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nSe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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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YonSei ] in KIDS
글 쓴 이(By): halee (아기도깨비)
날 짜 (Date): 2003년 4월 23일 수요일 오후 12시 06분 18초
제 목(Title): 세로 쓰기


  요즘에는 법정 스님의 "말과 침묵"이라는 책을 읽고 있다.

  근데 이 책의 역사가 아주 묘하다. ^^;

  학부 88학번인 선배 언니 A가 졸업하면서 
  연구실에 두고 간 책들 중에서 골라서 챙겨둔 것이었는데,
  책 앞쪽에 보니 A언니에게도 선배가 되는. 
  85학번의 B 선배 언니의 이름이 적혀있다.
  그리고 적혀있는 글. 
  "1991. 4. 24. 고속터미날 한가람 문고에서 구입."

  오늘이 4월 23일. 12년 전이다.

  그래서. 이 책은 가로 쓰기가 아닌 세로 쓰기로 되어 있다.
  이 표현이 적합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참 "신선"하다.

  간만에 세로 쓰기 된 책을 읽다보니,
  좀더 찬찬히 내용을 읽고 되고,
  요즘 들어 내가 얼마나 책을 정성없이 보고 있었는지
  다시 한번 깨닫게 된다.

  나는 오래된 것들이 참 좋다.
  조금은 불편하고, 조금은 낡았지만, 
  거기서 풍겨나는 왠지 모를 따뜻함과 정겨움. 그리고 추억이 참 좋다.
  
  어제는 지하철을 타고 가다가 소리나게 푸시시 웃어버렸다.
  그 대목인 즉슨.
  "어떤 사람은 장수하며, 자주 앓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건강한 사람이 있읍니다."

  "읍니다". 이 표현을 얼마만에 보는 걸까?
  
  이 책을 다 읽고 나면, 집에 내려 갈 때 챙겨가서
  엄마한테 드려야지.. 하고 있었는데, 
  괜한 욕심이 생긴다. 
  이 책의 볼 때마다 느낄 수 있을 것 같은,
  책 내용이 아니라 단지 세로 쓰기와 예전 맞춤법들 때문에 느낄 수 있는
  즐거움들을 내 가까운 책장에 간직하고 싶은 욕심이 생긴다.

  @ 아하. 엄마 다 읽고 나시면. 회수해서 가지고 오면 되는구나.. ㅋㅋ

  @ 요즘의 법정 스님의 수필집 같은 책들, 삶에 대한 인간적인 조명이 느껴지는 
    책들에 비해, 이 책은 불교에 대한 종교 그 자체에 대한 내용들이 많다
    그래서 배우게 되는 것이 많으면서도, 세월이 가면서 법정 스님의 글이
    왜 그렇게 달라졌을까에 대한 생각도 잠시 해 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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