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yberPunk

[알림판목록 I] [알림판목록 II] [글목록][이 전][다 음]
[ cyberPunk ] in KIDS
글 쓴 이(By): ider (cyberpunk)
날 짜 (Date): 1998년 9월 18일 금요일 오후 01시 09분 46초
제 목(Title): 라이언 일병 구하기...씨네21



 ───────────────────────────────────────
 제공:한겨레 신문사             씨네21(CINE21)                   ☎ 02-710-0709
 ───────────────────────────────────────
 ───────────────────────────────────────
 [개봉 영화 보기] [이주의 영화] 라이언 일병 구하기
 ───────────────────────────────────────


   줄거리



   1944년 6월6일, 2차대전의 전세를 뒤바꿔놓은 연합군의 노르망디
    상륙작전이 감행된다. 오마하 해변을 맡은 밀러 대위(톰 행크스
   )는 많은 부하를 잃고 천신만고 끝에 상륙에 성공한다. 하지만 그
   를 기다리고 있는 다음 작전은 황당하게도 적진에 투하돼 행방이
    파악되지 않는 라이언 일병(맷 데이먼)을 찾아내 미국으로 귀환
   시키라는 것. 라이언의 형 3명이 모두 전사하자 그들의 어머니를
    위해 라이언만이라도 귀향시키기로 상부의 결정이 내려진 것이다
   . 밀러를 포함한 8명의 대원은 자신들 모두의 생명보다 그의 생명
   이 더 중요한지 의구심을 품고 라이언을 찾아나선다. 밀러 일행은
    악전고투 끝에 라이언을 찾아내지만, 그는 귀환을 거부하고 다리
   를 사수중인 자신의 부대와 운명을 같이 하겠다고 버틴다. 밀러
   대위는 라이언의 부대에 합류해 마지막 작전을 치른다.



   그리고



    스티븐 스필버그는 2차대전을 승리의 전쟁, 정의의 전쟁이 아니
   라 고난과 참상으로 그린다. 영광스런 노르망디 상륙작전은 실로
    구토를 참기 힘든 지옥이다. 전략사령부는 그 아수라를 천운으로
    통과한 미국 병사들에게 라이언 일병을 찾아내 후송하라는 기막
   힌 명령을 내린다. 아들 셋을 이미 잃은 어머니의 마지막 자식을
    되돌려보내기 위해 몇명의 희생자가 더 필요한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카메라는 한심한 명령을 수행해야 하는 소대의 지루한 여
   정과 끔찍한 전투를 쫓는다.

   총 제작비 6천5백만달러의 영화 <라이언 일병 구하기>에 대한 미
   국 내 반응은 유난스럽다. 관객의 반응부터 극성스러워 개봉 4주
    동안 흥행성적 1위를 지켰다. 언론과 평단은 더 난리다. 거의가
    경탄과 찬사 일변도이다. <버라이어티>는 웅변적인 어조로 “참
   혹한 전투가 마치 눈앞의 현실인 것처럼 당신 앞에 펼쳐질 때, 더
   이상의 어떤 논평도 불필요하다”고 단정지으며 “선명하고 사실
   적이며 처절한 전투 묘사에 있어 둘도 없는 영화”라고 극찬했다
   . <타임>도 “가장 위대한 전투 시퀀스”에 경의를 표했고, <뉴욕
   타임스>도 “정교하기 때문이 아니라 끔찍할 정도로 정직하기 때
   문에 보기에 고통스럽다”며 “우리시대 최고의 전쟁영화”라고
   추켜세웠다. 오히려 보수적 색채가 짙은 <뉴스위크>가 이 영화를
    ‘아버지 세대의 고귀한 역사를 베이비붐 세대들이 냉소적이고
   좌경화된 시각으로 재해석한 것’으로 읽지 말기를 권유하며, 영
   화의 공평무사함을 차분하게 지지하는 기획기사를 게재했다.

