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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ooKing ] in KIDS
글 쓴 이(By): Raptor (오공)
날 짜 (Date): 1998년03월26일(목) 04시35분59초 ROK
제 목(Title): Re: Re^2: 다른나라 음식문화




결국 이문제도 문화에 대한 토론으로 이어질 수 밖에 없느데 문화란
정말 정의하기 까다로운 개념입니다.  인간 지식, 신념, 행위등이
합쳐진 패턴이라고 이해할땐 막연하기만 합니다.  다만 전 *세계의
어떤 문화도 우월하거나 열등한것이 없다*는 말에 원천적으로 동의
하지 않습니다.  문화/문명의 발달이 있다면 발달의 높낮이가 있기
마련입니다.  비슷한 문화일 수록 비교하기가 수월하겠죠.  강하나
건너 누구네는 잘 살아서 미술/음악도 발전시키고 과학 영농을 통해
쌀도 많이 생산하고 세계적으로 인정 받는 학자들도 배출해내고 먹던
/안먹던 음식도 더 맛있게 개발할 수도 있겠고 또 건너 누구네는
지도자 잘못 만나 또는 외세의 침탈에 시달려 또는 외화가 바닥나서
쫄쫄 굶고 그나마 가졌던 것들 다 잊어버리고 엿팔아먹고 결국 소멸해
버리거나 주변 강대국에 흡수되어 버릴 수도 있고 . . .

남북한 예가 그런것 아닙니까?  똑같은 상황에 있다가 분단 반세기
이후 누구는 고기 먹어본지 몇년째라고 하고 누구는 . . . 남한사람들
평양가서 평양식당에서 평양냉면 먹을 수 있을줄 아십니까?  웬만한
단단한 밥통없이는 다 못먹습니다 (연변에서의 경험을 토대로).  *맛
보다는 양*이 우선인 사람들과 (많이 안주면 뭐 날라감) 그렇지 않은
사람들의 차이는 생각보다 큽니다.  또 위생개념 (냉면그릇 위로 차곡
쌓아 올려 갖고옴), 입맛의 변화 (쫄면같은 면발, 걸쭉한 육수, 약간
특이한 고기, 계란 완숙 전체) 등도 무시 못합니다.  그쪽 사람들도
고바우 냉면먹고 같은 소리를 할지 모르겠죠 -- 처음 몇번은 (몇몇
귀순온 사람들 말로는 남조선음식이 어드레 그리 깡그리 맛있나 하고
감탄한다던데).  이젠 강냉이죽도 못먹는다고 하는데 이런 상태가
20년더 간다고 상상해 보면 북한 고유의 음식이 기억에 조차 남아
있을까요?

