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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nvirOnment ] in KIDS
글 쓴 이(By): artistry (호연지기)
날 짜 (Date): 1999년 6월 23일 수요일 오전 12시 25분 31초
제 목(Title): 조흥섭/다이옥신 파동의 교훈 


[데스크칼럼] /다이옥신 파동의 교훈/조흥섭/민권사회2부장



한겨레신문 [ 사설칼럼 ] 1999. 6. 21. 月


“아무리 큰 사건도 2주일이면 잊혀진다.” `냄비 언론'을 꼬집는 말이다. 이번 
다이옥신 파동도 예외가 아니다. 지난 1일 외신을 통해 닭고기가 다이옥신에 
오염된 사실이 보도되면서 시작된 파문은 15일 코카콜라로 공포의 대상이 바뀌면서 
잠잠해졌다. 꼭 2주일만이다.

“국내에 유통된 벨기에산 돼지고기의 다이옥신 잔류농도는 유럽 평균수준이고 
국산 돼지고기는 그보다 훨씬 덜 오염됐다”는 한국소비자보호원의 16일 
조사발표는 파문에 마침표를 찍었다.

과연 그래도 될까. 전문가들은 고개를 젓는다. 다이옥신 공포는 새로운 세기, 
그리고 다음 세대까지 이어질 것이 분명한 `진행형'이다.

비슷한 파동이 이번엔 우리나라를 진원지로 터져나오지 말란 법도 없다.

전세계를 들끓게 한 이번 파동을 일으킨 것은 불과 8ℓ의 오염된 기름이었다. 
다이옥신으로 오염된 폐 변압기 기름이 튀김기름 수거용기에 잘못 버려졌을 
가능성이 조사되고 있다. 오염된 기름은 사료에 섞여 수백만마리의 닭과 돼지의 
위장으로, 그리고 숫자를 알 수 없는 사람에게로 확산됐다. 단 한번의 실수가 
물위에 기름막 퍼지듯 전세계로 다이옥신을 퍼뜨렸다. 이번 파동의 첫 번째 
교훈이다. 곧 세계화의 함정이다.

식품산업은 전에 없이 규모가 크고 빠르며 효율적이다. 지구를 반바퀴 돌아온 
오렌지 쥬스가 국산 사과쥬스보다 쌀 정도다. 이런 효율과 속도를 타고 실수도 
재빨리 전세계로 전파된다. 유통체계를 따라가지 못하는 허술한 안전감시장치도 한 
몫 했다. 우리가 몰라서 그렇지 이번과 같은 세계적 오염사태는 이미 여러번 
일어났는지도 모른다. 식품매장에 가보면 우리가 얼마나 먼 곳에서 생산된 식품을 
먹고 있는지 실감한다. 오스트레일리아산 쇠고기, 남태평양 참치, 에콰도르산 
바나나, 탄자니아산 커피…. 수천㎞를 연료를 태우면서 옮겨온 식품에는 방부제를 
포함한 수많은 불순물이 들어있다. 다이옥신과 O-157 같은 병원균도 포함된다. 
반면 국산 농작물과 수산식품은 갈수록 보기 힘들어진다. 가격만을 따지는 정부의 
식품수입정책(환경과 안전을 온당하게 따진다면 수입식품이 이렇게 쌀 수 
있을까?)과 국민의 달라진 입맛 탓이다.

두번째 교훈은 유기염소계 화학물질에 대한 경각심이다. 이미 수십년 전에 
사용금지됐는데도 위험은 여전히 크다. 유엔환경계획은 잔류성 
유기화학물질(POP)을 지구에서 몰아내기 위한 국제협약을 마련하고 있다. `더티 
더즌' 으로 불리는 우선 제거대상 12종 가운데 하나가 다이옥신이다. 이들은 주로 
식품을 통해 체내에 축적되고 다음 세대에 영향을 미친다. 정자수 감소, 유방암과 
고환암 등 생식질환과 면역질환 증가는 이들 때문인 것으로 믿어고 있다.

이들은 극미량으로도 인체에 피해를 준다. 다이옥신 가운데 가장 독성이 강한 
2,3,7,8-TCDD의 세계보건기구 섭취허용량은 하루 체중 1㎏에 1~4pg(1pg=1피코그램, 
1조분의 1g)이다. 우리 몸이 소양댐만큼 크다고 가정하면 한숟가락도 되지 않는 
하루 약 3~12g이 섭취허용량이다.

극미량이지만 독성은 놀랍다. 이 물질 1pg에는 다이옥신 분자가 약 20억개 
들어있는데, 이론적으로 이 분자 하나하나가 우리 몸의 세포 하나씩을 망가뜨릴 수 
있다. 그런데도 산업국가에 사는 사람들은 보통 몸무게 ㎏당 2~6pg의 다이옥신이 
들어있다. 오염된 돼지고기를 먹지 않았더라도 이미 몸속에는 악영향을 끼칠 만한 
다이옥신이 들어있는 것이다.

마지막 교훈은 미래세대에 대한 위협이다. 다이옥신은 지방에 잘 녹는다. 모유에는 
3%의 지방이 포함돼 있다. 뇌에 독성물질 차단장치가 미처 생기기도 전에 
갓난아기는 다이옥신 세례를 받는다. 네덜란드 연구팀이 올 초 발표한 연구로는 
아기가 모유를 통해 체중 ㎏당 하루에 섭취하는 다이옥신 양은 어른의 50배에 
이른다. 지난해 일본 사이타마현에서는 모유에서 일본기준의 7배가 넘는 
다이옥신이 검출돼 큰 파문이 일었다. 우리나라에서도 모유가 일본과 비슷한 
수준으로 오염됐다는 조사결과가 있다. 아기는 환경을 오염시킨 엄마 세대의 
업보를 고스란히 짊어지고 태어나는 셈이다. 더 기막힌 조사결과도 있다. 미국 
연구팀은 지난해 쌍둥이에게 3년여 동안 모유를 먹였더니 모유 속의 다이옥신 
수준이 69%나 줄어들었다고 밝혔다. 아기가 엄마 몸 속의 다이옥신을 가져가는 
것이다! 어느 엄마가 이런 결과를 바랄까. 90년대 들어 세계적으로 뜨겁게 인 
모유수유의 안전성 논란은, 95년 세계보건기구가 “모유의 가치는 다이옥신류로 
인한 독성을 웃돈다”는 결론을 내리면서 일단락됐다. 하지만 이런 평가에 안도할 
어머니가 없을 것이다. 여성이 다이옥신 추방운동에 앞장서는 것은 이제 도덕적 
당위를 넘어 모성보호의 출발점이 됐다. 조홍섭/민권사회2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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