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cooKing ] in KIDS 글 쓴 이(By): acduck (시스린) 날 짜 (Date): 2001년 8월 17일 금요일 오후 07시 51분 02초 제 목(Title): 먹으면 행복해지는 스파게리 먹으면 행복해지는 스파게티 오늘은 학교에 다녀오다가 무단횡단으로 경찰아저씨한테 걸렸다. 윽, 그때 경찰차가 경적을 울렸을 때 무시하고 그냥 가는 거였는데 말이다. 무심코 돌아보다가 얄밉게 생긴 경찰에게 잡혀서 결국 벌금 2만원을 떼고 말았다. 싼 걸로 해달래도 말을 안 들었다. 게다가 시종일관 딱딱한 자세에다가 고압적인 말투. 그러니까 정치의 개 혹은 시녀란 소리를 듣지. 시민의 지팡이는 뭐 얼어죽을 놈의 지팡이냐. 그 지팡이로 시민을 괴롭히면 몽둥이지. 여튼 난 무지하게 화가 났고 열을 받았다. 그런데, 난 어느 기준치 이상으로 열받으면 위경련이 일어나기 때문에 열을 많이 받으면 안된다. 그래서 행복해지기로 했다. 어떻게 행복해질까? 멋진 남자와의 데이트?? 지금 이상황에?? 얼굴은 뻘겋게 달아오르고 이마에는 땀이 송글송글 맺히고 눈썹은 한가닥씩 다 일어서있는데? 난 앞치마를 둘렀다. 그리고 요리를 하기 시작했다. 이름하여 '먹으면 행복해지는 스파게티'!! 먹고 꼭 행복해져야겠다는 결심을 하곤 요리를 시작했다. 스파게리는 우선 스파게리면과 소스가 궁합이 잘 맞아야만 한다. 면이 너무 안 익어도 문제요 스파게리가 맛이 없어도 문제다. 이 둘을 해결하기 위해서 난 직접 스파게리 면을 만들기로 했다. 보통은 가게에서 파는 말린 스파게리면을 쓰지만 직접 면을 만들면 무언가 맛이 다르다. 자아, 면을 만들려면 우선 반죽이 있어야 한다. 반죽은 적당량의 밀가루와 계란과 약간의 물과 소금이면 충분하다. 그 양은 어떻게 재냐고? 그건 느낌이다. 밀가루는 한 주먹이든 두 주먹이든 알아서 따르고 계란은 반죽을 하면서 풀면 된다. 물도 약간 넣고. 소금은 반드시 손끝으로 집는다. 손끝에 닿는 그 느낌 그대로 간을 하면 된다. 그리고는 반죽을 여러번 치댄다. 만져보아서 끈기가 생기고 맛있을 것 같을 때 까지 치댄다. 그리고는 아틀라스(스파게리 프레스)에 넣는다. 두께 조절에서 또 한번 반죽에 끈기를 준다. 밀가루 반죽의 끈기는 참으로 중요하다. 실제로 스파게리가 포크에 감겨서 입속에 들어갔을때 한 올 한 올 살아나는 생생스파게리가 되기 위해서는 이 반죽을 치댈 때의 끈기가 엄청나게 중요한 것이다. 여튼, 두께를 약 2미리로 조절하여 밀어내면 이 백색의 반죽을 다시 하나하나의 면발로 만드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역시 지름은 2미리. 이렇게 만들어 낸 면발을 한 1분 정도 말린 후에 물에 익힌다. 말리지 않으면 면발이 퍼진다. 그리고는 끓는 물에 면발을 넣고 한 소끔 끓인다. 맛을 보아서 음..이맛이야. 아주 잘익었어... 라는 느낌이 들 때에 건져낸다.....이렇게 하면 안된다. 실제로 접시에 담아냈을 때에는 퍼지기 십상이다. 면이 약간 덜(아주 약간) 익었을 때 건져낸다. 면은 체에 건져내어 접시에 담길 때까지도 익고 있는 상태이기 때문이다. 다음엔 소스이다. 소스는 미리 만들어 놓아도 상관이 없다. 실제로 이태리사람들은 주말에 소스를 한꺼번에 만들어 놓고 먹는다고도 한다. 오늘 만들 소스는 고추장을 이용한 미트소스이다. 고추장의 그 강한 맛과 스파게리가 어울 릴까 하는 의문이 들지 않는가? 게다가 아주 매운 청양고추까지 쓸 것이다. 왜 하필 이토록 매운 것들을 쓸까??? 이유는 간단하다. 오늘 내가 무척 열받았기 때문이다. 이열치열이라고...열받은 건 매운 걸로 푸는 거다. 그렇다고 고추장단지 열어서 한 숟가락 푹 퍼먹거나 청양고추를 우걱우걱 씹어먹는 건 아니다. 