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catholic ] in KIDS 글 쓴 이(By): globule (하늘항해) 날 짜 (Date): 1998년02월12일(목) 09시52분08초 ROK 제 목(Title): 약현성당에 불... 의도적이었는지 아니었는지는 모르지만 지난 3개월동안 영등포 K교회에서 생활한 적이 있는 한 부랑인이 약현 성당 본당에 불을 질렀답니다. 이것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모르겠지만.. 가슴이 아프군요. 약현 성당이 한국천주교회사와 건축사 그리고 사적지로서의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는것 외에도 개인적으로는 약 10년전 종로학원 다닐 때, 일요일 마다 오후의 청년미사에 참례한 적이 있어서(약 10개월 동안) 감회가 깊은 곳입니다. 성함은 기억 안나지만 - 쩝, 한심한 기억력 - 10분을 초과한 적이 단 한 번의 예외도 없었던 당시 본당신부님의 강론. 신부님 특유의 위트와 재치 가 담겨있었기 때문에 늘 강론이 너무 짧다고 생각했었죠. 때문에 그 본당 신자들은 행복하다고도 생각했습니다.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강론시간이 어서 지나가기를 고대한 것이 한 두 번이 아니었었거든요. 또 하나 남은 기억은 청년 성가대가 적은 수에도 불구하고(아마 10명이 안됐을 거예요.) 성가대가 부른 미사곡과 성가가 그 하모니로 인해 너무도 인상적이었습니다. 당시 성당에서는 가톨릭 성가집에 나오는 첫번째 미사곡을 불렀는데 성가대의 노래가 나올때마다 감동을 맛보곤 했습니다. 천국에 음악이 있다면 이런 소리일거라고.... 성가집 212번 너그러이 받으소서도 제가 들어본 여러 성가대의 노래 중 가장 훌륭했던것으로 기억됩니다. 그렇지만 가장 훌륭했던 것은 역시 성당의 건축 입니다. 명동 성당과 같은 양식인데, 성당에 들어가면 경건한 마음이 절로 들고 밖에 나오면 주위의 커다란 미류나무로 온통 녹색이었습니다. 당시 한 여름 공부가 안될� 때 성당에 와서 주님을 뵙고 기도하고 나와서 성당 주변을 멤돌다 커다란 키 미류나무 밑에 놓인 벤취에앉아 매미 울음소리 들으면 한 여름 무더위가 성큼 멀어지곤 했었는데.... 근데 그 성당에 불이 났다니요... 고향집이 불타 없어졌다는 것 만큼 가슴이 무너지는 군요. 오늘 아침을 다소 행복하다고 생각는 것은 한 잔 커피와 갑 속의 두둑한 담배, 해장을 하고도 버스값이 남았다는 것.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