모든 문화예술이 김부자를 칭송하거나 혁명을 담고 있다해도 원천적
문화이기 때문에 우열을 가릴 수 없는 것입니까?  시간을 주면
해수면 같이 평형해지는 것입니까?  미국에서 똑같이 박사학위를
받은 사람들이 각각 한국, 일본 대학이나 연구소로 돌아갔다고 칩시다.
이 기관들은 비슷한 여건, 시기에 세워졌다고 칩시다.  헌데 나중에
국제 학술지에 실리는 논문수가 엄청난 격차를 보인다면 학원/연구
문화를 비교할 수 있는겁니까?  아니면 이것도 단지 감상/감사의
대상입니까?  아니면 단지 인식의 차이입나까?  비교가 힘들다라는것과
비교하는게 아니다라는 것은 크게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이웃 사촌인 독일과 프랑스 음식에 대한 인식이 그리 다른 이유가
단지 프랑스의 경제적 풍요로 인한 차이일까요?  프랑스가 독일보다
먹고 살만했으니까 요리가 그렇게 발전했나요?  아니면 거기 귀족들이
백성들 뱃가죽이 달라붙을때 케익먹고 에스카르고 먹고 자빠져 있어서?
17세기를 맞은 유럽에선 이태리식이 프랑스 haute cuisine (고급 요리)
또는 grande cuisine에 밀려나기 시작했습니다.  18세기까지만 해도
이태리 귀족사회에서는 단연 프랑스식 - 특히 파리식이 인기있었다고
합니다.  그후로 프랑스 혁명, 산업혁명이란 커다란 격변기를 거치면서
민족국가가 생겨나고, 중산층이 형성되고 농촌에서 도시로 이주가 시작
됐습니다.  한식처럼 모든 음식을 한꺼번에 식탁에 내놓는 *프랑스식*이
하나, 하나 나오는 *러시아식*으로 바뀌게 됐습니다 (service a la russe).
한 지방에서만 먹던 음식도 빠르게 전역으로 퍼질 수도 있게 됐고 (e.g.,
이태리 남부의 토마토 소스 파스타) 와인-치즈등의 법적 보호장치도
마련됐습니다.  프랑스에선 공포시대가 이어지며 귀족들의 요리사들이
새로 생겨나는 레스토랑으로 옮겨갔고 유명세도 타곤 했습니다.  혁명
지도자들도 이러한 문화를 비판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들 레스토랑을
애용했다고 합니다.  또 단두대로 가기로된 돈많은 죄수들의 마지막
식사를 제공하는 계약도 맺었다고 합니다.  고급요리는 이제 돈만
있으면 누구나 즐기는 것이 됐습니다.  공포시대가 끝날즈음 미식가들은
너도나도 먹는 즐거움을 글로 표현하기 시작했고 요리 문화가 꽃피웠
으며 프랑스 문화 전체와 함께 서양문화의 극치로 여겨졌습니다.  물론
귀족음식은 귀족음식대로, 부르조아 음식은 부르조아 음식대로 다른
지역에 영향을 주기 시작했습니다.

20세기에 들어와서는 프랑스식의 위치은 더욱 확고해졌습니다.  카이저
빌헬름 2세는 레종 도네르 기사 훈장도 받은 한 프랑스 요리사를
*요리사의 황제*라고 추켜세우기도 했습니다.  그러면 독일의 *궁중음식*은
어떻게 됐을까라는 질문이 나오지 않을 수 없습니다.  저는 이러한 것들이
경제적 차이에서 비롯됐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훈장등을 받은 이유는
앞서 말했듯이 각종 프랑스 요리의 재편성, 코드화, adapting, 요리과학의
표준화, 요리 랭귀지의 expansion 및 diversification, 특히 소스 만들때
리서치의 중요성 (주요 재료의 맛을 살리기 위해 subtle한 접근방식등)등
분야에서 많은 업적을 이루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파리 중심주의에
반기를 든것은 역시 숨겨져 있거나 무시됐던 지방색을 살려야 한다는
움직임이었습니다 (cuisine regionale) --1차대전 이후 부터 계속되어 오늘날
까지 이르게 되었고 . . .  60년대에 들어와서는 건강과 균형있는 식단에
관심이 고조돼서 *nouvelle cuisine* 이라는 개념이 생겨나고 (i.e., 절차의
간소화, 요리시간 단축, 변화있는 식단 개발, 창의력 강조, 메리네이팅과
밀가루 첨가 소스의 거부) 약 150년간의 거장들의 업적과 더불어 존재
하게 됐습니다.

