 구성했더군요. (* 물론 이런 이미지 상대비교 뿐 아니라, 그의 행적과 예수의 행적에서 유사한 점이 아울러 소개되긴 했지만 말입니다.) 읽어보질 않아서, 버거가 왜 [툴프박사...]를 체의 시신과 비교했는 지 문맥을 알 순 없지만,(단순히 형식적 유사성을만 염두해 둔거 같진 않은데...) 한겨례의 기사나, 종래의 양식적 분석 이 지닌 편의적이고 난해하지 않은 비교의 힘이 지니는 강점도 있지만 양식분석법이 지니는 가장 치명적인 한계를 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 습니다. 이미지 연구에서 '양식분석연구 style study methodology'은 가장 보 편적으로 학계에서 받아들여지기고 있긴 하지만, 양식분석사를 기초를 세웠다고 보편적으로 받아지고 있는 뵐플린 Wolfflin의 [ 미술사의 기 초개념 Kunstgeschichtliche Grundbegriffe 근세 미술에 있어서의 양 식발전의 문제]이 1915년의 저작물인 점을 주의깊게 감안한다면, 이 편의적 방법론이 얼마나 많은 결함을 안고있는가는 쉽게 인식될 수 있 을 겁니다. 뵐플린이야, 잘 르네상스랑 바로크라는 두 시대를 양식의 차이를 통해서 비교했다지만, 그 이후 일견 편의적이고 합당해보이는 양식방법론이 후세들에 의해 얼마나 오용되었는 지를 보기란 어려운 것이 아닐 것 같습니다. 멀리갈 필요도 없이, 가까운 예로, 한겨레에 실린 '체의 시신'과 '예 수의 시신'을 단순비교한 것도 그러합니다. 물론 여기서 해석자가 인 문학 특유의 느슨한 자유해석을 빌미로(?) 나름의 분석비교를 한 것이 크게 읽은 이에게 누를 끼치는 것은 아니지만, 1.'누워있고', 2. 죽었 고' 3. 턱수염이 긴 남자'라는 이유로 2000년전 죽어서 영웅도 아니고 신이 되어버린 '예수'란 사람과 결부시켜서 그(체)를 20세기 부활한 예수는 아닐까하고--절대 단정적으로 말하지 않죠. '아닐까?' 란 표현 이 얼마나 얍쌉한 인문학적 표현입니까? -_-;; -- 마무리 짓는 것은 전형적인 양식분석의 장단인 거 같습니다. 사실 체 게바라야, 인생 역정과 순교에 가까운 죽음이라는 신화까지 덧붙여져, 예수와 비교해도 크게 흠잡을 건 없지만, 다른 이미지분석 에서 몇가지 양식(대개는 형식상의 유사점)을 근거로 작품의 내용까 지 비교자의 마음대로 갖다붙이는 방식은 불만스러운 점이 적지 않습 니다. 대개는 이런 양식분석 혹은 더 나아가서 도상분석(도상 분석 은 차라리 각 도상icon마다 결부되어지는 내용이 '약속되어'(?)있기 때문에, 다소간 개연성을 확보하는 듯함.) 은 후기모더니즘 이후의 이미지연구가들에게조차 여전히 수용되고 있는 걸보면, 전문가이건 비전문가인 이미지 하면 외양 appearance에서 일단 결단을 내려는 관성이 있기 때문에, 양식비교가 가장 편하게 받아들여지고 잇느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실, 체의 누워있는 시신사진이건, 한겨레에서 비교한 홀바인의 [죽은 예수]그림에서의 예수이건, 렘브란트의 [툴프 박사...]에서 수술대위에 누워있는 이름모를 '연구용 시신'이건, 죽은 자들이 취할 수 있는 고만고만한 모습들이 아닐 수 없습니다. 달리 어떤 포즈가 나올 수 있을까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 "무분별한 양식비교 --> 검증없는 동일시"와 같은 종래 방법론에 대해서 평소 불만을 갖아오던 터에, 일간지에서 체를 예수에게 비교해서 그를 하이퍼영웅으로 평가하는 듯해서, 한마디 한다는 것이 좀 길어졌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