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donggukUniv ] in KIDS 글 쓴 이(By): nagnea ( 겨 울 비 ) 날 짜 (Date): 1999년 12월 13일 월요일 오전 11시 09분 15초 제 목(Title): 월요일 아침에 생각. 월요일 아침에서야 눈이 온걸 알았다. 학교까지 오는 길에 젖은 거리를 느끼면서 비가 내렸구나 생각했지만, 학교 안에 들어와서 하얗게 변해버린 잔디밭을 보고 눈이 내렸음을 인식하게 되었다. 남부지방에는 오래전에 눈이 왔었다고 들었는데, 어제 내린 눈이 서울에서 첫눈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미 첫 눈이 왔었다고 이야 기하는 사람도 있지만, 어제의 눈을 첫눈으로 여기고 싶다. 눈이 오지 않길 기원 하고 있었고, 어제까지 나의 작은 소망은 무너지지 않았다. 막상, 오늘 첫눈이 온걸 알아서 나의 소망이 무너졌지만, 안타깝거나 낙심하는 마음이 들지 않는다. 그렇다고 아직 녹지 않은 부분부분 남아있는 눈을 보면서 눈의 낭만을 느끼지도 않는다. 오히려, 눈은 적당한 시기에 내렸음을 알게 되었고, 담담한 마음으로 눈이 녹듯이 나의 욕심과 집착을 녹이고 있다. 눈은 기다리면 다시 내릴 것이다. 올해 내리지 않으면, 내년에라도 내리겠지. 어제 내린 눈과 다음에 내릴 눈의 실체는 같은 눈이 아니지만, 눈을 바라보는 마음은 실체에 관계 없이, 시간적으로 다른 눈을 동일한 눈으로 만든다는 믿음이 나에게도 생겼음을 알게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