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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fineArt ] in KIDS
글 쓴 이(By): queen (화가~경아)
날 짜 (Date): 1998년 8월 21일 금요일 오후 09시 13분 19초
제 목(Title): 후배의 연애.


같이 작업실을 썼던 후배를 같이 전시준비를 하느라고,

만났는데,

요즘 작업 많이 했어? 하고 물었더니, 언니 그림이 안돼...

몰라....이렇게 말을 한다.

항상 꾸준하고, 성실한 애였기 때문에, 무슨 일이 있나 했더니...

처음으로 연애를 시작한 거였다.

남자에게 관심도 없고, 누구 소개해준다고 해도 별로 관심도 없고,

그러더니....하긴 같은 과 친구들끼리 이런 말은 많이 했었다.

재...저런 애가 한 번 연애하면 무서울거라고...

연애를 하면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감정으로 벅차서 누군가에게 자랑하고

싶고, 아무나 붙들고 얘기하고 싶어져인지, 나에게 한참 얘기를 한다.

그 얘기를 듣다보면, 평상시의 그 후배같지 않다는 생각이 드는데,

그걸 말했더니, 사실 자기도 그렇게 느낀다고 했다.

항상 소극적이고, 과묵하고 나서는걸 싫어하던 애였는데...

작업에 몰두가 안되고 멍하다고 했다...

어쩐지 그 애의 눈의 형태가 좀 변한것 같았다.

약간 하트형으로 바뀐것같은.

뭔가를 표현하는 일을 하는 사람은, 무엇보다도 감정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데, 그에 비해 그 친구는 너무나 감정의 동요가 없었기 때문에,

재는 앞으로 어떤걸 표현하고 싶을까? 라는 궁금증을 가졌었다..

집안의 반대가 예상되는 연애라는 점이..좀 심란할거란 생각은 들지만,

어째튼, 참 인간적으로 보인다.

화나고 기쁘고 슬프고, 이런 뭔가를 느낀다는것이..참 소중한것 같다.

별 느낌없이 살아간다는 것이 가장 무서운 일이라고 생각되는데.

그런데 참 이상하다. 어떤 감정을 절실히 느끼면, 좋은 작업을 많이 할 수

있다는 말은 분명히 맞는 말인데 어떤 감정에 치우쳐 있을때.....

막상 그 감정안에 있는 때는, 어떤 일도 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든다.

그 감정이 지나고,..자신이 느낀것이 무엇인가를 솔직히 깨달을 때,

그 때...뭔가 표현 할 수 있는듯 하다.

감정안에 있을때 더 표현이 잘되고 뭔가 끓어넘치는 듯한 기분으로

표현 안하면, 안될것 같은 그런 느낌일때 더 작업이 잘 될거라는

그런 생각들도 많고, 가끔 티비에서도 보면, 어떤 일에 충격을 받은 사람이

갑자기 붓을 들어 막 그림을 그리는 장면을 보게 되기도 한다.

그런데.....................사실 표현한다는 것은, 다른 쟝르에선 어떤지

모르겠지만, 시각적인 예술에서는 ㅂ자기가 표현하고 싶은 바를 걸러서,

정리해서 표현하게 되지 않나..하는 생각이 든다.

즉흥적인 면이 중요한 그런 화면을 연출하는 예술에서는 좀 다르겠지만.

심장이란 신기한것 같다....

분명히 뭘 느끼고 생각하는 쪽은 뇌인데,

어떤 일이 있을때, 아프거나, 뛰거나 하는 쪽은 심장이다.

실재로 마음이 아플때는, 정말로 심장쪽이 아픈것 같다..

혈액과 관련이 있기 때문일까..혈압.

감정의 기복에 따라서, 혈압이 달라지기 때문인가?

만약 마음이 아플때, 가슴이 아프다라는 표현대신에, 머리가 아프다라는

표현을 쓴다면....그리고 가슴이 뛸때, 뇌가 뛴다는 표현을 쓴다면..

...............................

가슴이 아픈것보다 더 심각한 일은, 

이런 생각이 드는 때다.

나는 지금 가슴이 아픈걸까...아닐까 그것조차도 인식할 수 없을때.

눈이 하트가 된 후배가, 자기 진짜 하트를 중심으로 작업을 해볼까..라는

농담을 하던데, 부디 별 아픔없이 순조롭게 잘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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