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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atholic ] in KIDS
글 쓴 이(By): staire (강 민 형)
날 짜 (Date): 1998년03월09일(월) 17시05분15초 ROK
제 목(Title): SSman님께 : '종교'와 '영원한 것'



* 출장을 다녀오느라 답글이 늦었습니다. *

저에게 주신 최근의 글에서 당신은 이렇게 쓰셨습니다.

> 종교는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을 다루는 수많은 방법들 중 하나가 아니라
> 인간으로 하여금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추구하게 만드는 그 무엇에 관한
> 것입니다. 영원한 것을 추구하는 과학, 영원을 추구하는 예술, 영원을
> 추구하는 정의가 있다면 그것을 다른 이름으로 종교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 아니 종교는 아무래도 좋습니다.
> 그말이 싫으면 신앙이라고도 할수 있고 믿음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 희망이라고 해도 좋고, 사랑이라고 해도 좋습니다.
> 말이야 아무러면 어떻겠습니까?

말이야 아무러면 어떠냐...라는 말씀에 동의하지 못함을 알려드립니다. 당신의

이전 글을 벌써 잊으신 것은 아니겠지요?

> 그래서 신비입니다.
> 그래서 신앙입니다.
> 과학도 철학도 아닙니다.
> ... (중략)
> 종교는 눈에 보이지 않는 것에 관한 것입니다.
> 함부로 말할 것이 못됩니다.


여기에서 당신은 종교를 눈에 보이지 않는 것(저는 그것을 '영원한 것'이라는

말로 바꾸어 썼습니다만)에 관한 것이라고 하셨습니다. 과학이나 철학이 아니라

종교가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다룬다고 하셨습니다. 그러니 과학이나 철학의

사고방식에 의해 종교에 관한 것을 '함부로 말할 것이 못된다'라고 하셨습니다.

(여기까지 맞습니까?) 저는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이 종교만의 것이 아님을

말씀드렸고 종교 이외의 시각으로 종교에 대해 '함부로 말할 수 있음'을 분명히

말씀드렸습니다. 당신은 과학이나 철학이 눈에 보이는 것만을 다룬다는 착각을

하고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러한 것으로 종교에 대해 '함부로

말할 것이 못된다'라고 하셨을 것입니다. 만일 그렇다면 당신은 이제 과학이나

철학의 입장에서 종교를 해부하는 것에 대해 '함부로 그래서는 안된다'라는

입장을 철회하셔야 합니다. 혹시 당신이 그런 착각을 하고 있지 않았다면 이제

저에게 '종교는 눈에 보이지 않는 것에 관한 것이다. 과학이나 철학의 입장에서 

함부로 말할 것이 못된다.'라고 말씀하신 근거를 해명하셔야 합니다. 논의가

번잡해지는 것은 질색이니 일단 여기까지만 말씀드립니다.


* 사족 한 가지 : 

   > 이것은 지극히 높고 아름다운 이상이지 동물적 본능 운운할 게 아닙니다.
   > 왜 스스로를 동물적 수준으로 낮추려 하십니까?

   저는 동물을 사람보다 '수준 낮은' 것으로 생각지 않습니다. 물론 사람은

   동물보다 우월한 구석이 많지요. 하지만 열등한 구석도 많습니다. 저는

   사람과 동물 사이에 본질적인 차이는 없다고 봅니다. 따라서 사람의 본능을

   '동물적'이라고 말하는 것이 스스로를 동물적 수준으로 낮추는 발언이라고

   보시는 것은 창세기 1-2장에 근거를 둔 기독교적 세계관 안에서나 합리화될

   수 있는 시각임을 분명히 하고 싶습니다. 더우기 동물에게는 종교가 없는데

   사람에게만 종교가 있으니 사람은 다른 동물에 비해 독특한 점이 있다고

   하셨는데 저는 그러한 견해에 동의하지 못합니다. 동물에게 종교적인 본능이

   없기 때문에 종교가 없는지, 또는 종교적인 본능은 있으나 그것을 인간이

   알아차릴 만한 형태로 발전시킬 만한 문화적인 도구들(언어, 추상적 개념,

   기타등등)의 발달이 보잘것없기 때문에 '인간의 짧은 식견'으로는 그들에게

   종교가 없는 것으로 보이는지 저는 아직도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만일 후자가 옳다면 '인간만이 종교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은 '인간만이

   자동차를 가지고 있다'라고 말하는 것과 비슷한 의미가 될 것이며 이것은

   결코 '본질적'인 차이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사람은 자연의 일부이지

   자연과 대비되는 개념이 아닙니다. 사람은 동물의 일종일 뿐입니다.

   (무슨 사족이 이렇게 길지?)

                     ----------- Prometheus, the daring and endur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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