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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anaDA ] in KIDS
글 쓴 이(By): Dooly (아기공룡)
날 짜 (Date): 1999년 3월 28일 일요일 오후 02시 18분 57초
제 목(Title): 우리동네 이발소 아줌마.



캐나다 보드에 하도 오랫동안 글이 안올라와서 그냥
한번 써봅니다.

캐나다에도 이젠 봄이 오나봅니다. 그동안 쌓여있던 눈
들이 녹아 거리가 질척거리고, 눈밑에있던 파란 잔디가
서서히 제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합니다. 캐나다 와서 
처음 봄을 맞았을때 제일 신기했던게, 바로 눈밑에서도
파란모습을 갖고있는 잔디였습니다. 누구 말에의하면,
캐나다의 잔디가 바로 한국에서 수입한 '금잔디'라고 
하는데, 사실인지는 아직도 모릅니다.

오늘은 모처럼, 좋은 햇볕을 그냥 지나치가가 아쉬워,
우리둘리랑, 봄나들이를 나섰습니다. 겨우내내 집안에만
같혀있던 둘리는 제세상을 만난것 처럼, 신나게 뛰어
다녔습니다. 나와 아내는 그런 둘리를 보호하느라, 봄볕의
따사로움도 느낄 겨를이 없었습니다. 한참을 신나게 깔깔
거리며, 토요일 오후를 만끽하고 있을때, 아내가 문득 생각
났다는 듯이, 둘리의 머리를 깍아주자고 했습니다. 마침
다음주에 인터뷰가 있던 차라, 나도 잘낮다 싶어, 그러자며,
우리 단골이발소인 폴린 아줌마의 이발소로 향했습니다.

"Hello, sweetie!!!!, long time no see!, How arrre you
, darling!" 하며 폴린아줌마는 나와 내 아내는 안중에도
없는듯, 둘리를 보며, 반갑게 맞아줍니다. 우선 용감하게
머리를 깍는 모습을 보여주고자, 내가 먼저 앉아 둘리가
보는 앞에서 머리를 깍았습니다. 그러나 이발소에만 가면
우는 둘리는, 애써서 나의 용감한 모습을 외면하며, 옆에
있는 잡지책속의 예쁜 모델들을 보며, 나의 머리를 깍으며
온통 신경은 우리 둘리에게 가있어, 둘리를 보며 계속 말을
거는 폴린 아줌마를 외면합니다. 

폴린아줌마!.... 오타와에서 태어나, 오타와 밖에는 살아본적이
없는 전형적인 캐나다인 입니다. 내가 처음 그 이발소에 갔을
때, 신기한듯 내 뻣뻣한 머리를 만지며, 진한 블랙의 내머리
카락에 칭찬을 쏟아 부었던 아줌마였습니다. 동양 사람이면 당연히
차이니즈인줄 아는 전형적인 캐네디언. 내가 아무리 '코리언'이라고
몇번을 일러줘도, 그게 뭐 차이가 있겠냐 는듯, 내가 갈때마다,
자기가 맛보았던, 중국음식얘기를 해대는 아줌마..

평생 머리를 깍으며, 50대 후반을 바라보는 그 폴린 아줌마가 
난 어떨때는 참 부럽기만 합니다. 그아줌마는 정말 완벽한
바이링구알 입니다. 나와는 당연히 영어로 얘기를 하는데,
이발관과 미용실을 겸하고있는 그 아주머니의 가게에는 언제나
심심한 죽순이 할머니들이 한두명은 있습니다. 오타와에서도 
불어를 주로 사용하는 동네인 우리동네이기때문에, 우리동네
할머니들은 주로 불어를 합니다. 나와 열심히 영어로 얘기를 하다
가는 옆에서 심심해하는 할머니들을 위해 불어로 죠크 한마디를
던집니다. 이내 이발소의 공식언어는 불어로 바뀌게 되고, 나는
영문도 모르는 그들의 웃음을 멋적은 미소로 바라봅니다. 그러다
갑자기 내가 생각날때면, 완벽한 영어로 내게 또 말을 던집니다.

캐나다에 와서 살면서, 그것도 몬트리올에 몇년, 그리고 오타와에
몇년을 살면서, 주변에 참 많은 바이링구알들을 봅니다.하다못해,
길거리에서 구걸을 하는 거지들도 영불어를 구사하는데, 대학교육을
받고 그이상의 학벌을 가지고있는 나는 아직도 영어조차 완벽히
하질 못하고있으니....

주변의 내또래 결혼한 한국사람들을 보면, 아이들을 낳아 그들이
자라서, 말을 할때가 되면, 영어를 자연스럽게 배우게되는데, 그걸
무척 자랑스럽게 생각합니다. 총각때는 그런 사람들이 참 한심스럽게
생각낮는데, 이젠 나도 우리 둘리가 영어를 하게되면 웬지 자랑스러울것
같습니다. 지금 생각으론 영어학교보다는 불어학교를 보내서 우리 둘리도
폴린 아줌마처럼 바이링구알을 만들고 싶지만, 내 욕심대로 될지는
모르겠습니다. 캐나다에 온지도 벌써 강산이 한번 변할만큼 지났는데도,
아직껏 영어때문에 고민하는 내자신이 폴린 아줌마를 볼때면 더욱더
처참해 집니다.

어렵사리 울고 보채는 둘리의 머리를 깍은 폴린 아줌마는 둘리의 볼에
키스를 하곤 예전과 다름없이 이발비를 받지 않습니다. 몇번을 다만
몇불이라도 주려고 애쓰는 내모습이 웬지 쑈를 하는것 같아, 한번줘보곤
받지 않으면, 그냥 "Thanks" 하곤 멋적은 듯이 나옵니다. 폴린아줌마는
우리 둘리가 말을 할수있으면 그때 부터 돈을 받겠다고 합니다.....





+++우리 둘리의 별명은 땍떼구리 입니다. 왜냐구요?
   딱따구리처럼 명랑하게 잘 웃기 때문이죠.그래서,
   예쁘게, "떽떼구리"라고 부른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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