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nSe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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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YonSei ] in KIDS
글 쓴 이(By): halee (아기도깨비)
날 짜 (Date): 2002년 4월 15일 월요일 오전 02시 24분 21초
제 목(Title): 악역속 착한 마음 찾기


  TV 드라마나 영화에는 다양한 부류가 있다.

  전형적인 헐리우드 스타일의 영화나
  트랜디 드라마가 그러하듯이
  이 녀석은 나쁜 녀석. 이 녀석은 좋은 녀석.
  초등학교 때 책상에 금 그어 놓듯이. 
  두 유형의 캐릭터들이 칼날처럼 날카롭게 나뉘어진 부류가 있고.

  노희경이나 김정수 작가의 드라마나 유럽의 영화들처럼
  절대적으로 착한 사람도, 절대적으로 악한 사람도 없은. 
  우리 주변의 사람들을 보는 듯 인물이나 상황을 그려내는
  그런 부류도 있다.

  예전에는 전자의 부류를 아주 싫어했었다. 긴장감이 없기 때문에.
  나쁜 녀석들이나 착한 녀석들은 언제나 우리의 믿음을 깨지 않는다.
  '관객 여러분. 시청자 여러분. 
   지금은 우리의 주인공이 고생을 하고 저 나쁜 녀석이 승승장구 하지만, 
   절대 실망하거나 걱정하지 마세요.
   우리의 주인공은 꼭 다시 성공하고, 저 나쁜 녀석은 나락으로 떨어질꺼에요.'

  하지만 어쩔 수가 없다. 그 극단적인 악역과 선한 역할의 대비는
  묘한 매력 아니 마력이 있어, 그쪽으로 채널을 잡아당기기 쉽상이다.

  명랑소녀 성공기가 그러한 경우 중에 하나 일 것인데.

  잠깐. 여기서 맹랑소녀의 미덕을 찾아보자.
  이 녀석은 참으로 예쁘게도 이때까지  "트랜디" 드라마가 고집했던  
  많은 것들을 포기하고 있다.
  지금까지의 트랜디는 아무리 결론이 빤할지라도 유치하지 않으려 치장했고,
  아무리 가난한 우리의 주인공도 언제나 깔끔한 복장과 화장을 유지했으며,
  주인공은 언제나 작디작은 원룸에서 사는 것으로 설정되어 있으나, 
  우리가 보기에는 그들의 원룸의 크기와 내부 소품들은 "아~~ 저 정도 원룸 
  하나만 있으면 소원도 없겠다"는 생각을 버리지 못하게 했었다.

  버뜨. 아~~ 그 장나라의 쌍꺼풀 한쪽 풀린 눈이며. 그 구제풍의 옷이며,
  쓰러져가는 지저분한 옥탑방이며... 그리고 그 과장된 주인공들의 연기는
  "저희는 유치해요. 그래도 솔직하잖아요. 히~~"하면서
  배실배실 웃고 있는 듯한 느낌은 준다. 그래서. 반갑다.

  뿐만 아니라.. 요즘에는 드라마들을 보고 있자면,
  악역에서도 미덕을 발견하게 된다. 나이가 들었나보다.

  맹랑소녀의 나희를 보고 있자면
  이 아가씨. 아주 철없고 저 하고 싶은 대로만 하는... 부잣집 딸답게
  미운 털이 콕 박혀있는 인물이지만...
  자기가 사랑했던, 하지만 몰락한 그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그가 사랑하는 그녀에 대한 질투마저 남아 있는 걸 보면...
  '에구.. 불쌍한 것.. 저것이 세상 고생을 못 해 봐서 저렇게 못되게 구는 거지..
   곧 개과 천선 할것이여.." 하는 생각이 들고.

  맹랑소녀의 준태를 보고 있자면
  '에구.. 더 불쌍한 것. 나희의 사랑 한번 얻어 보겠다구.. 자기도 한번 잘 살아
   보겠다구.. 저렇게 악독하게 굴다니.. 저것두 맘이 어려서 그런 것이여...'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러면서 그 생각이 든다.
  '그려.. 저 드라마를 준태를 주인공으로 해서 만들면. 얼마나 마음 아픈 스토리가
   되것어... 부모 잘 만나, 잘 하는 것 없이 잘난 체만 하는 녀석 좋아하는
   여자를 사랑하면서, 그 녀석도 무너뜨리고 그 여자도 얻을라구 악의 나락으로
   빠져드는 캐릭터.. 얼마나 마음이 찢어져.. 그러치.. 그러치..'

  오늘 SBS에서 하는 유리구두를 보면서는 그 생각이 들었다.
  승희... 선우 아니 윤희의 자리를 뺏고 한동안의 꿈에 빠져 있는 그녀
  하지만, 그렇게 나쁜 그녀지만, 어쩌면 별 볼일 없는 게다가
  그녀는 거들떠 보지도 않는 철웅이를 
  아직까지도 바라보고만 있다는 점에서는
  적어도 사랑 하나에 대해서는 순수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점에서는 선한 척. 올바른 척. 곧은 척 하면서도
  사랑 그것 하나에 대해서만은 계산적이고 현실적인
  우리, 아니 나보다 훨씬 나은 인물이 아닌가...


  오늘도 이 시간까지 잠들지 못 하고.. 이런 저런 생각이 빠져든다.

  나 자신의 삶을 저렇게 화면 속에 넣어두면
  나는 어떤 모습으로 비춰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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