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catholic ] in KIDS 글 쓴 이(By): globule (하늘항해) 날 짜 (Date): 1998년02월26일(목) 13시17분28초 ROK 제 목(Title): 재의 수요일, 아주 작은 이야기 재의 수요일...... 저녁 8시 미사.... 차가 아직 없어 매주 일요일 마다 같은 아파트에 사시는 선배님의 차를 얻어 타는 저로서는 평일 미사참례 가 쉬운 일은 아닙니다. 그 때마다 차로 태워주기를 부탁해야 하는것도 그러하지만, 숙제와 할 일이 산더미 같은 많아서 학생이 평일 미사 봉헌 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렇지만 재의 수요일은 평일 미사로 볼 수 없어, 반드시 참례하기로 마음 먹었죠. 점심 시간에 식당에 들러 신자 몇 분에게 말씀 드려 보았지만, 하나같이 바쁘신 일들로 성당에 가실 수 없다는 말씀이었습니다. 걸어갈 것을 생각해 보았지만, 엄두가 나지 않는 일이고.... 오후에 연구실 동료 에게 Ash Wednesday에 대해서 아냐고 지나가는 말로 물어보았더니, 신앙을 가진것이 아님에도 (전례에 대해서) 잘 알고 있다고 합니다. 별 뜻없이 오늘 성당에 갈려고 했는데 이러저러해서 못간다 했더니, 먼 길이 아니면 자기가 ride 해주겠다고... 미안한 마음도 있었지만 가고 싶은 마음이 앞 서 고맙게 그의 도움을 받았습니다. 시간에 맞춰 8시에 성당에 도착한 후, 그는 9시에 다시 같은 장소에서 만 나기로 약속하고 학교로 되돌아 갔습니다. 성당에 들어와 보니 왠걸 사람이 채 20명도 안되는 것이었습니다. 조용히 옆 분에게 왜 여쭈어보니 미사가 8시 30분에 시작한다는 것입니다. 순간 아찔.. 큰일 났습니다. 그 친구가 저를 데리러 오기로 한것은 9시 정각인데 그렇다면 30분 밖에 미사드릴 수 없습니다. 일부러 도움 준 그를 바람맞출 수 는 없는 일이고... 내내 고민하다 (분심으로 미사도 제대로 드리지 못하고) 재의 의식까지 받고 돌아가기로 했습니다. 재를 이마마에 받고 밖에 나오자 9시가 되었습니다. 9시 10분, 15분. 기다려도 그는 오지 않습니다. 별별 생각이 다 들었습니다. 그렇다고 다시 성당에 들어갈 수도 없는 일이고, 무작정 기다리자니 혹시 그가 약속 시간을 10시로 잘못 알고 있는 것은 아닌가라는 생각도 들고... 하는 수 없이 그가 올 길을 그대로 거슬러 학교까지 걸어가는 쪽으로 결정했습니다. 빠른 거름이면 40분 쯤 걸리는 길입니다. 9시가 넘은 까닭인지 도로(Road에 해당하는 소로)에는 차가 많이 다니지 않고 인적 또한 드믐니다. 한 5분 쯤 걸었는데 갑자기 으슥한 곳에서 흑인이 헤이 하고 외칩니다. 머리가 쭈삣쭈삣 서는 순간입니다. 갑자기 서너 달 전 부터 잇달았던 서너건의 강도 사건이, 두달 전에 있었던 권총 사건이 머리에 떠오릅니다. 고개를 돌릴 여유도 없었습니다. 종종 걸음으로 재다가 막 뛰기 시작했습니다. 불행히도 가로등이 더욱 드믄 드믄 있어 도로는 점점 어두워 집니다. 한 10분을 뛰었을까요.. 드디어 밝은 길로 나왔습니다. 안도의 한 숨을 쉬고 있는데.. 앞에서 차가 오더니 멈추며 사인을 보냅니다. 반가운 마음에 차에 올라 탔습니다. 다른 사람과 이야기를 하다 약속을 상기하고 시계를 보니 9시가 약간 넘었 다는 이야기. 고맙다는 얘기밖에 할 수 없었습니다. 그리곤 사순절 동안 다만 한가지라도 희생을 해야겠다는 각오를 했습니다. 오늘 아침을 다소 행복하다고 생각는 것은 한 잔 커피와 갑 속의 두둑한 담배, 해장을 하고도 버스값이 남았다는 것.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