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donggukUniv ] in KIDS 글 쓴 이(By): nagnea (나 그 네) 날 짜 (Date): 1997년10월17일(금) 09시40분57초 ROK 제 목(Title): [퍼온글-한겨레]기이한(?) 현상 비자금 정국이 열흘째 계속된다. 김대중 국민회의 총재의 `비자금'을 겨냥해 세 차례의 융단 폭로전을 편 신한국당은 마침내 검찰 고발이라는 최후 승부수를 던졌다. 어차피 모양새를 따질 겨를이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일 것이다. 공은 검찰 손에 넘어갔다. 그러나 검찰은 당장 수사에 들어갈 태도가 아니다. 눈 한번 껌벅이면 알아서 칼을 뽑던 예전의 검찰이 아니다. 정권 교체기를 가볍게 생각한 신한국당의 안이한 시각에 착오가 있었을까. 그러나 정작 신한국당의 결정적 계산 착오는 다른 데 있다. 국민의 마음을 잘못 읽은 것이다. 비록 손가락질을 당하는 한이 있더라도, 김 총재의 비자금을 까발리면 엄청난 회오리가 일 것으로 자신했던 것이다. 그리되면 정치판도가 일거에 역전된다. 이제까지의 경험으로 볼 때 그런 계산이 전혀 터무니 없는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결과는 반대다. 김대중 후보의 지지율은 큰 변동이 없고 오히려 이회창 후보의 지지율이 정체 내지 하락세를 보였다. 국민들은 김대중 총재가 상당한 비자금을 받았으리라는 점에 대해서는 대개 그럴 것으로 보는 것 같다. 국민회의쪽이 내놓은 해명이나 반론이 충분한 설득력을 갖춘 것도 아니다. 그런데 비자금의 `비'자만 나와도 넌더리를 내야 할 국민들이 이번에는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 당사자인 김대중씨조차도 놀란 눈치다. 이처럼 `기이한(?) 현상'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김대중씨의 고정표가 워낙 단단해 누가 뭐래도 흔들리지 않는다는 종래의 해석만으로는 상황을 설명하기 어렵게 됐다. 지난 92년 대선 때 김대중 후보가 얻었던 최대치인 33·8%를 웃도는 지지율이 나오고 있다. 해답의 실마리는 김대중씨에 대한 막연한 거부 정서가 엷어진 사회 분위기에서 찾아야 하지 않을까. 반 김대중 정서가 압도하는 분위기였다면 옳고 그름이나 경우에 맞고 안 맞고를 떠나 신한국당의 노림수는 일단 먹혀들었을 것이다. `비자금 건'은 심정적 반대자들에게 자신의 김대중 거부심리를 합리화할 명분과 빌미를 제공하기에 충분한 소재다. 그러나 예전에 비해 심리적 파괴력이 떨어졌다. 김 총재에 대한 국민들의 거부감이 엷어진 것은 각종 조사에서 확연히 나타난다. 잦은 텔레비전 토론이 가장 큰 영향을 주었을 것이다. 상식적으로 생각한다면 신한국당의 주장은 공정성이나 형평성 측면에서 경우에 어긋난다. 신한국당이 금권정치의 총본산임을 모르는 국민은 없다. `검은돈'을 받은 것으로 치자면 야당의 몇십배에 이를 것이다. 문제가 된 92년 대선자금만 해도 김영삼 후보가 훨씬 더 썼다. 그런데 자신들의 잘못은 철저히 눈 감으면서 남의 허물을 들추어내는 경우없음과 몰염치에 많은 국민들이 등을 돌린 것이다. 선거를 코앞에 두고 폭로전을 펴는 모습에서 구시대의 정보정치를 연상하는 것이다. 이미 지나간 일이지만, 여권이 김대중 후보를 침몰시킬 절호의 기회가 있었다. 김영삼 대통령의 대선자금 문제가 불거졌을 때다. 그때 만일 김 대통령이 자신의 잘못을 솔직히 고백하면서 정치판을 근본적으로 `정화'하겠다고 나섰다면 상황은 달라졌을 것이다. 어물어물 깔아뭉개고 넘어간 데는 이회창 후보도 책임이 있다. 그런 그가 이제 와서 `혁명적 과업'을 들먹이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잘못된 정치관행은 깨야 하고, 많든 적든 비자금 의혹이 있다면 밝혀야 한다는 당위에 이의를 달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앞서서 해야 할 일이 있다. 자신의 잘못을 먼저 파헤쳐야 하는 것이다. 자신의 살을 베는 아픔 없이 정략적으로 상대를 침몰시키려 하면 뜻대로 되지도 않을 뿐더러 정치판만 살벌해진다. 그럴수록 또다른 모함이나 음해의 유혹에 빠지기 쉽다. 비자금 정국 이후에 신한국당이 해묵은 `색깔론' 그리고 마지막 순간에 `호남 패권론'으로 고질적인 지역감정을 자극하는 비열한 수까지 동원하지 않을까 우려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도 이 때문이다. 논설위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