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atholic ] in KIDS 글 쓴 이(By): unitas (조수사) 날 짜 (Date): 2001년 4월 4일 수요일 오전 11시 55분 19초 제 목(Title): [오늘느낌] 금붕어 우리 공동체에는 지하에 식당이 있고, 식당에는 그리 크지 않은 어항이 있다. 당연히 어항에는 물고기가 있다. 물고기의 대부분은 금붕어다. 처음 어항을 마련하고 꽤 많은 금붕어를 사다 넣었다. 그런데 '금붕어 아버지'의 정성어린 보살핌에도 불구하고 한마리씩 죽어가는 것이었다. 그래서 작년 여름부터 한마리가 달랑 남게 되었다. 대책없이 금붕어가 죽어갔고 하나밖에 안 남은 금붕어를 바라보면서 신부님들과 수사님들이 한가지 결정을 내리기에 이르렀다. 그 결정사항은 "한마리 살아남은 금붕어가 죽는날, 어항을 치우기"로 했다. 그런데 그 말이 있은 후로 한마리 남은 금붕어가 아주 건강하게 어항을 홀로 지켜가며 꽤 오랜 시간을 살아남은 것이다. 그래서 우리들은 아마도 우리가 결정한 것을 금붕어가 눈치 챈것이 아닐까 라는 상상도 해보았다. 금붕어가 속으로 '내가 죽으면 어항을 없앤다고? 흥! 내가 죽나봐라...'라고 말이다. 그런데 며칠 전, 저녁식사때 일이다. 식사가 거의 끝나갈 무렵에 한 수사님이 갑자기 소리질렀다. "어!!! 금붕어가 없다!!!" 순간 왁자지껄하던 식당이 갑자기 조용해졌고 금붕어을 맡았던 부제님은 갑자기 얼굴이 굳어졌다. 신부님들과 수사님들도 모두 어항만 바라보며 말을 잊었다. 금붕어 담당 부제님이 어항에 조심스레 다가가서 살펴보았다. 살펴보니 어항에 산소를 공급해주는 장치 뒤에 금붕어가 끼어서 바둥거리고 있었다. 조심스럽게 끼어있던 금붕어를 빼내어 주었다. 다행스럽게 아무런 이상이 없었다. 상황이 정리가 되고나서 다들 '그럼 그렇지~'라고 말하며 다시 시끄러운 식사 분위기로 돌아왔다. 그렇다. 우리 주변에 많은 것들이 놓여져 있다. 그리고 많은 부분 우리는 그것들에 대해서 무관심하다고 자신에게 말한다. 하지만 이미 그것들과 우리는 관계속에 살고 있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