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nSe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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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YonSei ] in KIDS
글 쓴 이(By): guest (elika) <211.220.52.114>
날 짜 (Date): 2002년 5월 26일 일요일 오전 06시 22분 10초
제 목(Title): 필연일까 우연이었을까? 


흔한 일이 아닌데, 어느 순간 내가 다른 사람의 인생에서 아주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가 있다. 어제가 그랬다. 뭐.. 인생의 중요한 
일이라 해봐야, 남녀문제밖에 더있을까. 아니.. 아직 싱글인 사람에게라고 해야 
하나? 

내 친한 친구가, 참 황당하게도 내 12년 전의 친구와 사귀게 되었다 한다. 
하하.. 그것도 내가 걔를 정말 황당한 곳에서, 정말 황당하게 다시 만나고, 그 
황당한 곳에서 고생하고 있는 친구가 불쌍해서 밥먹는 자리에 한번 데려갔을 
뿐인데.. 

그러니까 내가 그 곳에 안 갔으면 그들의 사귐이란 불가능했을지도 모른다. 
둘은 전혀 어울리지 않는 외모와 사고방식과 일들을 하고 있기때문에 사귄다는 
얘기를 들은 나로서는 그간의 사정이 드라마 '로망스' 얘기보다도 가슴에 덜 
와닿는 그런 얘기일 뿐. 

가끔 내 인생이 어딘가 잘못되었다는 생각을 하게 될 때가 있다. 밤새 잠못자고 
아침까지 꼬박 뜬 눈으로 새우게 되었을 때, 나는 왜 이리 나약하여 잠도 
못자고 잡생각, 고민이라는 고민은 다 하고 있는 것일까 라는 생각을 하게 되면 
결국에는 그 근원을 찾아들어가게 되는데.. 처음에는 '통신'이라는 것을 
시작하지 않았을걸.. 생각하고, 그 다음은 대학 때 연애하지 말고 공부만 
열심히 할 걸 생각하고, 그 다음은 고3때 그러니까 이제 '내 친구의 
남자친구'가 된 나의 친구와 또 다른 나의 친구와 복잡하게 얽혀있는 그 관계를 
만들지 않았을거라고 생각한다. 그 정도면 충분히 지금의 내 인생을 다르게 
만들수 있지 않았을까.. 그렇게 나는 생각하게 되지만, 뒤를 돌아보는 것은 
반성할 때를 제외하고, 추억할 때를 제외하고는 별로 할만한 일은 아니다. 

그렇게 하나 하나, 사소한 사건들이 쌓여서 만들어져 있는 내가 지나온 
궤적들은 그 최초의 무언가를 찾아서 들어내버린다면, 내 인생 달라졌을까. 
'슬라이딩 도어스'에서 가정한 것처럼.. 우연히 그렇게 되었다고 생각해야 
하는걸까.. 아니면 지나고 돌아보니 모든 것은 일어날 수 밖에 없는 
사건들이었다 믿어야 하는 것일까. 

세상살아오는 동안 가장 불만스러운 것은 결국에 자기의 인생에 대해 좌지우지 
할 수 있는 능력을 거의 갖지 못한 인간으로서는 자기의 의사와 상관없이 
일어나는 모든 일들을 그저 받아들이고, 좋은 쪽으로 해석하고 그렇게 살아가는 
것밖에.. 이것이 신의 뜻이다. 내지는 나의 운명이다. 그렇게 살아가는게 
아닌가 싶어서.. 내가 니체가 상큼하다고 느낀 것은 그것 하나이지만, 목사님의 
아들로 태어나 신에 대해 그렇게 치열하게 고민하다가 결국은 그렇게 또 죽고 
마는 그의 인생사를 돌아보면 또 그의 철학이 그렇게 매력적인 것만은 아니다.  

그게 내 친구 둘에게는, 그때 내가 거기에 가고, 나를 만나고, 또 내가 
동병상련을 느껴 혹은 외로워서, 전화하고 만나고 고기구워먹이고.. 이런 
일들이 그저 우연히 일어난 일일까. 필연적인 무언가가 있었다고, 연애하는 
사람들이 곧잘 그러하듯이 만나는 그 첫순간부터 뭔가 어찌할 수 없는 하늘의 
힘이 개입해서 자기들을 함께 하게 했다고 믿고 있는걸까.. 궁금하다. 

그들은 나에게 "고맙다"고 말했다. 그러나 내게는 내가 결정내린 순간들, 
생활이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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