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fineArt ] in KIDS 글 쓴 이(By): perche (.oneness.) 날 짜 (Date): 1998년 11월 1일 일요일 오후 07시 52분 30초 제 목(Title): 나혜석의 인생론 1. 사람은 어떻게 살아야 좋을까. 동양 사람이 서양을 동경하고 서양인의 생활을 부러워하는 반면에 서양을 가보면 그들은 동양을 동경하고, 동양 사람의 생활을 부러워합니다. 그러면 누구든지 자기 생활에 만족하는 자는 없사외다. 오직 그 마음 하나 먹기에 달린 것 뿐이외다. 돈을 많이 벌고 지식을 많이 쌓고 사업을 많이 하는 중에 요령을 획득하여 그 마음에 만족을 느끼게 되는 것이외다. 즉 사람과 사물 사이에 신의 왕래를 볼때만 만족을 느끼게 되는 것이외다. 2. 부부간에 어떻게 하면 화합하게 살 수 있을까. 일 개성과 타 개성이 합한 이상 자기만 고집할 수 없는 것이외다. 다만 극기를 잊지 마는 것이 요점입니다. 그리고 부부 생활에는 3시기가 있는 것 같사외다. 제1, 연애 시기의 때에는 상대자의 결점이 보일 여가없이 장처만 보입니다. 다 선화 미화할 따름입니다. 제2, 권태 시기, 결혼하여 3,4년이 되도록 자녀가 생하여 권태를 잊게 아니한다면 권태증이 심하여집니다. 상대자의 결점이 눈에 띄고 싫증이 나기 시작합니다. 통계를 보면 이때 이혼 수가 가장 많습니다. 제 3, 이해 시기, 이미 남편이나 아내가 피차에 결점을 알고 장처도 아는 동안 정의가 깊어지고 새로운 사랑이 생겨 그 결점을 눈감아 내리고 그 장처를 조장하고 싶을 것이되다. 부부 사이가 이쯤되면 무슨 장애물이 있든지 떠날 수 없게 될 것이외다. 이에 비로소 미와 선이 나타나는 것이요, 부부 생활의 의의가 있는 것입니다. 3. 구미 여자의 지위는 어떠한가. 구미의 일반 정신은 큰 것보다 작은 거을 존중히 여깁니다. 강한 것보다 약한 것을 아껴줍니다. 어느 회합에든지 여자 없이는 중심점이 없고 기분이 조화되지 못합니다. 일 사회의 주인공이요, 일 가정의 여왕이요, 일 개인의 주체이외다. 그것은 소위 크고 강하나 남자가 옹호함으로써 뿐 아니라 여자 자체가 그 만큼 위대한 매력을 가짐이요, 신비성을 가진 것입니다. 그러므로 새삼스레이 평등, 자유를 요구할 것이 아니라 본래 평등 자유가 구존해 있는 것이외다. 우리 동양 여자는 그것을 오직 자각치 못한 것뿐이외다. 우리 여성의 힘은 위대한 것이외다. 문명하지면 해질수록 그 문명을 지배할 자는 오직 우리 여성들이외다. 4. 그외의 요점은 무엇인가. 데상이다. 그 데상은 윤곽뿐의 의미가 아니라 칼라, 즉 색채 하모니 즉, 조자를 겸용한 것이외다. 그러므로 데상이 확실하게 되어 모델을 능히 그릴 수 있는 것이 급기 일생의 일이 되고 맙니다. 무식하나마 이상 4개 문제를 다소 해결하게 되었읍니다. 그러므로 나의 생활목록이 지금부터 전개되는 듯 싶었고 출발점이 이로부터 되리라고 생각하였읍니다. 따라서 이상도 크고 구체적 고안도 있었읍니다. 하여간 전도를 무한히 낙관하였으나 과연 어떠한 결과를 맺게 되었는지 스스로 부끄러워 마지않는 바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