   <뉴스위크> 기사에 따르면 요즘 미국사람들에게 2차대전이 갑작스
   럽게 화제가 되고 있다. <라이언 일병 구하기>말고도 2차대전 관
   련영화가 6편이나 제작되고 있으며, 이중에는 테렌스 멜릭 감독,
    존 트래볼타 주연의 <신 레드 라인>도 들어 있다. 2차대전에 관
   한 스티븐 E. 앰브로스의 최신 저서 2권 <D데이:2차대전 절정의
   신화>와 <시민군>은 합쳐서 1만부나 팔렸다고 한다. 이 기사에 따
   르면, 2차대전에 대한 관심이 다시 고조된 것은 금세기의 큰 문제
   들(인종차별 철폐와 공산주의 종식)이 해결된 지금에도 미국인들
   은 여전히 영웅을 갈망하고 있으며, 그를 위해 과거로 밀려가다
   2차대전에서 감상적 안식처를 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라이언 일
   병 구하기>는 2차대전 신드롬을 등에 업고 흥행과 비평 양면에서
    대대적 성공을 거두고 있는 셈이다.  다큐멘터리적 기법이 대거
    동원된 초반 20여분의 전투장면은 의문의 여지없는 압권이다. 상
   륙보트의 문이 열리자마자 쏟아지는 독일군의 기관청 세례로 미군
   들은 벌레처럼 죽어버린다. 몸도 움직이기 전에 철모를 관통한 총
   알에 고꾸라지는 병사, 가까스로 물 속에 몸을 숨겼으나 물 속을
    파고든 총알에 비명도 없이 숨을 거두는 병사, 쏟아진 창자를 어
   루만지면서 괴성을 질러대는 병사, 머리의 반이 날아가 쓰러진 병
   사, 찢겨나간 팔을 들고 서성이는 병사들이 전혀 주목받지 못한
   채 오마하 해변의 생지옥에 끝없이 진열된다.

   20여분간의 끔찍한 상륙작전이 끝난 뒤부터는 보통의 극영화로 돌
   아간다. 여기서 스필버그는 두가지 장치를 마련한다. 첫째는 밀러
    대위의 정체성을 감추는 것. 가장 중심적이며 주도적인 이 인물
   은 정체의 모호성으로 인해, 관객에게 감상적 동일시를 허용하지
    않는다. 밀러는 거의 마지막 순간에 자신이 학교 교사임을 밝힌
   다. 전쟁은 착실한 미국시민의 전형이며 가장 헌신적인 밀러에게
   조차 자신의 내면이 가담할 수 없는 악몽이었던 것이다.

   둘째는 통역병으로 차출된 전투무경험자 업햄의 개입. 이 겁많고
    유약한 인간은 동료들이 탄약이 떨어져 죽어가는데도 총탄 전달
   조차 못한 채 겁에 질려 운다. 그의 존재는 관객에게 분노를 살만
   하지만, 오히려 스필버그는 “업햄은 나였고, 내가 살아왔던 인간
    그 자체였다”고 말한다. 전투 체험과는 아무런 인연이 없는 대
   부분의 관객에게 유일한 전투 비전문가인 업햄의 행태에서 자신을
    발견토록 하는 것이 스필버그의 의도이다.

   고뇌하는 리얼리스트의 태도를 견지해온 카메라의 시선은 마지막
    장면에서 허물어진다. 다시 오늘의 군인묘지로 돌아온 카메라는
    슬픔과 존경에 찬 눈으로 밀러의 묘비를 바라보던 늙은 라이언이
    가족을 뒤로 두고 경례를 하는 것으로 끝나고 스크린엔 첫장면처
   럼 성조기가 떠오른다. 영화는 전쟁의 리얼리즘으로부터 벗어나
   또하나의 영웅담으로 돌아온 것이다. 밀러 같은 영웅의 희생으로
    오늘의 평온한 미국이 존재한다는 진술을 담은 이 마지막 장면은
    변함없는 스필버그식 결말이다.

   미국인들은 <라이언 일병 구하기>가 전쟁의 진실을 말해서가 아니
   라 2차대전의 진실을 말해서 불편해 하거나 감동하는 것 같다. 그
   러나 미국인들이 아닌 사람들에게 2차대전도 하나의 전쟁이란 건
    평이한 진실이다. 파시스트 응징이란 명분이 있다해도 연합군 내
    각국의 2차대전에 참여 동기가 정의가 아니라 국익이란 건 두말
   할 필요없는 상식이다. 국익조차도 종종 기득권자들의 이해관계나
    치졸한 정치선전과 뒤섞이며, 전장의 소모품인 병사들에겐 생존
   과 귀환만이 지고지선의 희망이라는 것도 자명한 사실이다.

