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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anaDA ] in KIDS
글 쓴 이(By): Dooly (Kinky)
날 짜 (Date): 2003년 8월  8일 금요일 오전 01시 36분 19초
제 목(Title): 마가린 여섯덩어리 


지난 월요일 두번째 수술후에 우리 아기가 집에 왔다. 태어나서 딱 
101일째되는날 이었다. 백일잔치를 성대하게 할까도 생각했었으니, 의사가 
앞으로 몇달간은 집에 손님도 오지 못하게 하고, 몰이나 교회같이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장소에는 가지 말라고 부탁하여, 집에 온날로부터 100일을 
계산하여 백일 잔치를 하기로 했다. 이제 이녀석 몸무게가 6파운드쯤 된다.
처음 태어날때 2파운드였던것을 생각하면 몸무게가 세배나 늘은 셈이다. 아직은 
정상적으로 열달을 다 채우고 나온 아이들만큼 크지는 않지만, 이제 제법 
얼굴도 통통해지고, 팔다리도 프랑크 소세지처럼 되어가고 있다.

아이가 집에온후로 긴장이 어느정도 풀려서인지, 애엄마는 시름시름 앓는다. 
그도 그럴것이 아이가 퇴원하기 3일전부터 거의 잠을 자지 못했다. 퇴원후 
집에서 아이 돌빌려주는 보는 것을 연습해야 한다며 지난 금요일부터 
병원에서 3일간 먹고 자며 아이와 함께 생활했다. 처음 방을 보여줄때 호텔에 
버금가는 시설에 놀랐다. 와이프랑 이런데 와본지도 오래됐는데 하는 생각이 
들자 묘한 느낌이 들기도 했지만, 우리보고 그러라고 빌려주는 방도 아니고 
3일동안 24시간 아이 돌보는 것을 연습하라고 내주는 방이니 그목적에 맞게 
쓸수밖에...

그 3일동안 세시간에 한번씩 깨어서 빽빽 울어대는 통에, 둘이 절절매며 잠도 
제대로 자질 못했다. 기억을 더듬어 보니, 처아이때는 이렇게 힘들지 
않았던것같은데, 이녀석은 유난히 자주 우유를 먹는것같다. 아마도 그동안 
자라지 못한것에 대한 보충심리에서 그러는가 보다 생각했다.

3일간의 연습후 아기용 car seat을 가져오라고 해서 가져갔더니, 거기다 아기를 
앉혀놓곤 약 세시간가량 아이의 맥박과 호흡정도를 측정했다. 그러더니 아기가 
별로 편안해 하지 않는것같다며 car seat insert라는 것을 구해 오라고 했다.
그게 뭔지 몰라 이리저리 물어보니, 밖에서는 다로 구할수없고, 아동병원에가면
빌려준다고 했다. 아동병원엘 가니 그것의 한달 렌트비가 
10불이란다...비싸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게 없으면 안된다니 하는수없이 
빌렸다. 

돈얘기가 나왔으니 하는 말인데, 우리 아이가 병원에 있으면서 쓴돈이 
한국돈으로 약 1억원정도 된다는 것이다. 소아 중환자실 하루 입원비가 약 
1000불정도이고, 그동안 두번 수술에다가, 온갖 응급상황을 거쳤으니, 요즘 
환율로 따져서 1억원은 족히 넘는다. 다행히도 온타리오주의 의료보험은 전액
무료이므로 부모로서는 크나큰 집을 던셈이다. 병원에서 아이를 바구니에 담아 
나오려는데, 웬지 뒤통수가 민망했다. 아무리 무료라지만, 너무 내가 
뻔뻔한것같기도 하고...그래서 퇴원수속을 하러갈때 스위스 페이스츄리에서 큰 
케익을 두개 사다가 간호원들과 의사들 간식시간에 먹으라고 갖다 줬더니, 
문앞까지 따라나와 고맙다는 말을 한다..사실 고맙기로 따지면 나의 고마움에 
비할수있을까...

