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educationLearning ] in KIDS 글 쓴 이(By): fungus (버섯돌이) 날 짜 (Date): 1997년06월23일(월) 14시42분46초 KDT 제 목(Title): '촌지 기록부'를 보고... 살다보니 인제는 별일도 다 있더군요... '촌지 기록부'라니... 암암리에 우리 사회를 좀 먹어 들어가고 있다고 문제시되어 왔던 촌지 관행이 조모(54,여)라고 하는 교사 --- 이런 사람은 교사라는 호칭을 붙여 주기도 아깝지만 --- 통해 그 곪은 치부를 드러냈습니다. 언론의 사설은 일제히 '학부형이 봉이냐?' 등의 사설을 통해 교사들을 질책하기 시작했습니다. 우리들 누구도 이 문제로부터 자유로울 수만은 없습니다. 이 사회 구성원 모두가 누군가의 스승이요, 제자요, 학부형인 (혹은 이었던) 까닭이지요. 때문에 이 문제를 바라보는 우리 모두의 마음 또한 착잡하기 그지 없습니다. 전 교사도 아니고 학부형도 아니지만 이 사회에서 가장 훌륭하고 숭고하게 보존되어 왔던 가치 중의 하나인 사도가 점점 빛을 바래가고 있다는 안타까움에 이 글을 올립니다. 어찌 보면, 이건 순환 문제인데요.. 학부형은 담임 교사가 자기로부터 뭔가를 바라고 있고 그것을 미리 눈치껏 알아채고 주지 않으면 자기 애가 불이익을 받을 것으로 생각하여 뭔가를 건네고, 교사는 교사대로 학부형이 뭔가를 건넸는데 이걸 혼자 깨끗한 척 돌려 보낸다면 학부형이 무안해할까봐 혹은 성의를 무시했다고 분개할까봐 받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물론 앞서 언급한 조모 교사의 예처럼 극소수 부적격 저질 교사들은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서기도 하겠지만요. (뭐, 언론 매체의 보도에 의하면 학부형에게 전화하기, 아이 야단치기 등 여러가지가 있다더군요..) 이렇듯 악습이 되풀이 된다면 이 사회의 교육은 바로설 수 없습니다. 그리고 그 피해자는 교사나 학부형, 학생만이 아닌 우리 모두가 될 것입니다. 더 나아가 미래의 사회 발전 또한 보장될 수 없는 것이지요. 이 악습 퇴치의 주역은 직접 당사자인 교사와 학부형들이 되어야 하겠지요.. 교사는 교사대로 --- 물론, 묵묵히 일하시는 성실한 선생님들이 절대 다수이겠지만 --- 촌지 거부 의지를 학부형들에게 가시적으로 보여줘서 학부형들의 마음을 편하게 해줘야 하겠습니다. 학교 갈 때에도 빈손으로 떳떳이 갈 수 있게끔.... 그리고 학부형은 학부형대로 "우리 애 좀 특별히 잘 봐달라"는 식의 음성적 이기적 교육열에 더 이상 사로잡혀서는 안되겠습니다. 그런 이기심에 사로잡혀 있는 한 촌지의 망령은 언제든지 부활할 겁니다. 그리고 또 하나 하고 싶은 얘기는 언론의 보도에 관한 것입니다. 여론 형성에서 언론이 차지하는 비중은 거의 절대적입니다. 조 모씨의 경우처럼 부정적, 자극적 보도에만 열중한다면 보도의 원래 기능과는 전혀 다른 결과를 낳을 수 있습니다. 일례로, '학부형이 봉이냐?'는 어느 일간지의 사설 제목은 교사 집단을 마치 유흥 업소에서 돈을 뜯는 조직 폭력배쯤으로 비춰지게 하고도 모자람이 없습니다. 사실 학교 주변에서 들려오는 미덕은 찾아보기 어렵지 않습니다. 다만 보도되지 않을 뿐이지요.. 교사들이 박봉을 쪼개어 장학금을 마련하여 가정 형편이 넉넉치 않은 제자들을 돕는다든지 (제가 직접 들은 사례입니다) 하는 등의 사례는 얼마든지 찾아볼 수 있습니다. 만약 그런 것이 앞의 부정적 보도에 비해 기사의 선정성이 떨어져서 보도하지 않는다면 언론도 그 책임을 면할 수 없겠지요.. 암튼 우리나라 교육 현실을 보면 걱정스러운 점이 너무 많군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