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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fineArt ] in KIDS
글 쓴 이(By): croce (크로체)
날 짜 (Date): 2001년 6월 10일 일요일 오후 05시 07분 04초
제 목(Title): Re: 내 몸에 대한 `통제력` 나에겐 없다



제가 자주 가는 소공동 Didrick Roasters 노천 카페의 아가씨는
피어싱을 하고 있죠. 어디냐면 아래입술입니다. 밥 먹을 때 좀 걸리적 거리지 
않을까 싶던데, 보긴 좋더군요. 꽤 인상이 야무지고, 자기 주관이 
뚜렷해보였거든요. 코에도 하나 한 것 같은데, 잘 기억은 안납니다. 왼쪽인가, 
오른쪽인가 했을거예요. 피어싱에 이어 몇일 전에는 머리를 레게풍으로 모두 
땋았더군요. 몇시간 걸렸냐니깐 14시간 걸렸대요. :)
머리는 어떻게 감냐니깐, 못감는다면서 좀 냄새나더라도 애교로 봐달라며 
웃더군요. 

그때 든 생각은 그 아가씬 자기 몸에 대한 통제력을 획득해나가고 있다는 
느낌이었습니다. 불편하더라도 자기 몸을 치장하고, 길들여가는 과정이죠. 그 
카페에서 하루에 수백잔의 카페 모카, 아이스 커피를 만들어 파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죠. 피어싱에 레게파마를 하고서 사람들의 시선을 견뎌내는 것도
대단해보이더군요. 시각적인 즐거움을 주어서 점심때마다 커피를 마시러 가곤 
합니다만, 마징가 제트의 콕핏에 앉은 조종사와 같은 영혼을 지닌 그녀를 
알아보았다고 할까요? 그녀의 육체는 마징가 제트죠. 콕핏에 앉은 조종사는 
보이질 않지만, 맑고 뚜렷한 고집스런 눈매와 입술을 보면 꽤 고집있는 
조종사라는 걸 알 수 있었습니다. 그런 영혼을 만나는 일은 무척 즐거운 
일이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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