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atholic ] in KIDS 글 쓴 이(By): unitas (조수사) 날 짜 (Date): 2000년 5월 13일 토요일 오전 10시 17분 06초 제 목(Title): [오늘느낌] 어머니 어머니의 본명(세례명)은 ‘마리아’이다. 어머니는 원래는 불교신자이셨다. 그런데 내가 수도회에 입회를 해서 수련기를 거치는 동안에 영세를 받게 되셨다. 영세받기 얼마 전 어머니께서는 아들로서 턱없이 부족한 내게 당신의 본명을 지어달라고 편지로 청해오셨다. '마리아'라고 정했다. 그 이름 뒤에는 많은 것이 담겨있다. 제대를 하고 학교에 복학을 한 나에게는 수도생활에 대한 강한 끌림이 계속 되었고 가족 몰래 성소모임에 나오면서 입회를 준비하게 되었다. 간혹 수도생활에 대한 이야기를 하시면 어머니께서 '스님들을 봐라. 얼마나 힘들게 사시냐?'고 조용히 타이르셨다. 그럼에도 나는 입회준비를 계속 했고 입회 허락을 받았다. 그것을 아신 어머니께서는 앓아 누우셨다. 냉랭한 집안 분위기 속에서 어머니께서는 평소에도 가톨릭에 대해서 아주 호의적이셨다. 반대하셨던 이유는 하나였다. 결혼하지 않고 '혼자 산다는 것'이었다. 나는 수도생활이 결코 혼자 사는 것이 아니라 동료 형제들과 함께 사는 것이라 설명을 드려도 통하지 않았다. 결국 입회 날 '네 아버지도 떠나보내고 이제 너까지 생이별 해야하냐!'고 엉엉 우시는 어머니를 뒤로하고 수련원으로 입회를 했다.(아버님은 내가 입회하기 몇 년 전 간암으로 돌아가셨다) 그 후 좀더 어머니를 편안하게 해드리지 못하고 입회한 것 마음에 계속 걸렸었다. 그래서 그런지 군대있을 때보다 어머니와 편지를 더욱더 많이 했던 것 같다. 어머니와 편지를 주고받고 하면서 조금씩 조금씩 어머니가 변하신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 와중에 수술까지도 받으셔야 했다. 하지만 결국에는 교리를 받으러 다닌다는 편지도 받았고 영세식에 올 수 있냐는 편지까지도 받았다. 그래서 어떻게 마음을 바꾸게 되셨는지 나중에 서원을 하고 집에 휴가를 갔을 때 살짝 여쭤봤다. 나 : 어떻게 영세 받으실 결정을 하셨어요....? 어머니 : 너를 이해하기 위해서 그럴 수밖에 없었단다. 나에게 '마리아'라는 이름은 특별한 의미를 갖고 있다. 왜냐면 어머니는 처절할 정도로 힘든 시간을 보내셨지만 지금도 계속해서 나를 당신 품에서 '놓아주기'와 '품어주기'를 같이 하고 계시기 때문이다.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Albert In-Young Cho, SJ St Aloysius House of Studies 958-18 Hwagok-6-dong, Kangso-gu, Seoul 157-016 02-691-8885(304), 6280-0005(2356) http://www.sogang.ac.kr/~inyoun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