아이가 나오기 전 지난 금요일에, 갑자기 직장에서 회의가 소집되었다. 얼마전
장관실로 떠난 내 전 보스까지도 회의에 참석한다고 해서, 혹시 무슨일이 
잘못되었나 싶어 불안한 마음에 회의 실로 향했다. 사실 내가 하는 일이 캐나다 
무역중제 재판소에 소송이 많이 걸리는 일이라, 아마 무엇가 그런종류의 일이 
터졌나 싶어 불안했다. 회의 실에 들어가니 하나둘씩 심각한 표정으로 사람들이 
들어와 앉았다. 내 전 보스인 Rick이 나에게 약간은 질책하는듯ㄱ하게 내가 
지금 맡고있는 일중에 여러가지 복잡한 문제가 얽혀 잘 진행이 되지 
않고있는일을 꺼집에 내었다. 속으로 왜 그일이 진척이 없는지는 자기가 더 잘 
알면서 왜 이제와서 나에게 저럴까 싶었지만, 내가 담당관인 만큼, 상황설명을 
시작했다. 그랬더니, 여기저기서 키득키득 웃는 소리가 들렸다. 잠시 당황하여
주변을 돌아보니, 거기 모인 열댓명이 한바탕 웃을을 터뜨리는것이 아닌가.
난 너무도 당황하여 어쩔줄을 몰라하고 있는데,나의 절친한 동료인  Maria가 
Oh poor xx, I lied, I lied to you...Sorry about that..하면서 회의실 한켠에
있는 장을 열자, 거기에 아주 큰 케익과 딸기tart가 들어있는게 아닌가. 
그때까지도 난 상황 파악이 안되 어리둥절했는데, 40대중반임에도 여전히 
엄청난 섹시함을 간직하고있는 다이앤이 우리아이의 퇴원을 축하하기 위해 
사전에 나모르게 계획한 서프라이즈 파티라고 얘기해줬다. 너무도 놀라고 또 
고마워서 눈물이 찔끔 나왔다. 그랬더니, 거기 모인 대부분의 사람들이 또다시 
기분좋게 웃었다. 너무도 고마워 일어서서 짧은 스피치를 했다. (케네디언들은
이런 상황이면 인삿말을 꼭 시킨다) 고맙다는 말과 함께 조만간 아이의 사진을 
돌리겠노라고...거기 가져온 케익과 다른 스넥들은 나와 친한 아줌마 동료들이 
집에서 직접 구워서, 나에게 들키지 않게 내 출근시간 30분전에 미리와서 
회의실에 숨겨놓았던 것이다. 아마 이벤트를 좋아하는 마리아가 조직한것임에 
틀림없을것이다.

 약 한시간 케익과 스넥을 나누며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눴다. 
평소 캐쥬얼을 좋아하던 Rick은 장관실로 들어가며 넥타이메고 다니는게 아주 
귀찮다며 너스레를 떤다. 하지만 그의 표정 어디에도 싫은 기색은 없다. 
왜냐하면 장관실근무는 곧 진급을 의미하기 때문이다.아무래도 높은사람들에게
visibility가 많아지면 진급에 그만큼 유리하기 때문일거다. 40대의 섹시한 
아줌마인 다이앤은 (내가 변태성이 있는건지 이아줌마는 40대중반인데도 참 
섹시하다는 생각이 든다) 자기가 맡은 프로젝트 때문에 곧 일본에 장기 출장을 
가게되었다며 열심히 자랑한다. 워낙에 동양사상에 관심이 많고, 채식주의자라 
일본으로의 장기 출장에 엄청많은 기대를 하고있는것같다. 나도 지난 6월 다른 
디비젼에서 오퍼를 받았는데, 해외출장이 많은 포지션이라 포기하고 말았다. 
아무래도 아이의 상태가 정상으로 되기전까지는 그런포지션은 가지 힘들것같다.
너무 아까운 잡이라 지금도 많은 아쉬움이 남지만..

우리 아이는 참 복이 많은놈인것같다. 태어나길 이상하게 태어나서인지, 많은 
사람들의 관심과 기도속에 지금까지 이어왔기 때문이다. 첫애때와는 달리 난 
하루에도 몇번씩 녀석이 보고싶어 집으로 전화를 건다. 그냥 녀석의 숨소리만 
들어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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