사실 서민들이 먹는것은 이태리나 프랑스나 독일이나 대충 비슷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고기는 귀했고 요리법은 간단했습니다.  주위에서 구할 수
있는 음식을 주로 먹었고 요리하는 방법은 집안대대로 입으로 전해졌습
니다.  내륙에 사는 사람들은 물물교환 해오지 않는 이상 평생 싱싱한
해산물 한번 맛 못보고 죽었겠죠.  1880년에 씌여진 피노키오의 이야기
에선 먹을만한 음식이 빵 큰조각; 올리브유와 식초로 양념한 컬리플라워
한접시; 넥타로 채운 고기 디저트등이 전부였다고 합니다.  수백년동안
바뀐게 없지요.  그렇다면 차이가 나기 시작한것은 얼마 되지 않습니다.
이태리의 예를 보면 수백년간의 도시-국가의 역사로 인해 서로 말도 다를
만큼 다양한 지역 문화를 지니고 있고 자기 고장 음식에 대한 자부심도
대단합니다.  대개 잘사는 북부 <북유럽 문화의 영향을 많이 받아 파스타
보다는 risotto/쌀 선호 (영화 *Big Night*에서 손님들이 이걸 스파게티 미트
볼로 바꿔달라고 하고 형이 방방뜨고 동생이 나중에 이 메뉴를 없애자고
하자 비꼬면서 그래 그럼 핫도그로나 바꾸지 하던 장면 골때렸음 :)>와
못사는 남부로 <올리브유, 토마토 선호> 많이 나누는데 지방색이 너무
심하기도 하나 이게 이태리식을 유명하게 만들어준 다양성을 주기도
합니다.  물론 이러한 특색은 유럽 어느 지역에도 있읍니다.  이태리의
특징은 올리브, 토마토등의 지중해 문화와 특히 (다른곳에 없는) 남부의
절대적인 파스타 문화입니다.  요새는 토스카나 지방의 훌륭한 음식들이
유명세를 타고 있습니다.  또 이태리는 최대의 와인 생산국이며 소비국
입니다 (프랑스 보다).  하지만 이태리식이 세계적인 인기를 끌게된것은
정말 몇십년 되지 않은 얘기입니다.  근대화도 늦었고 통일도 늦게 됐고
2차대전 직후만 해도 지지리도 못살던 나라였죠.  역시 60, 70년대 부터
시작된 건강식에 대한 관심과 새로운것을 추구하는 미식가들이 다양한
이태리 지방식을 서로 발굴/개발해냈고 이태리가 선진국이 되면서 지방
음식도 개별적으로 발전했음이 틀림없겠죠. 생활의 여유가 없는 현대인
들이 한가했던 옜날을 동경하는것도 크게 작용했겠고.

그런데 이해가 안되는 것은 독일은 세계 최고의 선진국임에도 독일음식은
전혀 그렇지 않다는 것입니다.  역시 문화의 차이 - 식음 문화가 생활에
얼마만한 위치를 차지하는지 - 에서 원인을 찾을 수 밖에 없겠죠.  이태리
문화는 정말 독특하고 음식이 지역의 자존심의 중추라고 생각할만큼 문화
의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고 또 이태리식이 기존 서양식보다 좀더 다양
하고 새로운 맛을 지니고 있고 심플하면서 팬시해서 현대인의 취향에
맞는것도 있을 겁니다 (피자, 스파게티처럼 미국인이 난자해서 퍼뜨린것
말고 -- *rape of cuisine* as Primo puts it).  제가 좋아하는 점이 바로 여기에
있고 그래서 즐겨해먹습니다 - 특히 해산물과 파스타 요리를 좋아하고
요리사만 할 수 있는 음식이 아닌 생활속에 뿌리내린 음식 문화에 정이
더 갑니다.  세계각처의 음식의 다양성은 축복입니다.  아직 개발의
여지가 많이 있는것도 수두룩 하고 (한국음식도 앞으로 충분히 개발/개선
의 여지도 있고 프랑스, 일본, 중국, 이태리 음식만큼 세계적으로 알려질
수 있을거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이룩해 놓은 것을 보면
음식 문화의 발달의 정도/높낮이를 충분히 평가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 그 이유야 어찌됐던.  물론 계속 변하는게 음식 문화지만 전통은
변하지 않는 법이죠.  한국 음식문화의 전통은 궁중요리건 아니건 어느곳
못지않게 독특하고 rich하다고 봅니다.

To eat good food is to be close to God.  The knowledge of God is the bread of 
the
angels. -- Primo in *Big N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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