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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ooKing ] in KIDS
글 쓴 이(By): sisyphe (mythe)
날 짜 (Date): 1998년04월10일(금) 06시13분27초 ROK
제 목(Title): 떡볶이. 그리고 약간의 스트레스.



스트레스 퇴치 음식을 찾으시는 분이 계신데, 저는 그 답을 모릅니다.
단지 여기에 떡볶이라는 제목이 있어서 제가 할 줄 아는 요리도 질문이
올라오는구나 하는 기쁨에 몇자 적어봅니다.

먼저 간 쇠고기를 볶습니다. 불고기용을 넣으면 더 좋습니다.후추와 소금도 약간 
뿌립니다.
당근을 동그랗고 얇게 썰거나 길게 썰어 넣습니다.
오뎅을 길게길게 썰어서 넣습니다.
둥근 냄비에 합니다. 기름도 거의 필요없습니다.
순서대로 넣어서 거의 동시에 볶습니다.

쇠고기, 오뎅, 당근이 대충 익으면 떡을 넣어 볶는 척하면서 물을 넣습니다.
여기에 고추장과 고춧가루, 설탕을 풉니다. 그리고 끓입니다.
끓기시작하기 전에 당면(미리 물에 약간 넣어두었다가)을 조금 넣습니다.
그리고 끓기시작하면 파,양파를 넣습니다. 양파는 특히 많이 넣습니다. 그래야 
단맛이
납니다.

그리고 끓이다가 마지막에 깨소금과 참기름을 뿌려서 불을 꺼줍니다.
이건 간식이 아닙니다. 우리집의 귀한 저녁의 주요리입니다.
저는 요리를 잘 못해서 그러는 건지 모르지만, 아뭏든 잘하려고 노력하기때문에
요리할때 재료 넣는 순서를 무지 신경씁니다.
위와 같은 순서로 만들어진 떡볶이는 제 (손)으로 말하기 좀 그렇지만 무지 
맛있습니다.

그런데 우연히 며칠전 이상한 점을 발견합니다. 저는 음식이 기분을 좌우한다는 
말만 들었지 한번도 의식해 본일이 없었는데, 바로 며칠전 경험한 바에 의하면 
어떤 음식은 참으로 오래동안 사람을 기분나쁘게 만들기도 한다는 것입니다.
바로 떡볶이였습니다. 저녁에 해먹은 것이.
그런데 그날은 냉장고에 쇠고기만 없었습니다. 쇠고기만 사러 멀리 그로서리에 
가는 것이 귀찮아서 그날은 쇠고기 없이 떡뽁이를 했습니다. 내친김에 맘먹고 
사둔 당면도 듬뿍듬뿍 넣었습니다. 그런데 항상 먹던 그맛이 아니더군요.
입맛에 달라서 그런건지 몰라도, 참 맛없이 먹었고, 그 뒤로도 한참을 불쾌한 
상태를 유지해야 했습니다. 그 불쾌함은 떡볶이에서 왔다는 것을 의식하고 있는 
스스로가 참 의아했지만, 그때 알았습니다.
정말로 음식이 사람의 불쾌,유쾌를 좌우할수도 있다는 것을요.

저는 음식에 그리 예민한 편도 아닌데, 그런걸 경험하는 것을 보면 예민한 
사람만 느끼는 것도 아닌가 봅니다. 
그때 느낀 그 불쾌감이 쇠고기의 부재에서 왔다고는 단언할 수 없습니다.
그날 특히 많이 들어간 당면일수도 있고, 색깔이 검어지도록 오래된 고추장
때문이었는지도, 또는 파나 양파가 잘못된 것이었는지도 모릅니다.
어쨋든 그날의 경험은 사람은 각자에게 맞는 음식이 있고, 자기 궁합에 맞으면
먹고 기분이 좋아질 수도 있지만, 안맞을때는 불쾌감을 불러일으킬수도 
있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약간 이상하지만, 정말로 어떤 미국사람은 혼자 저녁 해먹었는데(마켓에서 파는 
만두) 그게 안맞아서, 너무 화가 난다고 하는 것을 들어본 적이 있었습니다.
기분이 나쁜 정도가 아니라, 화가 난다고 하더군요.
잘 이해되는 것은 아니지만, 그런 사람도 있다고 생각할때, '먹으면 기분좋아지는 
음식요리법' '스트레스 해소요리법' 이런 책 나오면 베스트셀러가 될거라 생각되는
군요.
간만에, 할 수 있는 요리에 대해 질문이 나와서 흐믓한 마음에 길게도 주절이다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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