   베트남전쟁이란 지울 수 없는 악몽을 정면으로 응시하는 영화들이
    나올 때, 순진한 동심찬미와 저열한 제국주의적 태도가 뒤섞인
   상업영화에 몰두하던 스필버그가 자신의 영화적 이력에 대한 아무
    성찰없이 인간과 전쟁의 본질 운운하며 2차대전 영화를 내놓고,
    논평가들이 그에 대한 찬사 일색으로 지면을 뒤덮는 미국영화계
   의 모습은 아무래도 꼴불견이다. 그의 휴머니즘은 역사적 성찰을
    결여하고 있어, 늘 자기도취적 감상성의 껍질을 벗지 못한다.


   그의 몰역사적 휴머니즘은 <태양의 제국>에서 이미 명료하게 드러
   난 바 있다. 제국주의국가들이 남의 나라에서 벌이는 식민지 침탈
    전쟁을 그리면서도 영국 소년의 고난을 통해 전쟁의 참상을 설득
   하려는 어이없는 태도는 <라이언 일병 구하기>의 상투적 인간주의
   와 별로 멀지 않은 거리에 있다. 무기에 의해 육신이 처참하게 파
   열되는 과정을 어느 영화보다 적나라하게 담아내는 그의 뛰어난
   테크닉은 오히려 전쟁의 스펙터클이 지닌 가능성을 재확인하고 확
   대하는 상업적 전략으로서 주목할 만하다. 스필버그의 경우엔 이
   를 진지한 작가의식으로 포장해내는 상술까지 겸비하고 있다는 점
   에서 다른 상업영화 감독들보다 훨씬 교활한 셈이다.

   스필버그는 인간과 역사에 눈뜬 작가가 아니라, 2차대전에 대한
   관심의 부흥을 앞서서 이용할 줄 아는 뛰어난 기획가일 따름이다
   . 그가 유대인으로서의 정체성을 작품에서나 공적 활동에서 한번
   도 드러내지 않다가 갑자기 <쉰들러 리스트>에서 부각시켜 역시
   대대적인 상업적 성공을 거뒀던 건 그다지 오래 전 일이 아니다.
    로저 에버트의 말대로 그가 생존 감독 가운데 가장 뛰어난 테크
   니션이라는 사실은 분명해보인다. 하지만 그 테크닉조차도 많은
   미국 논평가의 찬사와는 달리 새로운 것이 아니다. 다큐멘터리적
    기법은 60년대 말부터 영화언어의 혁명을 기도했던 고다르를 비
   롯한 선구자들에 의해 널리 원용돼 왔다. 다만 스필버그는 자신의
    상업적 기획에 갖가지 테크닉을 한꺼번에 동원할 수 있는 센스와
    돈이 있을 뿐이다. 요컨대 <라이언 일병 구하기>는 2차대전에 관
   한 새로운 영화임에는 분명하지만, 새로운 전쟁영화도 아니고, 가
   장 위대한 전쟁영화는 더욱더 아니다.

   허문영 기자



   개봉/ 9월12일  상영관/ 서울 - 단성사, 시네코아, 명보, 동아,
   씨네하우스 CGV강변

   Saving Private Ryan 제공 드림웍스 제작 스티븐 스필버그 외 감
   독 스티븐 스필버그 음악 존 윌리엄스 의상 조안나 존스턴 편집
   마이클 칸 미술 톰 샌더스 촬영 자누스 카민스키 각본 로버트 로
   다트 출연 톰 행크스, 에드워드 번즈, 맷 데이먼, 톰 시즈모어 제
   작연도 1998년 상영시간 169분 등급 15세 이상 관람가

 ───────────────────────────────────────


[알림판목록 I] [알림판목록 II] [글 목록][이 전][다 음]
키 즈 는 열 린 사 람 들 의 모 임 입 니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