한 입 먹으면 행복해지는 소스로 만드는 것이다. 일단 후라이팬에 기름을 두르고 열을 가한다. 아주 강한 불로 한다. 그리고 마늘을 저민다. 그리고 양파를 채썬다. 양파는 거의 다지는 수준으로 썬다. 이 양파가 오늘의 그 행복한 맛을 좌우하는 중요한 재료이기 때문에 특별히 신경써야 한다. 달군 후라이팬에서 마늘을 갈색이 되도록 볶는다. 그리고 양파를 볶는다. 강한불을 쓰라고 한 이유는 재료의 겉에 기름코팅을 입히기 위함이다. 그래야 모양이 변하지 않으면서도 맛이 산다. 그 다음엔 고기다. 고기는 갈린 고기이다. 이 고기를 후라이팬에 넣고 좀 달군 후에 포도주를 넣는다. 레드와인을 기분에 따라 넣는다. 달콤한 맛으로. 난 오늘 기분이 좀 그렇기 땜에 확 넣어버렸다. 자글자글 끓는 냄새가 좋다. 이때에 와인의 향이 배는 것이다. 그리고는 약간의 꿀을 넣는다. 꿀은 매우 달기 때문에 조금만 넣어도 무방하나 나는 오늘 좀 많이 넣는다. 이유는 포도주를 많이 넣은 이유와 같다. 그리고 고추장을 풀어넣고 녹말가루를 좀 넣는다. 이 소스가 끓는 동안 청양고추를 잘라서 넣는다. 원래는 세계에서 제일 매운 칠리페퍼를 넣고 싶었지만 청양고추밖에 없어서 청양고추를 넣는다. 청양고추를 썰어본 사람은 알겠지만 이걸 썰다가 화상을 입을만큼 맛이 맵다. 이럴 때는 손에 오일을 바르면 된다. 나의 모든 화는 이여름 쨍쨍한 햇빛을 받으며 무더위에 익어 약이 오를대로 오른 이 청양고추가 풀어줄 것이다. 그리고 다음엔 방울 토마토를 반으로 잘라서 끓는 소스에 넣는다. 이 방울 토마토는 소스의 모양을 이쁘게 해 줄 뿐 아니라 스파게리를 먹으면서 톡톡 터트리는 혀의 느낌 그리고 토마토의 그 싱그런 맛까지를 가미하는 역할이다. 소스가 끓으면 맛을 보라.... 소스의 맛은 이 끓이는 솜씨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너무 끓이면 재료들이 팍 삶아져버려서 씹는 맛이 없다. 역시 적당한 선에서 익힌다. 아까 면을 만들었는데 이 면을 체에 거를 때는 한 방울의 올리브유나 식용유를 넣는다. 그러면 이 면발에 물이 빠지면서 오일이 섞이고 면이 퍼지지 않는다. 면을 내가 가지고 있는 접시 중에서 가장 이쁜 접시에 담는다. 포도무늬가 들어간 하얀 접시에 담기로 했다. 면이 퍼지지 않도록 공기를 넣어가면 담고 그 위에 소스를 뿌린다. 그러면서 마술을 건다. 내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에게 해주는 요리라고 생각하고 달콤한 사랑을 듬뿍 담는다. 오늘은 레드와인을 마실 거다. 예쁜 유리 잔에 와인을 담고 테이블 세팅을 한다. 그리고는 식탁에 앉는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먹으면 더욱 맛있다. 없다면 상상이라도 해라. 맛이 분명히 달라진다. 한 잎 베어먹었을 때.......... 난 눈물이 나올만큼...행복했다. 스파게리면은 퍼지지도 않았고 그렇다고 억세지도 않았으며 입안에서 그 면발 하나하나가 살아났고 쫄깃쫄깃 고소했다. 게다가 이 환상적인 소스의 맛이란.... 이 여름의 온갖 정열을 다 가져온듯한 청양고추의 매운 맛과 고추장의 그 붉은 기운. 그리고 양파의 알맞게 익으면서 달달한 맛과 와인의 그 향기!!! 그리고 꿀의 그 달콤한 맛...... 벌금 2만원이 어디로 갔는지 생각 안난다. 이 스파게리는 2만원을 줘도 못 먹는다. 한 접시에 20만원은 족히 넘을 거다. 게다가 곁들인 와인마저 맛이 더하다. 역시 좋은 음식과 술은 더할나위 없는 궁합이라더니... 아으..입안에 침고인다.... 행복해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