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economics ] in KIDS 글 쓴 이(By): artistry (화이트헤드) 날 짜 (Date): 1998년 10월 7일 수요일 오전 10시 26분 11초 제 목(Title): 한겨레/정운영 함께 사는 길 [에세이] 함께 사는 길/정운영/논설위원 ▶프린트 하시려면 미국이 유럽 중심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에 참여한 것은 북대서양이란 지리적 자격 때문이다. 그러나 유럽연합(EU)에는 가입하지 못했는데, 그것은 유럽 국가가 아니기 때문이다. 국제 기구 가맹이 이처럼 지역적으로 제한될 때, 영토를 떠메고 이동하지 않는 한 참여가 불가능하다. 물론 이런 편법도 있다. 유럽경제협력기구(OEEC)는 본래 유럽 국가들의 모임인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로 이름에서 유럽을 빼고 미국을 받아들였다. 사실은 미국이 들어가기 위해 남의 이름마저 바꿔버린 것이다. 아마도 그 편이 땅덩어리를 옮기는 일보다 쉬웠으리라. *맹주가 없는 아시아 무림* 아시아 `무림'에는 맹주가 없다. 그 자리를 놓고 지금 일본, 중국, 미국 등 중원과 변방의 고수들이 각축을 벌이고 있다. 경제전과 외교전은 물론 `신경전'까지 온갖 무예와 비기로 맹주 자리를 다툰다. 아시아가 아닌 미국은 태평양을 들고 나왔다.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는 그런 편법의 산물이다. 여기 아시아의 `외방' 미국은 처음부터 참가했지만, 중원을 자처하는 중국이 나중에 가입한 것은 정녕 아시아 무림의 역설이다. 말레이시아의 마하티르 총리는 좋든 나쁘든 `지역 감정'이 강한 인물이다. 그는 아세안 국가들과 한국, 일본, 중국 등을 포함한 동아시아경제회의(EAEC)를 제창했다. 그 취지는 좋았으나, 아시아 밖의 미국을 빼자는 주장이 `괘씸죄'에 걸렸다. 그래서 미국의 결사 반대와, 미국의 심기를 거스를 용기가 없는 나라들의 투항으로 흐지부지 `없었던 일'로 끝나는 듯하다. 아시아의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한 일본의 움직임이 근래에 부쩍 활발하다. 그 하나는 아시아통화기금(AMF)을 창설하자는 제안이다. 지난해 일본은 선진 7국그룹(G-7)회담과 국제통화기금-세계은행 연차 총회에서 이 구상을 밝혔다. 그러나 아시아통화기금 창설로 국제통화기금(IMF)의 영향력 상실을 우려한 미국의 반대로 무산되었다. 올해도 일본은 1000억달러 규모의 자금 조성 계획까지 밝히며 이를 다시 들고 나왔다. 동아시아의 외환 위기에 놀란 미국도 한사코 반대할 형편이 아니어서, 엔화 주도의 아시아 지역 기금이 머지않아 출현할지 모른다. 달러의 횡포에 시달리는 아시아 각국도 내심 이를 반기는 표정이다. 그 둘은 소위 미야자와 플랜이다. 일본 정부의 보증 아래 민간 금융 기관이 300억달러를 마련하여 외환 위기에 처한 동아시아 각국을 지원한다는 구상이다. 미야자와 대장상은 우선 한국, 타이,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에 대한 채권 매입이나 장기 저리의 융자 계획을 국제 기구와 협의하겠다고 발표했다. 이 틀 안에서 일본의 수출입은행이 한국의 중소기업에 30억달러를 공여할 방침이며, 이것을 김대중 대통령의 방일 선물로 내놓을 예정이라고 외신은 전했다. 전후 유럽에서 공산주의 확산을 막고 유럽의 조속한 재건을 돕기 위해 미국이 마련한 마셜 플랜은 수하에 유럽경제협력기구를 거느리며 달러로 유럽 경제를 주무르는 빌미가 되었다. 한국이 미야자와 플랜의 최대 수혜국이라는 기사를 대하며, 반세기 전의 유럽 역사를 들추는 나의 심사는 매우 착잡하다. 그 셋은 주한 일본 대사가 검토를 제의한 한일자유무역지대 창설이다. 자유무역지대는 역내의 관세를 철폐하거나 대폭 인하하여, 무역 장벽을 해소하고 교역을 증대하려는 다자간 경제 통합의 첫 단계이다. 그것은 역외 관세마저 통일한 관세동맹을 거쳐, 상품과 자본의 이동이 자유로운 공동시장으로 발전한다. 북미자유무역지대(NAFTA) 결성을 성공으로 보든 실패로 보든, 건지는 미국이 차지하고 멕시코의 차례는 기껏 국물뿐이라는 평가가 많다. 경제력과 경쟁력이 같지 않은 한일 양국의 자유무역지대 결성도 이처럼 `건지와 국물'의 차별로 이뤄지는 것이 아니냐는 걱정이 앞선다. 아시아통화기금이든, 미야자와 플랜이든, 한일자유무역지대든 이런 모험적 공세가 말레이시아와는 다른 일본의 실력과 말발로 보아 동아시아경제회의 같은 운명에 처하지는 않을 것도 같다. 그렇다면 일본이 맹주까지는 아니더라도 이 지역에 막강한 패권을 행사하게 된다. 일본과 아시아 각국의 불행한 과거사도 잊기 어렵지만, 한층 심화될 지배와 종속 관계에 대한 불안과 공포가 악몽처럼 다가오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분노를 넘어 현실을, 국경을 넘어 세계를 돌아보자. 청산할 역사 못지않게 새 세기의 생존이 절박한 과제라면, 그 생존의 교두보를 건설하는 작업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분노를 넘어, 국경을 넘어* 조심스럽게―아주 조심스럽게―전하거니와 나는 불쾌한 과거 때문에 일본의 얘기라면 원색적으로 반발하는 조건 반사적 충동을 다소 자제하도록 권고한다. 유럽연합, 북미자유무역지대, 남미공동시장(Mercosur) 등 지역 경제 통합으로 각국은 세계화 시대의 살벌한 경제 전쟁에 최소한의 안전판을 마련하고 있다. 유감스럽게도 아시아에는 이것이 없다. 이런 집단적 자구 장치가 있었던들, 현재의 외환 위기에 이토록 달러한테 초주검이 되지는 않았을지 모른다. 아시아의 경제 통합이 아직 멀고 힘든 숙제라면, 최소한 한반도와 일본과 중국을 잇는 `경제 협력' 통로라도 만들자. 그것이 우리 함께 사는 길이다. ... ... 제목: 함께 사는 길 ♠위로 기사제보·문의·의견 opinion@mail.hani.co.kr ▣ 세상을 뒤바꾼 색다른 영웅 이야기 ▣ ▣ 장 편 소 설 [시 황 제] 주문 ; 710-0501~3 ▣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 "활쏘기는 군자의 덕성과 비슷한 바 가 있으니, 활을 쏘아 과녁을 벗어나더라도 오히려 그 이유 를 자기 몸에서 구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